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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급격히 변하는 소비자들의 돈육 소비패턴

 

김유용  교수(서울대학교)

 

1960년대에서 70년대 초반까지 우리나라 시골에서는 성황당에서 고사를 지낸 후 제물이었던 돼지고기를 수육으로 만들어 마을사람들이 함께 나누어먹던 아름다운 전통이 있었다. 
그때는 음식이 귀했으니 고사음식에서 고기의 양이 많은 부위가 가장 인기있었던 때로 기억을 한다. 1980년대에 들어서도 돼지를 도축하면 못먹는 부위가 거의 없을 정도로 수육, 순대, 갈비, 족발 등의 다양한 형태로 요리되었던 먹거리로 서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했다.  8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퍼석퍼석한 등심보다는 기름기가 들어있는 고기가 맛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 삼겹살 이외에도 지방과 고기를 김밥처럼 함께 말아 얼린 다음, 썰어서 구워먹는 형태의 구이문화가 점차 확산됐다. 1990년대에 들어서며 국산 돼지고기가 일본으로 수출되면서 국내 양돈산업은 획기적인 변화가 많았다. 수입국이던 일본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 등심단면적을 늘리려고 90kg 내외에서 도축되던 돼지가 110kg정도로 도축체중이 급격히 늘어나게 됐다. 수출되는 부위 이외에 갈비 및 삼겹살은 국내에서 처리해야만 하는 잡육으로 여겨져서 삼겹살을 먹자는 소비촉진운동이 있었던 시대이기도 했다.
돼지콜레라 발병에 따른 돼지고기의 대일수출 중단은 우리나라에서 돼지고기 하면 삼겹살을 떠올리고, 기름이 많은 부위를 불판에 구워먹는 소비패턴이 지역을 막론하고 대중적인 요리방법으로 자리잡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2010년 FMD가 발생하여 2011년 상반기까지 300만두 이상의 돼지를 살처분하여 국내에서 생산되던 삼겹살의 양이 부족하자,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열화(?)같은 성원에 힘입어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16만톤에 달하는 삼겹살이 수입되어 소비됐다. 2011년에 수입됐던 삼겹살 16만톤은 전 세계에서 국가별로 유통되던 삼겹살의 약 40%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이었는데, 놀랍게도 우리나라 국민들의 삼겹살 사랑으로 가볍게 소진되기도 했다.
2013년 FMD 이후 양돈산업의 심각한 불황속에서 생산자단체인 대한한돈협회의 주도로 국내 양돈장마다 사육되던 모돈 10%를 많은 양돈장들이 어려움을 무릅쓰고 자율적으로 감축하는 놀라운 단결력을 과시, 2014년 올 한해 사상유래없는 호황을 이루고 있다.  특히 매년 10월부터 11월까지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던 돼지고기가격이 올해에는 사상 유래가 없을 정도로 높게 유지되면서 지난해 읍참마속 (泣斬馬謖)의 심정으로 모돈을 자율 감축한 양돈농가들에게 결실을 가져다주었다.
그런데 이같은 변화속에 양돈농가들이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소비자들의 돼지고기 소비패턴에 대한 급격한 변화가 그것이다.
지금까지 그토록 국내 소비자들이 원하던 삼겹살의 수요는 정체되거나 줄어들고, 이제까지 비선호부위라고 불리던 전지, 후지를 비롯한 목살, 등심 소비량이 급격히 높아지는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
양돈산업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은 이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첫째, 2012년부터 시작된 캠핑문화 둘째,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학교급식 셋째, 1천만명 이상 우리나라를 찾는 중국인 여행객(유요커)들을 위시한 외국방문객들의 돼지고기 소비 등을 꼽고 있다. 
먼저 캠핑문화의 효과는 야외에서 소비자들이 숯불에 돼지고기를 구울 때 기름이 숯불로 떨어져 그을음이 많이 생기는 삼겹살의 대체부위로 목심과 비선호부위의 소비가 확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에서 삼겹살의 재고가 많아지고 목심과 비선호 부위의 재고는 오히려 감소, 가격도 높아지고 있는 올해의 기현상은 그 설득력을 높이는 대목이 아닐수 없다.
유요커들의 여행자수가 매우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추세다. 천성적으로 돼지고기를 좋아하는 그들의 돼지고기 소비량은 지금까지 통계에서 고려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중요한 변수로 자리잡았다는 분석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돼지고기 소비행태가 급격히 변하고 있는 추세에 부응할 수 있도록 국내 양돈산업계도 객관적인 분석을 토대로 적극 대비에 나설 때라고 생각한다. 삼겹살위주의 돈육생산 및 유통구조라는 지금까지의 산업구조에서 벗어나 소비자들의 변화에 민감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돈육내 지방이 높고, 등지방이 두꺼운 돈육을 선호하던 소비자들이 지방이 적은 부위를 더 많이 소비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국내 돈육소비도 점차 유럽형으로 변하고 있는 것인 만큼 돼지의 육종, 영양 그리고 사양관리도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에 따라 함께 변해야 함을 예고하고 있다. 사료회사들도 이제는 고효율, 고영양소를 함유, 성장능력을 중시하는 양돈사료보다는 저지방 돈육을 생산할 수 있는 사료 및 사양관리기술을 개발에 나서야 한다.
양돈장들도 돼지의 사육기간을 단축하는데 관심을 갖기보다는 돼지의 성장속도가 느려도 소비자들이 원하는 저지방돈육을 생산하는데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돈육유통업계도 삼겹살에 의존했던 이전의 경영구조에서 벗어나 저지방부위를 소비자들에게 적극 홍보하되 캠핑시 적절한 요리법을 제시하고, 휴대가 간편한 포장단위로 돈육을 포장하는 등의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처럼 소비자들의 소비패턴 변화에 양돈업계가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 이유?. 당연한 답이지만 “소비자들은 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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