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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축산업 경쟁력 확보와 축산과학의 역할

  • 등록 2015.04.24 10:22:50

 

양 창 범 박사(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

 

지난 4월 13일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발표한 ‘2014 농림수산식품 주요통계’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의 1인당 평균 육류 소비량은 42.7kg이다. 이는 한사람이 하루에 약 117g을 먹는 셈으로, 30년 사이 4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육류소비량은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늘어나는 현상은 아니며, 대부분의 나라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즉 세계인이 소비한 축산물은 연간 276백만 톤(2010년 기준)이고, 2030년에는 379백만 톤까지 증가하고, 2050년에는 537백 톤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처럼 축산물 수요의 증가는 축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축산과학자들에게는 그 만큼의 역할과 책임감을 요구한다.
그렇다면 축산과학이란 무엇인가? 새삼스러운 물음일 수도 있겠지만,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인간이 필요로 하는 식량(영양소)을 공급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가축을, 과학적으로 생산·이용하기 위하여 수반되는 종합적인 학문이며 그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최근 국제적 축산과학의 발달 추세를 고려하여 그 역할을 크게 3가지로 나누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식량안보(Food Security)를 지탱하는데 기여하는 것이다. 안정적으로 좋은 품질의 축산물을 생산·공급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전 세계 모든 축산연구자가 제일 먼저 고민을 하는 핵심 주제가 ‘가축의 사료효율 개선’ 이다. 가축생산비의 50∼60%를 차지하고 있는 사료비 문제는 곡물가 변동(폭등)에 대비하고 곡물자급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둘째는 건강(Health)과 관련된 것들이다. 즉 가축질병 예방과 치료에 필요한 새로운 백신개발, 식품안전과 인수공통전염병 통제, 사료를 통한 가축 건강 증진 등이 이 연구 범주에 속할 것이다.
셋째가 생산자와 소비자의 상호 책무(Stewardship)에 관한 것이다. 축산물 생산에서 유통까지 일명 ‘Farm to Table’ 과정에서 신뢰 구축을 실현하기 위한 과학적인 해석과 방법을 잘 제시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축산물이력시스템(Traceability), 고기와 우유 등 축산물 섭취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구명하는 것이다. 따라서 축산과학의 역할에 대한 최종 지향점은 축산농가에게 경제적인 이익을 극대화 시켜주고, 소비자에게는 항시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양질의 축산물 생산과 소비에 관한 종합화된 기술 개발인 것이다.
그러면 세계 제1의 돼지 생산성을 이룬 덴마크의 사례를 통해 축산과학과 생산자의 역할, 그 교훈에 대하여 간략히 살펴보자. 덴마크 양돈산업의 경쟁력은 크게 2가지 단어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즉 섬세함(Detailed)과 최적화(Optimized)이다. 덴마크에서 돼지의 PSY(Pigs Weaned per Sow per Year : 어미돼지 한 마리당 연간 이유마릿수) 30두 달성을 위해서 각 단계별로 어떤 것을 어떻게 관리하느냐 하는 물음에 대한 1차 대답은 모든 관리 항목(요소)에 대하여 ‘섬세하게 실행하는 것이다’라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돼지 사육 시 최대의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경제적 손실(또는 이익)과 관련이 되는 ‘사양관리 요소들을 최적화’하는 것이다. 이 2가지 핵심 철학을 실천에 옮기는 데는 축산과학자와 현장(양돈농가)에서 맡은바 올바른 역할 수행과 신기술이 잘 접목되어 이루어 진 것으로 판단된다. 그 결과로 돼지생산성 핵심지표 중의 하나인 PSY는 30두(상위 25% 농장은 32두)에 이르렀다. 또한 육성에서 비육완료까지의 일당증체량은 894g(상위 25% 농장은 971g), 사료요구율은 1.93(상위 25% 농장은 1.79)을 달성하였다(2013. Pig Research Center 보고서).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축산, 우리나라의 양돈 산업은 세계 최고의 경쟁력 또는 생존력을 가진 산업으로 키울 수는 없는 것일까? 쉽게 대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꿈은 키울 수 있는 것이고, 노력할 가치도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축산과학 기술과 산업현장에서 할 수 있는, 꼭 해야만 하는 전략과 목표를 세워야 할 것이다. 덴마크의 양돈 전략 목표 중 한 가지를 사례를 살펴보자. MSY 35두 달성(최근에 마련된 목표)을 위해서는 1단계로 생존산자수가 16.6두, 2단계로 이유전 폐사율은 10%로 이하로 낮춘다. 그리고 3단계는 연간 모돈의 분만회수(회전율)는 2.35, 4단계(결과)가 MSY 35두를 달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를 토대로 하여 우리나라에서도 세계 최고의 돼지 생산성을 달성하기 위하여 몇 가지 질문을 해볼 수 있다. 먼저 모돈(어미)의 현재 능력(산자수, 이유자돈수, 이유일령, 이유시 체중 등)은 어떤가? 그리고 이유(離乳)후 관리 문제(이유후 폐사율, 일당증체량, 30kg 도달일령, 사료효율 등)는 어떠하며, 육성과 비육완료(도축)까지의 문제(일당증체량, 사료효율, 도체중, 살코기 비율, 폐사율 등)는 어떻게 다루어지고 있는지를 냉철하게 진단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비용의 개념과 과학적인 접근이라는 것이다. 즉 농가에서는 어떻게 하면 최대의 수익(이윤)을 얻을 수 있는가를 고려해야 할 것이며, 축산과학 기술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어떤 수단과 방법을 기술적으로 제공해야 하는지를 잘 파악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양돈분야 뿐만 아니라 한우와 젖소, 닭 등 모든 축종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어떤 문제점이 있고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최선인가(?)’ 이러한 물음에 대하여 축산과학 기술에 종사하는 연구자들은 현장의 목소리를 진솔하게 들으면서 함께 연구하고 개선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축산업의 경쟁력은 과학기술로만으로 풀 수는 없다. 왜냐하면 모든 과학기술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듯이 축산과학도 하루아침에 획기적으로 변화 또는 발전하기가 어렵다. 또한 다른 학문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전통적인 학문의 틀 속에서 움직이고 다양한 여건을 고려하여 현장에 적용해야 하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하인리히 로러 박사가 말처럼 ‘과학에 한계는 없다. 다만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과학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뜻을 잘 음미하면서 대학과 연구소에서 새롭게 하루의 연구를 시작해보자. 또한 이러한 고민이 현장애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원동력(기술개발)으로 승화시켜 나가고, 축산농가에서도 축산과학에 대한 이해와 존중, 섬세한 자기실천(기록)이 함께 이루어진다면 축산업의 경쟁력은 기대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제고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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