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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역학·면역학·분자생물학적 근거 철새 원인 지목

■ AI 발생원인, 과학적 사실에 근거한 이해가 필요

 

김재홍 교수 <서울대 수의과대학·AI 역학조사위원장>

 

포획검사 결과 가창오리가 사육 가금류보다 AI 먼저 감염


지금 우리나라는 연초부터 전국의 가금사육 농가를 공포에 떨게 하고 있는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와의 전쟁으로 전 국민이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지난 1월 16일 전북 고창의 종오리 농가에서 의심신고가 들어온 이후 아직까지 의심신고가 접수되고 있다. 390만수 이상의 닭·오리를 살처분하였으며 한 민간경제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AI로 인한 직간접 손실액이 적게는 3천400억 원에서 많게는 1조 원 이상에 이를 수 있다”고 추정한 바 있다.
방역당국은 과거 네 차례의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HPAI) 발생에서 철새를 가장 유력한 발생 원인으로 지목한 바 있으나, 이번처럼 역학적·면역학적·분자생물학적 근거들이 모두 철새를 정확히 가리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생각한다.

>>4가지 철새 유입 원인 근거

이번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 역학조사위원장으로서 국내에 발생한 H5N8형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야생조류(철새)로부터 유입된 근거를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본다.
첫째, 이번에 HPAI가 국내 최초로 발생한 전북 고창의 종오리 농장과 부안 오리농장은 평소 철새가 자주 출몰하는 동림저수지 주변에 위치하고 있었고, 동림저수지 등 철새도래지에서 수거된 큰기러기, 가창오리, 물닭 등의 폐사체에서도 발생농장의 종오리에서 분리된 것과 유전자 구조가 99% 이상 동일한 H5N8형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검출되었다. 또한 현재 타 지역에서 발생된 사육오리 및 닭과 야생조류(철새)에서도 동일한 바이러스가 분리되고 있다.
둘째, 발생농장들에 대한 역학조사 중간결과를 살펴보면, 초기 발생농장에서는 농장주나 종사자 등이 근래에 해외여행을 한 적이 없어 인위적 요소에 의한 외국으로부터의 유입 가능성은 매우 낮은 상태이다. 발생농장 간에도 일부 농가를 제외하고는 사람, 차량, 물건 등의 인적·물적자원이 서로 역학적 연관성이 없이 철새도래지 또는 소하천 인근이라는 지역적 특성이 있으며, 발생시기도 농장과 주변의 상공 및 논밭과 소하천·저수지 등에서 철새들이 목격된 시점으로부터 최소 1~3주 이후에 발생되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 만약 이번 HPAI가 철새가 원인이 아니고 사육하는 오리와 닭에서 먼저 발생한 것이라면, 국내 양계장이나 오리농장에서 원인 바이러스인 H5N8에 대한 항체 형성이 확인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발생 전의 강도 높은 전국적 예찰 뿐만 아니라 발생 후 그 지역을 중심으로 한 집중적 검사에서도 가금농장에서 H5N8에 대한 항체는 검출되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과거에 발생한 H5N1으로 만든 항원이 현재의 H5N8 감염 항체를 제대로 검출할 수 없다고 하지만, 조사결과 H5N8 항원의 H5N1 항체 검출감도는 낮지만 H5N1 항원은 H5N8 항체를 검출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였다.
가금농장과는 달리, 최근에 가창오리를 어렵게 포획하여 검사한 결과, 20마리 중 5마리에서 H5형 항체가 높게 검출되었고 이로 미루어 볼 때 사육하는 오리·닭보다 가창오리가 먼저 AI에 감염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가금농장의 오·폐수가 저수지로 흘러들어 철새가 감염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가금농장의 분변은 오·폐수가 흘러나오지 않기 때문에 설득력이 없다.
넷째, 철새에 의한 장거리 대륙간 전파는 전문가 간에도 보는 시각에 따라서 다소 의견 차이가 있다. 그러나 일본, 독일, 영국 등 세계 각국의 AI 발생결과를 조사한 역학조사보고서와 OIE(세계동물보건기구), WHO(세계보건기구), FAO(유엔 세계식량농업기구)의 각종 보고서에서도 HPAI의 유력한 발생(유입)원인으로 철새를 지목하고 있어 현재의 역학조사 결과를 뒷받침하고 있다.
물론 모든 장거리 전파 요인이 철새라는 의미는 아니며, 여러 요인이 있지만 특정 국가나 지역에 따라서는 철새가 유입원인으로 작용한 곳도 있다는 말이다. 몽골, 독일 등 가금사육농장이 없는 지역이나 가금농장의 HPAI 발생보고가 없는 국가에서 감염된 철새가 폐사된 사실은 철새의 HPAI 전파 가능성을 입증하는 사례이다. 이번에 강원도 원주에서도 가금농장 발생은 없는데 철새 분변에서 H5N8 바이러스가 분리되었다는 사실도 이를 확인시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2010~2011년 국내 발생의 경우, 가금농장에서 발생하기 1개월 여 전부터 철새 또는 철새 분변에서 H5N1 고병원성 바이러스가 수차례 발견되어 방역당국이 발생주의보를 발령하였다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
감수성이 높은 철새는 HPAI 감염시 증상이 나타나므로 장거리 비행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감염되어도 아무런 증상이 없는 야생조류도 상당히 많으며, 이런 류의 철새가 매개 역할을 하여 감수성 조류에게 병을 전달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번 경우도 어쩌면 가창오리가 피해자일 가능성도 있으며, 어떤 조류가 연결고리의 다리 역할을 했는지는 철새의 종류가 워낙 많아서 쉽게 밝히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인체감염 관련 변이는 없어

연초부터 우리 축산업계를 강타한 H5N8형 HPAI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에서 인체감염을 일으켜 수백 명의 사상자를 낸 H7N9형과 발생시기가 맞물려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다행히 질병관리본부에서는 H5N8형 바이러스의 인체감염 가능성을 정밀 분석한 결과, 인체감염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는 나타나지 않았으며 항바이러스제에 대한 내성 유전자 변이도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수의과·의과대학 교수, 질병관리본부, 국립환경과학원·국립생물자원관·민간연구소의 야생조류 전문가, 대한수의사회, 가축방역지원본부, 생산자단체 대표 등으로 구성된 AI 역학조사위원회는 지난 1월 28일, 지금까지 확인된 모든 정보와 과학적 사실을 토대로, 철새를 이번 AI 발생의 원인으로 잠정 발표한 바 있다. 대한수의학회에서도 AI 바이러스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하여 바이러스 분석 결과와 유입 원인에 대하여 심도있게 논의한 결과, 이 잠정적 결론에 동의하였다.
‘가금농가에서 철새로의 바이러스 전파(감염)’ 가능성 제기는 위에서 언급한 여러 가지 과학적 근거를 볼 때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며, AI의 전파·확산차단을 위해 차단방역에 총력을 쏟아야 할 시점에 혼란만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
지금은 소모적이고 불필요한 논쟁은 잠시 접어두고 과학적 사실에 입각한 접근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현 상황에서 부족한 부분은 추가적인 역학조사와 바이러스 분석을 통하여 밝혀질 것이며, 차분하고 성숙된 자세로 임하여 고병원성 AI를 조기에 근절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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