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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어린 양에게 배우자

  • 등록 2015.01.23 10:02:31

 

주선태 교수(경상대학교 축산학과)

 

2015년 을미년(乙未年) 양(羊)띠 해가 밝았다. 지난해 우리 축산업계는 말(馬)띠 해라 그랬는지 말이 많고 시끄러웠던 한 해였지만 올해는 양띠 해를 맞아 하늘 높이 비상하는 양양(揚揚)한 일 년이 되길 소망해본다. 하지만 양이 천성적으로 온순하고 약해보여서 그런지 거칠게 밀어붙이는 외부환경을 보면 올 한 해도 우리 축산업계가 그리 녹녹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지 않아도 밖에서 부는 FTA 바람 때문에 걱정이 태산인데 엎친 데 덮친다고 새해벽두부터 FMD도 심상치 않다. 지금 상황은 누가 봐도 우리 축산농가들의 앞날이 어둡기 그지없다. 지금까지 악다구니를 부리며 지켜왔던 국내 축산업의 울타리가 안팎으로 무너져 내리는 형국이다. 울타리가 무너지니 온순하고 약한 양들이 저 살벌한 늑대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되는 모습이다. 이제 사회적 약자인 축산농가들은 생존을 위협받으며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 5년간 한우사육을 포기한 농가의 수가 6만을 넘어섰다.
국내 정치상황도 갈수록 태산이다. 지난 5년간 대학교수들이 매년 설문조사를 통해 발표했던 올해의 사자성어를 살펴보면 앞이 깜깜하다. 2010년 장두노미(藏頭露尾: 진실은 필히 드러남), 2011년 엄이도종(掩耳盜鐘: 귀를 막고 종을 훔침), 2012년 거세개탁(擧世皆濁: 세상이 온통 탁함), 2013년 도행역시(倒行逆施: 순리를 거슬러 행함), 2014년 지록위마(指鹿爲馬: 윗사람을 농락하여 정권을 마음대로 휘두름). 하나같이 암울하기 짝이 없다. 이런 상태라면 2015년은 양의 해라 양두구육(羊頭狗肉: 양머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팜)이 될 듯하다.
하지만 아무리 우리 사회가 암울하고 축산업의 전망이 힘들어 보여도 희망을 접고 포기하면 안 된다. 우리가 이 땅의 축산을 지키는 것은 우리 국민의 영양과 민족적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양의 새해를 맞이하여 하늘로 비상하는 양양한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소망을 꿈꾸고, 축산인들이 어깨를 펴고 살아가는 세상이 올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꿈꾸는 자가 소망을 이루는 법이고,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자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이기 때문이다.
우리 축산인들은 양의 해를 맞이하여 ‘어린 양’에게서 배워보자. 어린 양이 소망이자 믿음이다. 어린 양은 사람에게 고기와 젖뿐만 아니라 털과 가죽까지 제공하는 하늘의 선물이다. 어린 양은 법이 없어도 살 수 있을 정도로 성품이 온순하다. 포유류 새끼 가운데 유일하게 양만 무릎을 꿇고 앉아 어미젖을 빨아먹는다. 어미가 새끼를 배려하는 것인지 새끼가 어미를 배려하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어린 양이 무릎을 꿇고 어미젖을 빠는 모습은 감동이다. 서로 배려하는 사랑이 읽혀지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은 양과 너무 닮았다. 우리는 다 양과 같아 겁도 많지만 고집도 세서 각자 제 갈 길로 간다. 그래서 자주 길을 잃고 헤매는 특성도 비슷하다. 하지만 기본적인 성정이 온순하기 때문에 고집만 세우지 않으면 서로 다툴 일도 없다. 어린 양은 무슨 일이든 아전인수(我田引水)하지 않고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자세도 좋다. 그러므로 힘이 들수록 어린 양처럼 한 해를 살아보자. 우리 축산인들이 어린 양처럼 서로 배려하고 똘똘 뭉친다면 우리 축산업은 아직 희망이 남아 있다.
그런 희망을 가지고 2015년에 다가 올 변혁과 혼돈의 시기를 준비하자. 먼저 정부와 국회 및 지자체가 축산인들이 딛고 설 발판인 각종 법령과 제도 등을 마련할 수 있도록 힘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소비자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해 만족시키고, 수입축산물과의 경쟁에서 이김으로써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올 3월 11일에 처음으로 실시되는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매우 중요하다. 단순히 조합장이 되고 싶어 출마한 사람보다 어떤 일을 하고 싶어 조합장에 출마한 사람을 선출해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정말 일을 할 줄 아는 유능한 조합장들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2015년은 지구촌의 자유무역 확대를 위해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출범한지 20년째 되는 해다. 이제 축산물 시장의 문은 전 세계로 완전히 열렸다. 그 열린 문으로 외국의 축산물이 물밀 듯이 밀려들어 오겠지만, 반대로 그 문을 통해 우리 축산물이 해외로 진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길이 구절양장(九折羊腸)처럼 험한 길이겠지만 우리 축산인들이 어린 양의 마음과 자세로 서로 배려하고 똘똘 뭉친다면 헤쳐 나가지 못할 길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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