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범 박사(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
가축개량은 왜 하는가? 대답은 간단하다. 가축의 능력을 극대화 시켜 ‘경제적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함’이다. 일반적으로 가축개량은 가축의 유전적 소질을 개선하여 생산능력을 높이거나, 효율성을 증진시켜 인류의 생활을 윤택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왜 경제적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함이라고 대답하는가? 그 이유는 가축 개량에는 많은 예산과 인력이 투입되고, 오랜 기간이 소요되며 더 나아가서 철학까지도 요구되는 과학이고 기술이며, 그 성과에 의한 경제적 파급 효과는 수백·수천 배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가축개량은 국가 또는 축산농가의 핵심과제이며, 축산 강국으로 가는 열쇠라고도 하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가축개량의 역사가 선진 축산국가들에 비하여 훨씬 짧고, 전문 인력과 기반시설도 매우 취약한 환경에서 이루어낸 성과를 간략히 살펴보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한우의 경우 12개월령 수소의 체중에 대한 개량량은 매년 1.03 kg(2000~2013년까지 분석한 자료)이고, 젖소의 유량은 매년 약 100kg씩 증가(1999~2011년까지 305일 유량 분석)하였고, 돼지(두록 품종)의 90kg 도달일령은 매년 0.88일 단축(2000~2013년까지 분석한 자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성과는 그간 가축개량 유관 기관들인 농림축산식품부, 국립축산과학원, 농협(한우개량사업소 등), 한국종축개량협회 등이 각각의 기능과 역할에 충실하였고 가축개량에 대한 협력한 노력의 산물이며, 축산농가에서도 가축개량에 대한 중요성을 잘 알고 실천한 소중한 결과라고 생각된다.
최근의 가축개량에 대한 동향을 살펴보면 시스템과 분석 기술(도구) 등의 발달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고, 소비자 요구와 기후변화 등에 대비한 가축개량의 트렌드 또한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이는 육종학자들에게 더 많은 책임과 노력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며, 미래 지향적인 가축개량에 대한 고민과 역량 제고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이와 관련하여 평소 아쉬움을 느꼈던 점에 대하여 짧은 고찰과 함께 제언을 드리고자 한다.
먼저 가축을 개량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학문들이 상호 연계되어 시너지효과를 도출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학문적 환경의 특수성과 폐쇄성을 고려할 때 반성과 분발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기이다. 즉 가축개량은 동물의 유전현상을 연구하는 유전학, 유전자 구조와 기능을 연구하는 분자생물학, 통계학에 기초하여 유전정보를 분석하는 생물정보학, 가축번식 생리를 연구하는 번식생리학, 가축의 구체적인 개량 방법을 연구하는 가축육종학, 시설환경에 대한 가축 적응성을 연구하는 축산환경학, 효율적인 자료 분석을 위한 기본도구인 정보통신기술(IT) 등이 모인 연구의 집합체라고 볼 수 있다. 각각의 학문은 세계의 학문 발전 추세에 발을 맞추어 나름 학문적인 성과가 도출되고 있으나, 가축개량에 대한 과제 기획과 조정(통합화), 미래에 대한 통찰력의 집약은 아직도 취약하다는 생각이다.
예를 들자면 최근에 범세계적으로 연구비를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유전체 선발(Genomic Selection)에 대한 연구의 경우 연구목적과 효과에 대한 예측을 명확화할 필요가 있다. 나름 학문적인 위상제고와 현장 활용에 대한 고민을 산학연이 함께 녹여가고 있다고 생각되나, 연구목적 및 활용방안에 대한 목표가 개괄적 또는 단편적인 면이 있다. 즉 기후변화에 대응한 지속가능 가축개량은 어떤 연구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하여 보다 명확한 공통분모를 도출하고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관련 연구에서 도출된 정보를 어떻게 통합 활용하고, 기초적인 연구와 응용 연구에 대한 균형적인 발전은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물음을 던져본다. 네덜란드의 경우를 보면 유전체 관련 연구 결과를 어떻게 가축개량(현장)에 접목할 것이며, 어떤 개량과제와 연계하여 효율적으로 활용한 것인가 하는 것을 먼저 고려하고 있다. 아울러 지속적으로 연구과제간 토의 또는 현장과의 소통을 통하여 상호 시너지를 이루고자 하는데도 많은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실제로 질병(PRRS, PED 등)에 대한 저항성이 강하고 경제형질(산자수, 사료요구율, 강건성 등)에 대한 능력이 우수한 돼지 개량, 기후변화에 대응(Heat Stress, 메탄저감 등)하는 육우와 젖소 개량 등의 연구 과정에서 유전체 연구 분야와 가축개량 전문가 그룹과 상호 지혜를 공유하고 문제를 풀어 나가는 협력문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속담에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라는 말이 있다. 유전체 분야와 전통육종(현장의 가축개량 전문가)과의 충실한 연구 결합과 소통이 더 필요하고, 전문가간의 이해와 존중 또한 필수적인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특정 기능유전자를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산업현장에 활용하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많은 장애요소가 도사리고 있고, 관련 기술간 융복합이 잘 이루어져야 좋은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라고 본다.
다른 하나는 가축개량에 대한 농가(현장) 데이터의 지속적인 확보이다. 선진 축산국의 경우 각 축종별로 역사적인 개량추세(성과)를 잘 읽을 수 있다. 네덜란드의 경우에는 가축(돼지) 개량의 역사가 오래된 원인도 있겠지만, 돼지능력(일당증체, 사료효율, 등지방두께 등)에 대한 개량 추세를 193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비교 분석하고, 다른 축종도 이와 유사한 기록과 비교분석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농가(현장) 성적을 대표할 수 있는 객관적인 능력검정 자료는 향후 가축개량 목표 설정과 정책 추진에 기본이 되는 자료이며, 가축개량의 경제적 가치를 산출하는데 매우 유용한 자료이기 때문이다. 국립축산과학원에서는 국가단위 돼지 및 가금 개량 목표 설정을 위하여 농가 모니터링 과제를 수행하고 있으나, 방역상 현장 방문 제한과 조사 성적의 단절 등으로 데이터 수집과 분석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종돈장과 종계장 등에서 평상시에 조사, 수집된 자료를 유관기관 또는 관련 연구자들과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를 토대로 개량성과의 추이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개량 방향을 설정함으로서 축산농가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축개량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해당 전문가 혼자만이 아닌 산학연 공동연구의 활성화를 통해서 함께 멀리 가는 가축개량사업이 되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