따라서 그간의 축산업경쟁력제고 노력은 품질에 초점이 맞춰졌고, 시행착오를 겪긴 했지만 성과가 있었다. UR이후에도 한국축산업이 덩치를 키워온 것은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지만 품질에 초점을 맞춘 경쟁력제고 노력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옳은 답이다. 품질차별화의 덕을 가장 많이 본 축종은 아무래도 한우다. 한우는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유전자원이라는 문화적 정체성과 국민들의 뜨거운 사랑이 프리미엄으로 작용했다는 점을 간과할 수는 없겠지만 UR이후 한우산업을 견인해온 동력은 고급화전략이라고 봐야 한다. 그러나 고급화물결의 안을 보면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없지 않은 것 같다. 높은 원가를 투입해 고품질의 한우고기를 생산하면서도 판매는 거꾸로 가는듯한 인상마저 풍긴다. 생산주체들이 저마다 ‘명품’임을 내세우는 브랜드육이 대형할인점의 식품매장으로 대거 몰리기에 하는 말이다. 할인점은 창고형 매장으로서 고급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소위 명품브랜드는 공항면세점이나 백화점매장 또는 제조업체의 직영매장에서 판매된다. 말하자면 명품들이 모이는 곳에서 판매가 이뤄지는 것이다. 할인점도 명품만 취급하는 곳이 따로 있다. 개당 10만원을 호가하는 명품넥타이가 재래시장이나 일반할인점에 진열되면 소비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모르긴 몰라도 짝퉁취급을 받지 않을까 싶다. 물론 패션상품과 식품인 한우고기를 직접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다. 그러나 수 십만원 짜리 굴비세트가 할인점에선 팔지 않는 걸 보면 영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닐 것이다. 문제는 품질이 차별화된 고급브랜드라 하더라도 대형할인점처럼 대량으로 팔수 있는 안정적인 판로가 없다는 점이다. 소매유통이 불신의 대상인 상황에서 할인점에라도 내다 팔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미국산 쇠고기가 봇물처럼 들어와 할인매장에 넘쳐 난다면 사정은 다르다. 대형할인매장에 브랜드한우고기와 수입육이 동시에 진열된다면 무슨 수로 차별성을 부각시킬 수 있는가. 우리보다 몇 수 위인 마케팅기법으로 무장한 미국의 거친 공세가 불 보듯 뻔한데. 현실여건상 쉽지 않은 일이지만 어쨌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 주체는 협동조합을 주축으로 한 생산자단체가 될 수밖에 없고 정부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우선 한우전문식당 인증제를 보다 확대 발전시켜야 하고 소매단계의 차별화된 판매공간을 확대해야 한다. 매장과 식당을 동시에 열어 판매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중인 일부 축협의 성공사례나 아직 성공여부를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전국적인 유명세를 얻고 있는 일선축협의 서울 진출사례는 분명 대안일 수 있다. 국내산 농축산물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면서도 원스톱쇼핑이 가능한 협동조합의 대형매장이나 인터넷판매, 전혀 다른 명품과의 연계마케팅도 고려해볼만 하다. 이런 노력은 하기 따라서는 경제사업에 목말라 하는 협동조합에 기회일수도 있다. ‘뉴스가 뉴스다워야 뉴스지’라는 우스갯말처럼 명품도 명품다워야 한다. 명품은 품질외적인 면에서도 명품다워야 명품으로서의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이다. 한우고기가 명품으로 팔릴 때 경쟁력이 있는 것이라면 브랜드주체들이 대형할인점에 목을 매는 현실은 어떤 식으로든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