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동 수 조합장<강원양돈축협>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지육시세가 kg당 4천원 내외를 유지하는 등 돈가 하락 시기와 변동이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그 만큼 하반기 돈가 폭락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어 효과적인 대책이 무엇보다 절실한 실정이다. 사실 하반기 돈가는 수입육 무관세, 경기불황 및 소비위축, 사육두수 회복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이미 폭락이 예견돼 왔었다.
올해 상반기 정부는 서민경제 부담에 따른 물가안정화 차원에서 수입육 무관세, 도매시장 출하물량 확대 등의 정책을 통해 돈가 상승을 억제해왔다. 이제 반대로 하반기에는 돈가 폭락에 따른 안정화 대책을 양돈농가에 내놓아야 할 때다.
현실성 있는 중·단기 돈가안정책 절실
그러나 현재까지 정부가 제시한 비축자금지원, 소비회복운동, 군납물량회복 등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다. 지금까지 정부의 돈가 부양에 대한 정책이 대부분 원론적인 수준에서 이루어져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생산농가와 관련 업계는 적극 협의해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대책이 이루어지도록 강하게 건의하고, 논의해야 한다. 물론 조합도 양돈농가의 어려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세워야 한다.
하반기 돈가 폭락은 과잉공급과 어려운 경제상황으로 인한 소비위축 및 수입육과의 경쟁이 주요 원인인 것으로 보여 진다. 과잉공급에 대해서는 정부 제안대로 비축물량을 최대로 하고 육가공기업의 국내산 돈육 사용 확대를 유도하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또 지난 공급 부족 상황에서 돈가를 잡기 위해 취해왔던 수입육의 무관세 공급량이 회복된 만큼 전면 중단해야 한다. 소비촉진에 대해서는 양돈조합, 협회, 자조금, 육가공업체 등 모든 역량을 동원해 필사적인 회복운동을 해야 한다.
우선 양돈조합에서는 각자의 지역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강화해 그동안 비싸서 수입육으로 돌아섰던 소비자의 발걸음을 다시 돌려야 한다. 국내산 돈육의 품질과 맛에 대한 확실한 인식을 지역 소비자에게 심어 수입육과 차별화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저능력 돼지 감축 등 자구노력 전제돼야
지금의 상황은 단순한 가격하락으로 인한 양돈업계의 일시적 난조기가 아닌 양돈 산업의 구조 조정기로 보인다. 따라서 장·단기적인 대책이 함께 수반돼야 할 시기다. 정부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한계가 있기 때문에 생산자 차원의 자구노력이 매우 절실히 요구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단기대책으로 생산자는 저능력 모돈 및 자돈의 감축에 동참해야 한다. 물론 도태 돈에 대해 장려금 지원 등의 정책이 따르면 좋겠지만 하반기 하락에 대한 단시간의 효과를 나타내야 하는 상황에서 생산자의 자율적 참여가 무엇보다 시급하고 중요하다.
장기적으로는 등급별 정산제도를 내년부터 조속히 도입해 농가수취가격을 현실화하고 돼지고기의 품질을 개선시켜 수입육과의 차별화를 확실히 해야 한다. 실제 조합에서는 1A, 1B 등급에 대한 장려금을 대폭 상향한 결과 고급육 출현율이 평균 10%이상 향상돼 수입육과 차별화 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고급육 장려금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육질 향상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생산비 절감 통한 가격 경쟁력 강화를
수입육과의 경쟁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가격 경쟁력이다. FMD 발생이후 수입육이 국내산 돈육 소비에 미치는 영향을 뼈 속 깊이 느꼈을 것이다. 수입육과 가격경쟁에서 밀리고 순식간에 국내 돈육시장이 잠식당해 피해가 심각하였다. 따라서 적정한 돈가 유지정책으로 생산농가나 업계가 상호 적정이윤을 보장받을 수 있는 합리적인 유통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양돈농가는 가격 경쟁력의 가장 기본이 되는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통해 생산비를 낮추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고비는 농가에게 많은 고통을 요구할 것이다. 따라서 문제를 해결하고 양돈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농가부터 도축, 가공, 판매 등 각 업계 및 정부에 이르기 까지 모두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돈가 안정을 위한 특단의 대책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양돈인 스스로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실천하고 참여하는 것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