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선태 교수(경상대학교 축산학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조합장 선거가 끝났다. 전국 1326개의 농·축협, 수협, 산림조합은 새로운 조합장의 선출을 끝내고 이제 새로운 시대를 시작한다. 하지만 그동안 선거운동 과정에서 드러났던 수많은 불미스러운 일들로 인해 각 조합들의 앞날이 순탄해보이지만은 않는다. 특히 축협에서 문제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축산인들의 우려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선거 9일 전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9~10월 농협중앙회 축산경제부문과 지역 농·축협조합 11곳에 대해 감사를 벌여 위반행위 180건을 적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선거와 관련해서 현직 조합장이 다음 선거를 위해 선심성 예산집행을 하였다고 하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앞으로 두고두고 시끄러울 것 같다. 사실 지금까지 조합장 선거는 금품과 향응 제공에 얽힌 부끄러운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다. 따라서 이번 동시 선거를 계기로 확연하게 변화된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었어야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말았다.
그동안 선출된 조합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그때마다 보선에 따른 비용도 상당하여 국민들의 눈초리가 곱지 않았는데, 부디 이번에는 그런 경우가 없기를 바랄 뿐이다. 이번 전국 조합장 동시선거도 그동안 전국적으로 조합장 선거에서 발생했던 금품과 향응 제공 등 많은 부정을 없애고자 법을 개정하여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선거과정에서부터 언론에서는 5억 원을 쓰면 당선되고 4억 원을 쓰면 떨어진다는 5당 4락 운운하였다.
조합장 선거에 유독 불법행위가 많은 이유는 조합장이 가지는 영향력, 즉 경제력과 명예, 권력이 크기 때문이다. 일단 조합장이 되면 웬만한 기관장 못지않은 권한을 가지게 된다. 조합 인사권은 물론이고 예금 대출과 같은 신용사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조합의 경제 사업에도 관여하면서 인맥을 닦아 정치권에 진출하여 기초의원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조합장으로 근무하며 인지도를 쌓아서 시의원이나 군의원으로 출마하여 당선된 조합장들이 상당수에 이른다.
조합장의 연봉도 만만치 않다. 보통 5천만 원에서 1억 원 수준인데 경우에 따라서는 업무추진비까지 합쳐 1억 원이 넘는 연봉에 차량과 운전기사까지 제공되는 곳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격이 미달인 사람까지 너도나도 조합장이 되고자 출마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조합장은 조합의 경영자이기 때문에 경영의 능력이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조합장은 공직자인 정치인과 근본적으로 다른 직책이라는 말이다. 부디 이번에 선출된 조합장들이 이 차이를 명심하길 바란다.
정치인과 달리 경영자이어야 할 조합장은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가 무엇보다 깊어야 한다. 조합은 사업체이고 조합장은 그 사업체의 최고경영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합장은 최고경영자로서의 역할을 잘 알아야 할 것이다. 조합장은 조합의 총회나 이사회 등 조합원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을 실행할 책임이 있다. 또 사업의 운영계획을 수립하고, 조직·인사 등에 대한 전반적인 통제를 수행할 줄 알아야 한다. 또한 조합원 회의에 참여하여 경영현황을 잘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조합의 경영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업물량을 확대하고 원가를 절감하며 신기술을 도입할 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조합원 전속거래나 이용규모에 따른 배당 등을 통해 조합원의 협력을 끌어낼 수 있는 조정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조합장 당선자는 조합의 미래를 위해 능력과 실력을 함양하고, 또 모르는 부분이 있다면 겸손한 자세로 공부를 하여 배워야한다. 지금 축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FTA로 인해 축산농가의 피해가 예측이 안 될 정도로 클 것으로 예상되고, 따라서 이로 인한 조합의 미래도 불투명한 실정이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 조합장의 능력과 실력이 부족하면 그 조합의 앞날은 결코 장담할 수 없다. 지난 시절처럼 좁은 지역에서 지연, 혈연, 학연 등에 얽혀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조합을 경영하고 운영한다면 조합원 모두의 공멸로 이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또 선거의 후유증도 빠른 시간 안에 잠재워야 한다. 지난 선거 기간 동안 과열된 선거운동으로 모든 조합원들이 분열되고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하지만 이제 선거가 끝난 만큼 조합의 앞날을 위해 빨리 다시 하나로 뭉쳐야 한다. 부디 조합장 선거에 당선한 당선자가 세상을 다 가진 듯 지나치게 교만하지 않길 바란다. 또 선거에 낙선한 낙선자들이 세상을 다 잃은 듯이 지나치게 절망하질 않길 바란다. 그 옛날 솔로몬 왕이 말했듯이 이 또한 다 지나가는 것이다. 이번 전국의 축협 조합장에서 출마했던 모든 축산인들이 이 말을 명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