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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식량안보와 축산

  • 등록 2015.02.13 11:29:11

 

양 창 범 박사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

국민의 행복을 지켜주는 원초적인 힘은 무엇일까? 그것은 식량의 안정적인 공급이다. 2013년 세계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8억 6천여만명이 매일 배고픈 채로 잠이들고, 어린이 4명 중 1명(6억 6천여만명)은 영양실조로 성장을 저해당하고 있고, 1억명은 표준체중 이하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1970년대 보릿고개를 넘기 전까지는 크게 다를 바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최근에 우리나라의 식량사정은 어떠한가? 곡물자급률(사료용 포함)은 23.1%(’13년 기준)이고, 식량자급률은 47.2%로 낮은 편이다. 다만 식량안보의 개념을 도입하여 재해석한다면, 항시 안전하고 식량공급이 가용가능하고 접근가능하다고 볼 수도 있다. 즉 우리나라의 경제력을 감안한다면 곡물자급과 수입물량을 균형적으로 이루어 나간다면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의한 곡물생산량 및 곡물가격의 등락폭이 너무 크고, 전 세계의 여러 나라에서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도시화 증가는 경지와 물 부족의 문제를 빠르게 유발시켜 식량생산을 크게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그리고 세계의 곡물 수급과 축산물 생산과 관련하여 큰 변수는 중국(中國) 축산의 구조변화이다. 중국의 육류 소비량과 수입 전망(USDA, 2014)을 살펴보면, 총 육류소비량은 ’13년 7천530만 톤에서 ’23년 9천70만 톤으로 증가할 것이고, 육류수입량은 ’13년 147만톤에서 ’23년에는 243만 1천톤으로 증가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축산이 곡물사료를 주로 사용하는 기업형 축산으로 전환된다는 것이며, 자연스럽게 곡물 수입량 증가로 이어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곡물수입시장에서의 우리나라와 경쟁 관계가 될 수도 있으나, 한편으로는 대중국 축산물 수출의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식량안보와 축산의 관계를 간략히 살펴보자. 전 세계적으로 축산업에 종사하는 인구는 약 10억 명이고, 인간이 필요한 식량의 30% 이상을 축산물에서 제공한다고 한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경우 식품에너지로 20%, 단백질 48%를 제공(FAO, 2009년)하며, 농가소득 측면에서 중추적인 산업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축산은 농립업생산액(’13년 기준)의 30.8%(약 16조원)를 차지하고 있고, 품목별 생산액 순위 중 10위내에 돼지 등 5가지 축종이 올라가 있다. 이는 쌀을 포함한 곡류 위주의 식사에서 육류 위주의 식생활로 전환되고 있으며, 쌀과 함께 육류가 주요한 식량으로 확고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을 저하시키는 주된 원인으로 항시 지적되고 있는 축산업이 ‘지속가능한 축산’ ‘국민의 참된 식량자원’으로 안정적인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도 많은 것 또한 현실이다. 즉 축산과 환경의 공존 문제, 사료비 절감과 사료 자급률 향상, 가축질병 방지 등이다. 최근 축산농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FMD와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HPAI) 발생으로 축산경제에 어려움을 주고, 국민들의 불편을 지속적으로 발생시키고 있는 것이 한 예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식량안보를 지키고, 지속가능한 축산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것들이 필요하고 해결되어야 할 것인가? 우선 축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몫으로는 기후변화(이상기온)에 대응한 우량 품종(종축과 사료작물) 생산, 축산환경 개선과 동물복지, 가축 질병 예방, 가축 생산비 절감, 축산물 자급률 향상과 축산물 수출 확대 등이 주요 과제이다. 이러한 과제 가운데 종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농식품부의 주관으로 산학연이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골든시드프로젝트(GSP), 사료작물 중핵심 초종인 이탈리안라이그라스(IRG) 종자의 육성과 보급(국립축산과학원)은 종자주권 확보와 조사료 자급률 향상을 위한 좋은 노력의 사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소비자 또는 국민의 입장에서 노력하고 함께 풀어야 할 과제도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중의 하나가 음식물쓰레기(남은 음식물) 줄이기가 식량안보라는 인식이다. 우리나라에서 버려지고 있는 음식물쓰레기와 관련된 경제적 가치 손실은 약 20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음식물쓰레기를 보다 효율적으로 처리하여 자원화하고, 음식을 알뜰하게 먹는 식습관도 중요하다.
또 하나는 양질의 농축된 단백질 공급원인 우리 축산물을 많이 소비해주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보고에 의하면 소비자들의 ‘국내 농산물 충성도’는 갈수록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원산지에 상관없이 ‘품질이 좋고 싼 농산물’을 구입하겠다는 도시민 비중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것으로 의미하는데, 이를 극복하고 보답하기 위해서는 농축산인들의 노력과 함께 국산 농축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배려와 더 많은 사랑도 절실한 것이다.
사전적으로 안보라는 개념은 “위험으로부터 보호되고 있거나 노출되지 않은 상태”라고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식량생산의 위험으로부터 잘 보호되고 있는지? 축산물을 포함한 식량이 안전하고 안정되게 잘 공급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잘 공급될 것인지를 되물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총과 칼로 싸우는 전쟁보다 더 무서운 것이 식량전쟁이라고도 한다. 식량안보와 축산, 양날의 칼과 같은 것으로 이해되기도 할 것이나, 이제 국민의 주식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을 한 축산물 생산을 위하여 축산인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함께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업인들에게 국민들의 격려가 필요한 절실한 시기이다.
우리 국민들이 가난한 시절에는 밥심(밥을 먹고 나서 생기는 힘이라는 뜻)으로 살았다고 한다면, 이제는 밥심과 함께 고기의 힘과 우유의 힘으로 건강을 유지하며 살아야하는 시대이다. 따라서 육류자급률을 높이는 것이 곧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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