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된 제품 경쟁력 확보가 성공 열쇠 지난해 12월에 발생한 동물약품 도매상 두 곳의 부도 여파가 지금까지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합쳐서 50억원 정도의 부도이지만 국내 동물약품 시장의 규모가 연간 3천억원(사료 공장용 제외) 정도로 작다 보니 그 여진이 오래 가는 모습이다. 이번 사태로 직접 피해를 입은 업체는 물론이고 그렇지 않은 업체라도 이와 유사한 일이 우리 회사에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을 하고 있다. 필자는 수의사로서 임상 30년과 동물약품 도매업 대표 15년을 하고 있다. 그 만큼 이번 일이 매우 심각하게 다가온다. 제조업체 운영자들의 걱정은 더 크다. 이들은 대형 도매상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소매점이나 농장 직거래를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 하다. 필자는 이번 기회에 동물약품 업계의 유통체계와 관행을 재검토해 보고 해결방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국내 동물약품의 유통은 제조업-대리점-소비자(농장)가 주류를 이룬다. 제조업-도매상-소매상(판매점, 동물병원)-소비자(농장)는 그 틈새시장에 한정돼 있다. 반면 대부분의 외국은 후자의 유통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인체 약품도 이와 같다. 나아가 약사법의 경우 대형 소비처인 병원은 제조업체와의 직거래를 금지하고 도매상과 거래하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 동물약품 제조업체들은 도매상을 포함하는 유통체계에 왜 거부감을 가질까. 그들은 도매상 매출이 늘면 도매상에 끌려 다니지 않을까 우려한다. 한켠으로는 유통단계에서 도매상을 빼면 유통 비용이 적게 들 것이라고 여긴다. 제조업체가 이런 생각을 하는 데는 자주 발생하는 부실 채권 문제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리고 다른 회사에 유사한 경쟁 제품이 많다 보니 (특히 다국적 기업과 비교해) 자사 제품에 자신감이 부족한 것이 다음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다 거래처의 충분한 담보를 확보하지 못하고 보증도 불완전한 상황이기 때문에 도매상과의 거래를 꺼리게 된다. 도매점 입장에서 보면 제조업체들이 최소 주문과 함께 월간ㆍ분기ㆍ연간으로 구분해 할인 또는 증품을 미끼로 무리한 주문을 강요한다. 판매점들은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이익 확보를 위해 무리한 재고에도 불구하고 필요 이상의 주문을 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현실에서 동물약품 유통의 체질 개선은 우선 제조업체나 판매 업체 모두 외상 매출 잔액을 줄여서 부실채권을 축소하는 데서 시작한다. 판매점의 재고도 최소화해 자금 압박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 제조업체의 경우 철저한 거래처의 동향 파악과 관리를 하며 경쟁력과 특색있는 제품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제조업체와 유통업체는 서로 사업 파트너로 존중하고 신뢰하며 도와주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더구나 동물약품이 축산업자들의 지출 순위에서 3순위라고 하는 상황에서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왜 다른 나라 동물약품 업계나 우리나라 인체약품 업계의 유통이 도매상을 중심으로 형성되는지도 제조업체는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순수 도매상들은 왜 우리만 안되는 지 반성해야 할 것이다. 도매상으로서 할 일을 다하면서 제조업체의 변화를 대비해 준비를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좀 별나서 대부분의 판매점이 도매업으로 허가를 받고 소매에 열중하고 있다. 그냥 도매상을 도도매상 또는 순수 도매상으로 부르는 나라가 아닌가. 그러니 순수 도매상은 제조업체와 함께 상도의를 지키며 서로를 우호적인 경쟁자로, 한 배를 탄 공동운명체로 생각하고 열심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