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회-2지주-자회사’ 체제를 골자로 하는 농협법 개정안이 입법 예고된 가운데 전문가와 농민단체들은 예고된 법안이 신경분리의 본래 취지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정부 투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축산업계는 기대했던 축산 독립성과 전문성 확보와는 거리가 먼 개정안이라며 발끈하고 있다. 그럴만도 하다. 무엇보다 전문가와 농민단체들이 바랐던 농협중앙회 신경분리 취지와 목적은 ‘돈장사하는 농협‘이 아닌 ‘농민을 위한 농협’으로 거듭나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입법 예고된 농협법 개정안은 여전히 돈장사하는 농협을 위한 사업 개편안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돼 있다. 지주 회사 개념을 도입한 것부터가 신용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경제 사업 경쟁력 강화와는 거리가 있다. 아니나 다를까. 지주 회사 개념을 도입한 경제사업과 관련한 사업 구조를 보면 슬림화는 커녕 옥상옥의 구조로 오히려 경제사업의 기획과 사업 집행 과정의 적지 않은 비효율성이 예견 된다. 특히 자본금 배분을 신용사업 분야에 우선하겠다는 것도 이번 신경분리가 경제사업이 아닌 신용사업의 경쟁력을 우선 고려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축산업계 초미의 관심사인 축산조직 독립성과 전문성 요구는 조직도만 보면 언뜻 반영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내용을 보면 그것을 좀처럼 기대할 수 없게 돼 있다. 축산 사업을 전문적이고도 독립적으로 계획하고 집행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예산권이나 인사권이 주어져야 하지만 개정 농협법은 그것이 사실상 어렵게 돼 있다. 아울러 지적되는 것은 이번 농협법 개정안은 협동조합중앙회로서 그 정체성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최근 농축산업 현장에서 협동조합 조합원들의 경제적 지위가 과거와 다르게 크게 개선되고 나름대로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어 가고 있다. 때문에 과거와 같은 잣대로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따질 수는 없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농축산인들이 기업과의 경쟁에서 거래교섭력을 제대로 갖추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개정 농협법은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사업 구조를 개편하되 돈장사를 잘하는 농협도 좋지만 그보다 경제 사업의 경쟁력을 갖춤으로써 농축산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런 농협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축산 조직의 독립성과 전문성 확보는 농협의 경제사업 활성화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입법 예고된 법안은 대폭 손질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이대로 법안이 확정된다면 ‘돈장사에만 혈안이 된 농협’이라는 오명을 결코 씻을 수 없을 것이다. 17일까지 입법 예고기간이라고 하니 이 기간 동안 농협이 농축산인을 위한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심사숙고해주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