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학 윤 조합장 (양산기장축협)
요 며칠전 해운대 바닷가는 전국의 농어민들이 모여 타오르는 응어리를 뱉어내는 절규의 함성으로 가득했다.
지난 5월 중국 베이징에서 한·중 FTA 협상개시를 공식 선언한 이후 7월2일부터 4일까지 제2차 한.중 FTA협상이 해운대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있었기 때문이다.
한·중 FTA는 기 체결한 한미 FTA 보다 더 심각한 피해를 가져올 것이라는 자명한 사실에 생활의 터전을, 자국의 식량안보를 지키고자 하는 전국의 농·축산인들이 무엇이 옳고 그름인지 그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것이다.
오늘날 세계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그 무엇이라도 행사하는 그야말로 총성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속에 꼭 총칼로 무장을 하고 피를 흘려야 나라는 지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산업화와 복잡한 규제로 힘들어 포기하고 도시로, 도시로만 나가는 지금 남다른 사명감으로 농업 농촌을 지키고 있는 농업인들.
과거 찢어지게 가난했던 시절에는 기아(飢餓)로부터 벗어나게 하고, 오늘날에는 안전한 먹거리의 생산으로 국민의 영양공급과 식량전쟁으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하고 있는 우리 농업인들은 단순히 가축을 키우는, 쌀을 생산하는 농민(農民)이 아닌 나라를 지키고 있는 농군(農軍)인 것이다.
세계화라는 명분 아래 우리나라는 이미 미국과 체결한 FTA, EU FTA가 발효되었고 여기에 중국과도 FTA 체결을 위해 빠른 행보를 하고 있다.
이러한 시간이 거듭될수록 수입 농·축산물의 점령은 점점 가속화되어 우리 농·축산물이 설 자리는 상대적으로 하나, 둘 잃어가고 있으며 우리의 식탁을 조금이라도 지켜나가고자 하는 우리 농업인들의 힘겨운 노력은 오늘도 눈물겹게 계속되고 있다.
FTA는 시대의 흐름이고 또 대한민국이 세계로 뻗어 나가는데 있어 도약대인 것은 분명하지만, 식량산업을 단순히 경제 논리로만 접근해 희생양으로 삼기보다는 과연 무엇을 내어주고 무엇을 가져와야 하는 것인지 100년 후를 내다보는 혜안(慧眼)으로 검토해 봐야 할 것이다.
하나의 예로 우리나라는 한국전쟁 이후 찢어지게 가난했던 탓에 미국으로부터 밀가루를 무상원조 받은 바 있다. 당시에는 앞, 뒤 따질 것 없이 배를 채울 수 있었던 탓에 그거 감사할 따름이었지만 그로 인해 무너진 밀 생산 기반시설과 1970년대 해외 밀 수입정책으로 오늘날 밀 자급률은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 된 것이다.
당장의 즐거움이 미래의 식량터전을 무너트린 것이며 그로 인해 오늘날 국제 수입 밀 폭등에도 뾰족한 대안이 없이 그저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런 과거의 상황을 보더라도 자동차, IT 산업만을 위한 내어주기 식의 FTA를 체결하게 된다면 또, 그로인해 농업인들의 생산의지마저 꺾어 버린다면 십수년 내에 식량의 자급률을 맞출 수 있는 기반시설이 또 한 번 무너져 생산량은 줄어 들것이며 그것을 무기로 범람하는 수입 농·축산물들은 높은 가격에 우리 시장을 판치고 있어도 우리는 어찌할 수 없음을 정부는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때문에 우리 국민은 우리의 먹거리만은 우리의 땅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하며 꼭 그렇게 되어 핵전쟁보다 무서운 식량전쟁 속에서 우리의 먹거리에 대한 안정적 공급만은 보장받아야 할 것이다.
이렇듯, 농업농촌을 지키며 우리의 먹거리를 생산해 내고 있는 우리는 식량전쟁으로부터 국가와 자국민을 지키고 있는 우리는 농군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