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축산업계에 글로벌 축산기업(대형 팩커)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장태평 농식품부장관이 한 일간지와 인터뷰를 통해 ‘스위스 네슬레와 같은 연매출 10조원 이상의 다국적 기업을 5개 이상 만들겠다’고 언급한 이후 최근 해외 사례 조사를 위한 시찰단을 파견함으로써 더욱 구체화 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달 26일 브라질 JBS 등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출국한 박현출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을 단장으로 한 글로벌 축산기업 시찰단이 돌아오는 대로 대형 축산 기업 육성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시찰단은 이번 시찰에서 브라질 JBS나 칠레의 아그로수퍼 등 외국 축산기업의 발전과정과 농가와 기업간 상생 전략 등을 살핀다고 하니 이들 시찰단이 어떤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할지 주목된다. 특히 글로벌 축산기업과 농가간 상생 전략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이 같은 궁금증은 브라질과 우리나라의 축산 여건이 다름을 감안할 때 더욱 커진다. 얼마 전 한 방송사에서 ‘아마존의 눈물’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적이 있다. 아마존의 밀림을 불태우고 그곳에 수 만 마리의 소를 한꺼번에 사육하고 도축하는 광경이 눈에 선하다. 이렇게 축산물이 생산되는 브라질의 글로벌 기업에서 무엇을 벤치마킹할 것인지 궁금해지는 것이다. 결국 초점은 정부의 글로벌 축산기업 육성이 전업 축산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모아진다. 정부에서 말하는 글로벌 축산기업 2~3곳이 우리나라 축산을 장악한다면 전업 축산농가는 그들 글로벌 축산기업에 종속될 것인가. 아니면 전업 축산농가가 반길만한 상생 방안이 있긴 있는가. 글로벌 축산기업 육성 외 다른 대안은 없는가. 아직 정부의 글로벌 축산기업 육성 대책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아 정부의 그 같은 정책이 옳다 그르다 말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글로벌 기업이 민간 기업 주도형이냐, 아니면 협동조합 주도형이냐는 것이다. 물론 둘 다 함께 가는 방식도 있다. 필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협동조합 주도형 글로벌 기업 육성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그동안 우리나라 협동조합이 하향식 조직으로 출발하면서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지만 지금은 상당한 부분 민주적 조직, 투명한 경영으로 탈바꿈했다. 아울러 생산 단계에서 농협 사료가 민간 사료를 적절히 견제하고 있듯이, 유통 판매 단계에서도 민간 유통업체를 잘 견제함은 물론 부분적으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최근 농협의 안심 축산물 대형 팩커 육성 계획이 주목된다. 지난 달 한국축산경영학회 심포지엄에 초청된 일본의 푸드시스템 전문가 니이야마요꼬 경도대교수도 일본의 세계적 식품기업이 쇠고기 신선육 시장에 뛰어들고 있음을 지적, 우리 농협의 축산물 대형 팩커 육성을 부럽게 바라보며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이날 심포지엄의 좌장을 맡았던 이병오 강원대 교수도 역시 같은 이유에서 협동조합의 역할을 강조하며 농협의 축산물 대형 팩커 육성 계획을 주목했다. 아무튼 축산의 전업화를 부르짖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전업화를 넘어 다국적 식품회사와 경쟁할 수 있는 글로벌 축산기업 육성이 논의되고 있으니 새삼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동시에 아무리 변화하는 세상이라고 하더라도 전업 축산인의 꿈, 그들의 스토리가 있는 축산이 글로벌 축산기업 육성으로 상처받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얼마전 평생 축산 전업화를 위해 몸바쳐 온 한 축산인이 “우리 같은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우려를 표시하는 모습이 생각난다. 정부가 그들의 걱정을 어떻게 헤아려줄지 두고 볼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