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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한우산업


 1980년대 후반 쇠고기수입이 재개될 때 한우산업 종사자들은 패닉상태에 빠졌었다. 이후의 UR협상과 WTO 출범, 그리고 전면적인 수입자유화가 이뤄지기까지 한우는 이제 동물원이나 연구소에서 보호하는 유전자원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팽배했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비관적인 전망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한우산업의 장래를 둘러싼 비관론을 빗나가게 만든 원동력은 철저한 차별화와 한우에 대한 국민적인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197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된 개량과 일본 화우를 모델로 한 육질고급화가 빛을 발하면서 한우고기는 값싼 수입육과 비교되는 고급육으로 자리매김했고 국민들은 여기에 변함없는 사랑으로 화답한 것이다.
육질고급화를 통한 한우의 차별화 전략은 앞으로도 지속되어야 하고, 이 전략이 계속 유효해야 산업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는 당위성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품질차별화가 한우산업의 오늘을 있게 한 원동력이었다고 해서 거기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한우산업을 둘러싼 환경은 품질고급화를 위한 지금까지의 노력을 능가하거나, 최소한 그에 상응하는 가격경쟁력 제고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우산업은 차별화에 매달려 가격경쟁력 제고노력은 상대적으로 소홀했거나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다. 가격경쟁력의 태생적 한계를 품질차별화로 극복하자는 논리에 충실한 나머지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눈에 띠는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이다. 태생적 한계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가격경쟁력 제고를 위한 생산현장의 노력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제도적, 정책적 노력은 결코 후한 점수를 받기 어렵다.
품질고급화에 수반되는 생산비부담을 차별화된 품질과 마케팅으로 극복한다고 하지만 여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한우산업이 차별화에만 치중, 한우고기가 소수의 부유층이나 맛볼 수 있다면 궁극적으로 전체 한우산업의 파이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미국이나 호주와 같은 쇠고기 수출국들이 한국인의 기호에 맞는 쇠고기를 생산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최근 젊은 층에서 육류선택기준이 미세하나마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한우산업의 가격경쟁력 제고는 결국 생산비절감이다. 조사료자급 기반확충을 통해 농후사료의존도를 획기적으로 낮추는 한편 우량송아지를 값싸게 생산할 수 있는 기반구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조사료정책을 한우산업 발전대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어야 한다. 두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지만 정부는 유휴농지와 간척지 및 하천부지를 조사료 생산기반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확실한 유인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생산자들 역시 보다 획기적인 의식전환이 필요할 것이다. 파도치듯 하는 국제곡물시장에 한우산업의 장래를 맡길 수 없는 것이고 보면 조사료 자급 기반 구축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송아지 생산기반도 마찬가지다. 농촌의 심각한 고령화를 감안할 때 밑소 생산을 개별농가에 의존하는 것은 많은 문제와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를 위해 일선조합의 생축사업장을 우량 송아지 생산기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한시바삐 강구할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두 가지 과제는 한우산업의 미래를 위해 한우인들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그렇다면 이유 없이 넘어야 하고, 정부는 실효성 있는 정책을 통해 이를 지원해야 한다. 정책당국자들은 마땅한 수단이 없다고 말하지만 한우 없는 농촌이 어떤 모습일지를 심각하게 고민한다면 답은 반드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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