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축산업을 강타하고 있는 작금의 구제역을 잡지 못하면 이 땅에서 축산은 사라지게 된다. 구제역이 내륙 한 복판 충주에 이어 청양에 있는 충남축산기술연구소에서 발생한 현실을 보고도 이걸 깨닫지 못한다면 우리에겐 시쳇말로 싹수가 없다고 봐야 한다. 충남축산기술연구소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연구소 내 가축은 물론이고 인근의 충남대 연구목장의 우제류까지 땅속에 묻어야 했다. 김포에선 생애통산 14만 킬로그램이 넘는 우유를 생산한 슈퍼젖소를 눈물 속에 저세상으로 보내야 했다. 만약, 그야말로 만약 한우씨수소가 있는 한우개량사업소나 젖소개량사업소, 또는 그 인접한 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한다면 어찌되는가. 그건 재앙이 아니라 아예 끝이다. 젖소 유전자는 수입한다고 치고, 한우유전자는 어찌할 것인가. 복원,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한우개량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서도 여기까지 오는데 무려 30여년이 걸렸다. 무너진 한우산업을 재건하는데도 과거와 같은 정부지원을 기대한다면 정신 나간 사람 취급받기 십상인 게 우리 현실이다. 설령 정부의지가 있다손 쳐도 무너진 한우산업에 세금을 지원하기 위한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다는 건 불가능하다. 우리는 지금 구제역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한국축산의 사활이 걸려 있는 전쟁의 와중임에도 작금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현실은 답답함을 넘어 분노마저 치밀어 오른다. 철저한 방역과 해외여행 자제를 촉구하는 정부와 방역당국을 비웃기라도 하듯 내륙 한 복판으로 확산되고, 급기야는 지자체의 축산기술연구소마저 뚫리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맞았다. 구제역과의 전쟁을 수행하는 지휘부 일각이 무너진 것이다. 전쟁 최일선인 축산현장은 어떤가. 포천에 이어 강화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에도 비록 일부이긴 해도 축산농가의 해외여행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중국에 갔다 온 뒤 서울 딸네 집에 며칠 머물며 입고 갔던 옷까지 버리고 왔다는 후일담 앞에서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분간이 안 될 지경이다. 의가 상할까 말을 못한다며 이웃 집 축사소독이 영 시원치 않다고 걱정하는 건 또 무언가. 물론 해외여행이 구제역의 주범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건 전쟁이다. 단 1%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피해야 한다. 가지 말아야 한다. 최소한 이렇게라도 해야 구제역 방역 때문에 불편을 겪는 국민들에게 협조를 부탁할 수 있다. 바이러스가 담장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마당에 의 상할까 두려워 소독에 소홀한 이웃을 그냥 두고 본다는 게 말이 되는가. 축산을 할 요량이라면 의가 상하더라도 말을 해야 하고, 제재를 가해야 한다. 전쟁이 다 그렇겠지만 구제역과의 전쟁도 국가의 모든 행정력과 군(軍)까지 동원되는 국가총력전일 수밖에 없다. 전쟁의 최전방인 축산현장이 빈틈없는 경계(방역)태세를 유지할 때 총력전도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이다. 몇 번을 강조하지만 한국 축산은 지금 구제역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만약 이 전쟁에서 진다면 우리는 이 땅에서 더 이상 축산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진정 비상한 각오로 ‘전쟁’에 임하고 있는 것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