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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한우의 특징과 장점 발굴해 무기화하자

 

최창본 교수(영남대학교)

 

한우고기에는 지방이 많아서 사람의 건강을 해친다고 야단들이다. 논란이 불붙은 김에  아예 근내지방도 위주의 현행 한우 육질등급 판정 기준을 바꾸자는 주장도 나온다.
이러한 주장을 하는 개인이나 단체에게 필자는 공개적으로 묻고자 한다. 한우 육질등급 판정 기준을 바꾸고 (근내지방도 기준을 낮추고), 그래서 한우 고유의 ‘맛’과 ‘기능성’ 특성도 사라졌을 때 한우산업은 어떻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지 의견을 듣고 싶다.
한우산업의 미래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고, 지방이 건강에 나쁘다고 하니 그런 주장을 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하신다면 그야말로 무책임한 대답이다. 의사, 학자, 언론인, 소비자 그리고 농가를 막론하고 이러한 주장을 하려면, 최소한 한우의 어떤 지방이, 국민의 어떤 질병에, 얼마나 나쁜 영향을 미쳤는지 분명한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2012년 말 현재 국민 1인당 소고기 섭취량 9.7키로 가운데 국내산 소고기는 4.63키로 (자급률 47.8%)를 차지한다. 그 중에 한우와 육우, 거세와 비거세 및 암소, 육질등급, 우둔, 설도, 사태와 같은 저지방 부위 등을 감안하면 과연 근내지방도 위주의 현행 한우 육질등급 판정 기준이 우리나라 국민 건강에 얼마나 나쁜 영향을 끼쳤는지 필자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 40여 년간 우리나라 국민들의 식이 급원별 변화와 질병 유병율 자료를 분석해 보면, 한우고기의 지방과는 상관이 없다.
1960년 우리나라 국민 평균 수명은 52세, 50년 후인 2010년에는 81세이며, 근내지방도 위주 한우 육질등급 판정 기준이 제정된 1990 이후에도 우리나라 국민들의 평균 수명은 꾸준히 늘어났다. 같은 기간 동안 국민 1인당 소고기 섭취량은 0.5키로에서 8.8키로로 17.6배 증가하였다. 의학의 발달을 비롯해서 수많은 요인들이 있겠지만, 양질의 단백질을 공급하고 있는 한우고기도 그 중의 하나임을 부인할 수 있는 지?
현재 우리나라에서 실시하고 있는 한우 육질등급은 근내지방도, 육색, 지방색, 조직감 및 성숙도 등 객관적인 등급판정 기준에 따라 최종적으로 1++, 1+, 1, 2, 3 및 등외 등급으로 판정한다. 즉, ‘맛’ 등급이 아니다. 한우고기에는 지방이 많기 때문에 고기 (단백질) 맛을 즐길 기회가 없다는 분들은 풀사료를 먹여 지방이 적은 수입소고기를 얼마든 지 사서 즐기시면 된다.
평소 필자와 친분이 있는 일본의 저명한 교수 한 분이 다음 달 (2015년 1월)에 베를린과 런던에 와규고기 판매촉진 행사에 참석할 계획이라고 하신다. 우리보다 육류를 두세 배 더 많이 섭취하기 때문에 지방이 적은 고기를 선호한다고 알고 있는 유럽의 주요 도시에 한우고기 보다 지방이 훨씬 더 많은 와규고기 판매촉진 행사가 가능한 지 물었더니 기막힌 대답이 돌아온다. 와규고기를 와규고기답게 만드는 중요한 이유는 지방이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비싸서 잘 팔리겠냐고 걱정을 해주니 더 기막힌 대답이 돌아온다. 비싸게 파는 것이 전략이라고.
글로벌 시대에 시장 개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해를 거듭할수록 우리나라와 자유무역협정을 맺는 나라 수는 늘어나고, 수입소고기에 대한 관세장벽은 점점 낮아질 것이다. 소고기 자급률이 현재 48%에서 45%로, 40%로, 심지어 30%대로 하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식량안보 문제는 또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필자가 생각하는 답은 ‘특성화’밖에 없다.
김치, 비빕밥, 막걸리는 만들면 되지만, 한우는 생물이기 때문에 단시간에 만들 수 없다. 우리도 모르고 있는 한우와 한우고기의 특징과 장점을 찾아내고, 그것으로 한우를 무장시켜야 한다. 한우는 와규와도 차별되는 독특한 특징이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농가의 자발적인 참여는 물론 대학과 연구기관에서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한우의 특·장점을 찾아내야 한다.
소비자가 찾지 않는 한우는 존재할 수 없다는 인식을 하고 한우 관련 단체와 농가도 스스로 경쟁력을 가지도록 뼈를 깎고 살을 에는 노력을 하여야 한다. 한우 생산, 도축, 유통 및 소비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다시 점검하고 혁신적인 개선 노력을 하여야 한다.
이력제 준수, 베일에 저장한 볏짚 관리, 조사료 생산, 축사 바닥 관리, 생산비 절감, FMD 등 질병 관리, 출하 전 절식, 수송 중 스트레스 저감, 도축장 계류 시설 개선, 도축 전 우체 세척, 도축 전 개체 계근, 도축과 정형.발골 과정에서 미생물 통제, 지육 운반 차량과 운반 상태 개선, 품종과 등급별 정확한 유통, 소비자 교육과 홍보, 변화하는 식생활 패턴에 부응하는 레시피 개발, 한류 붐을 타고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들 대상 한우고기 홍보 등 모든 부분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하여야 한다.
패러다임이 변하는 시기에는 패러다임을 선도하는 자가 역사의 주인공이 되어왔으며, 진화를 하는 자 만이 살아남는다. 우리가 역사적 사명감으로 한우의 창조적 진화를 위해 노력한다면 한우는 반드시 진화로 응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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