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R협상이 타결될 때 우리 축산업은 ‘이제 끝’이라는 생각이 팽배했었다. 당시의 우리 축산업은 국제경쟁력을 논할 수 없을 정도로 체질이 허약한데다 글로벌경쟁에 대한 축산인들의 인식도 매우 낮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일단 UR을 극복했다. 정부의 지원 덕도 컸지만 살아남으려는 축산인들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에 UR이 타결된지 10여년을 훌쩍 넘긴 지금 우리 축산업은 그 때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 비약적인 발전을 했고 FTA시대를 맞고 있다. 어쨌든 축산업은 농촌경제를 이끌어가는 버팀목으로 성장했다. UR 극복이후 지속적인 성장으로 인해 축산업생산액은 1차산업 생산경제의 33%에 해당하는 11조원에 이르고 있다. 농가 소득작목 상위 5개 품목에는 쌀을 제외하면 모두가 축산이다. 특히 축산업의 성장으로 강력한 전후방산업이 형성되어 고용창출면에서도 큰 역할을 맡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축산업전망에 대해 결코 비관적이지 않다. UR을 극복한 저력을 바탕으로 FTA 체제하에서도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대의 급격한 변화는 축산업의 지도를 바꿔놓았다. 그동안 많은 영세농가가 없어지고 자연스럽게 전기업화가 진행되면서 2백여개에 달하던 일선축협이 1백40여개로 구조조정되는 아픔도 겪었다. 아전인수 격 해석일지 모르지만 국가적 과제인 산업전반의 구조조정도 축산업이 앞장섰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산업이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도처에서 뭇매를 맞고 있음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산업규모가 커지면 행정수요 또한 증대되는 것이 상식인데도 어찌된 일인지 축산전담 행정기구는 축소일로를 걷고 있고 농협의 축산조직 마저도 통합하고 없애야 한다는 모진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축산업과 마찬가지로 농식품부가 관장하는 임업과 수산업은 산업규모가 축산업에 비할 바 못되는데도 외청이 있고, 일선의 해당협동조합을 관장하는 중앙조직도 있다. 축산업계로서는 그저 부러울 뿐이다. 통계에 의하면 임업은 생산규모가 4조원 정도인데 외청이 있고 여기에 전문협동조합까지 가세해 임업발전을 견인하고 있다. 수산업은 생산경제가 7조원임에도 농식품부에 1실 3국체제의 행정조직이 있으며 일선조합과 중앙회가 건재하고 있다. 배가 아파 하는 소리가 아니다. 축산이 홀대를 받아도 너무 받기에 하는 말이다. 시간이 갈수록 1차산업 내에서의 축산업 비중과 경제적 부가가치는 커지게 돼있다. 상황이 이럴진대 축산을 전담하는 행정기구가 날로 축소되고 협동조합에서 조차 축산조직을 없애려는 기도가 사라지지 않는 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답답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축산은 경종농업과 접목하면 엄청난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도 있고 바이오테크놀러지와 같은 첨단과학의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산업이 아닌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축산업이 안고 있는 현재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를 기대해본다. 지금과 같은 홀대는 농촌경제에 결코 득이 되지 않는다는 엄연한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