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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FMD가 뜨면 설사가 멎는다?

  • 등록 2015.03.25 11:01:40

 

이중복 교수(건국대학교 수의과대학)

 

지유행성설사(PED)바이러스는 1992년 대한민국에 처음으로 나타난 이래로 겨울에 집중적으로 설사병을 일으키면서 돼지 농가에 지속적인 피해를 입혀왔다. 그러나 국가동물방역통합시스템(KAHIS)의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FMD가 전국적으로 발생했던 2011년~2012년 사이에 질병의 발생이 급격히 감소한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농림축산검역본부는 2014년 11월 발표 자료를 통해 FMD 발생에 따른 가축 살처분 조치, 농장별 소독·차단방역 강화, 가축 재입식 등의 영향으로 돼지유행성설사병 발생이 감소하였다고 분석하였다.
흥미로운 것은 돼지유행성설사병이 2013년부터 국내에 다시 발생했으며 2014년 한 해 동안 큰 피해를 입혔다. 그러나 FMD가 재발함과 동시에 또다시 돼지유행성설사병 발생이 감소하였고, 이는 2011년~2012년 사이에 나타난 양상과 유사했다. 그 이유는 2014년 농림축산검역본부의 분석한 결과와 일치할 것으로 보인다.
돼지유행성설사(PED) 바이러스는 코로나비리디에 속한다. 코로나비리디의 유전체는 RNA핵산이다. RNA핵산은 변이가 매우 빠르게 일어난다는 특징이 있다. RNA핵산이 변이를 일으키는 원리 중 하나는 재조합이다. 재조합이란 서로 다른 바이러스의 유전체가 합쳐져 새로운 바이러스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즉, 한 농장에서 유행하고 있는 바이러스가 인접한 다른 농장에서 유행하고 있는 바이러스와 만나면 전혀 새로운 바이러스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변이는 백신을 이용한 질병 방어에 문제를 일으킨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시판중인 PED바이러스 백신의 방어 효능 평가를 2014년 7월에 실시하였다. 평가 결과 돼지 유행성 설사 백신의 폐사 방어 효능은 80%내외이고, 설사 이환 방어 효능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볼 때 백신의 효능이 제한적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백신이 작용하는 주요 원리는 가축이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미리 만들게 하는 것이다. 백신을 접종하면 동물의 체내에서는 그 중 일부를 항원결정기로 하여 항체를 만든다. 어떤 조각이 중화 항체를 만드는 중화항원결정기가 될 것인지는 바이러스마다 정해져 있다. PED바이러스도 중화항원결정기는 일부가 밝혀져 있다. 한 논문에 의하면 2013년에 유행한 PED바이러스의 중화항원결정기를 분석한 결과 현재 사용하고 있는 백신의 중화항원결정기와는 차이가 있다.
이처럼 유행하는 바이러스의 중화항원결정기와 백신 바이러스의 중화항원결정기가 일치하지 않게 된 원인은 바이러스의 변이 때문이다. 최근 중국에서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2008년 이전에는 중국 국내에 병원성이 낮은 PED바이러스만이 유행했으나, 한국에서 PED바이러스(Chinju99)가 유입되었으며 그 이후에 병원성이 높은 종류의 바이러스가 유행했다고 한다.  한 논문에 의하면 2013년부터 국내에 유행하고 있는 돼지유행성설사바이러스는 2012년 중국에서 유행한 바이러스와 매우 유사하다고 보고했다.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은 설명이 가능하다. 어떤 경로를 통해 돼지유행성설사(PED)바이러스가 한국에서 중국으로 건너갔으며, 중국에서 다양한 종류의 PED바이러스와 재조합을 일으켜 병원성이 높은 새로운 바이러스를 만들어 냈다. 그 새로운 바이러스가 다시 한국으로 넘어왔고, 이 바이러스는 전혀 새로운 종류의 바이러스이므로 백신의 효과가 감소할 수밖에 없었다.
PED바이러스의 재조합을 막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대책은 차단 방역이라고 생각된다. 한 논문에 의하면 미국에서는 도축장에 드나드는 차량은 여러 농장을 경유한다는 점에 착안하여 하차 전과 도축장에 들어가서 돼지를 하차한 후 차량에서 돼지유행성설사 바이러스가 검출되는지 조사하였다. 그 결과 돼지를 하차하기 전에는 PED바이러스에 음성이었던 차량 중 5.2%가 돼지를 하차한 후에 양성으로 나타났다.
이 논문의 저자는 하차 과정에서 도축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차량에 탑승하였거나, PED바이러스로 오염된 차량이 하차한 직후 다음 차량이 하차한 경우 차량의 오염 확률이 급 상승 한다고 주장하였다.
축산업에서 질병을 통제하는 모든 활동은 비용과 직결된 문제이다. 그러므로 질병의 경중에 따라 그 대처 또한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눈앞의 비용만을 고려하여 느슨하게 대처하면 병을 키울 수 있다. 그러므로 FMD와 같은 국가 재난형 질병이 아닌 경우에도 철저하게 소독과 방역 활동에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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