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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우유, 그것이 알고 싶다

  • 등록 2014.10.22 10:14:42

 

임경숙 교수 (수원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알뜰하고 요리솜씨도 좋은 순애씨의 남편, 김과장은 회사에서는 착실하고 유능한 마케팅전문가이며, 가정에서는 백점짜리 가장이다. 둥글둥글하게 생긴 모습이 주말이면 나무늘보처럼 소파에 엎퍼져 있을 듯 한 인상이지만, 김과장은 그 누구보다 부지런하다. 주말 아침이면 새벽같이 일어나 쓰레기 분리수거부터 시작해서 앞뒤 베란다 청소, 빨래까지 완벽히 해치운다. 물걸레 기능이 있는 진공청소기도 그 어떤 남편보다 자유자재로 작동시키며, 실내 건조용 세탁세제와 향기 나는 섬유유연제로 완벽하게 빨래도 마무리할 수 있는 능력남이다. 이렇게 김과장이 집안일을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것은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아내 순애씨 때문이다. 김과장은 늘 까르르 맞장구치며 웃는 순애씨 덕분에 살맛이 난다.
이렇게 행복하기만 한 김과장과 순애씨에게 걱정거리가 하나 있다. 대한민국 중년의 평균 신장에 약간 못 미치는 김과장이 늘씬한 순애씨와 결혼하여 탄생한 연년생 사내아이 둘이 또래보다 키가 한 뼘은 작은 것이다. 하필 김과장을 닮을 줄이야. 형제 중 가장 키가 작아 어릴 때부터 동생한테도 맞으면서 자란 김과장은 자녀만큼은 남부럽지 않게 늘씬하게 커주기를 바라는 바였다. 이에 김과장이 믿을 것은 바로, 아이들에게 아침, 저녁 우유를 마시도록 하는 것! 김과장 본인도 열심히 우유를 마셔보리라 결심했지만, 우유만 마시면 속이 더부룩하고 복통을 느끼곤 하여 더 이상 마시지 못하는 우유를 두 아이들이 마시고 쑥쑥 자라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하지만, 이게 웬일인가. 믿고 있던 우유가 몸에 좋지 않다니. 아이들에게 우유를 마시도록 해야 할지, 끊어야 할지 똑똑한 김과장도 판단이 서지 않았다. 이에 김과장과 순애씨의 우유에 대한 염려를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우유를 마셔도 키가 더 크지 않는다? 2013년도 유럽임상영양학회지 연구에 따르면, 1988년부터 1989년까지 809명의 덴마크 임산부를 대상으로 하루 우유 섭취량을 조사하여, 150ml 이상인 임산부와 150ml 미만인 임산부로 나누고 출산 후 자녀의 신체 사이즈를 비교한 결과, 우유 섭취군 자녀의 출생 당시의 신장이 더 컸으며, 20년 후 추적연구에도 우유섭취군 자녀의 키가 좀 더 컸다고 한다. 
최근 Nutricion Hospitalaria 지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1954년부터 1970년대까지 연도별 스페인 어린이의 키를 비교한 결과, 국립학교에 재학 중인 어린이의 키 상승폭이 매우 컸으며 이는 우유 급식에 의한 영양 차이로 해석하였다. 즉, 우유 마시는 것은 키 성장에 도움이 된다.
우유를 마실수록 골밀도가 오히려 낮아진다?  아니다. 많은 연구에서 우유 섭취가 골밀도를 높인다고 결론짓고 있다. 유럽영양학회지 2000년도 12월호에 실린 뉴질랜드 Maguire 박사팀  연구에 따르면 15-18세 여자 청소년에게 우유 및 유제품을 보충하여 고칼슘식사를 하였을 때, 골밀도가 매우 증가하였으며, 이러한 골밀도 증가는 우유 보충을 중단한 1년 후에도 관찰할 수 있었다고 한다. Nutrition Research & Practice 학술지 2013년 8월에 발표된 우리나라 남녀 중고생 대상의 연구에서도 우유 및 유제품 섭취량에 따라 신장이나 체중 차이는 없었으나, 우유 섭취 상위군이 하위군보다 골밀도가 유의하게 높았다고 한다.
청소년기의 높은 골밀도는 중년이후의 골밀도에 영향을 미치며 골 건강에 매우 중요한 지표이다. 따라서 아동청소년기의 우유 섭취에 의한 골밀도 증가는 성인 이후의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다.
우유를 마시면 성조숙증에 걸릴 수 있다? 남자 아이의 경우 만 9세 이전, 여자 아이는 만 8세 이전에 사춘기 때처럼 2차 성징의 신체 변화가 나타나는 것을 성조숙증이라고 진단하며 많은 부모가 이를 염려하고 있다. 하지만, 우유에 의해 성조숙증이 발생했다는 연구는 아직 없으며, 여러 연구에서 성조숙증의 위험 인자는 과체중과 비만이라고 한다. 또한 상식 수준의 우유 섭취에 의해 비만해진다는 그 어떤 연구도 없다. 따라서 우유에 의한 비만 발생, 그리고 성조숙증은 근거가 확실하지 않은 이야기이다.
결론적으로 우유 섭취는 키 성장에 도움이 되며, 골밀도를 높여 성인 이후의 건강증진에도 기여하며, 성조숙증 등 부정적인 효과는 없다고 볼 수 있다.
우유나 유제품에 대한 부정적인 연구 결과는 지방섭취율이 총 에너지 섭취량의 30%가 넘는 서구지역 식생활을 할 때 문제가 되는 것이다. 지방섭취율이 총 에너지 섭취량의 20%에 불과한 우리의 식생활에서는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한편 우유가 동물성 식품이다 보니 포화지방 섭취가 걱정되시는 분, 특히 고지혈증이나 심혈관계질환 질환이 있으신 분들은 저지방우유를 권하고 싶다. 요즘 유지방이 전혀 포함되지 않는 0% 무지방우유를 비롯하여 1% 저지방우유, 2% 저지방우유 등 다양한 형태의 무지방, 저지방 우유가 판매되고 있다. 또한 김과장처럼 우유만 마시면 속이 불편한 분들은 따뜻하게 데운 우유를 한 모금씩 나누어 마셔 보시라. 죽이나 스프, 카레 등에 우유를 넣어 요리에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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