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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건강기능식품’ 자격과 발효유의 가치

  • 등록 2015.06.05 10:03:36

 

윤성식 교수(연세대)

 

유산균은 수많은 균종이 있고, 지금도 새로운 종들이 속속 학계에 보고되고 있다. 소위 유산균이란 당을 대사하는 능력에 따라서 편의상 구분하는 특정 미생물 집단이다.
그들은 포도당을 발효하여 젖산을 많이 생산하는 능력 때문에 타미생물과 뚜렷이 구별된다. 초산과 젖산을 3:2 비율로 합성하는 비피도박테리아(비피더스균은 올바른 표현이 아니다)는 분류학적으로는 초산균의 일종이지만 넓은 의미에서 유산균에 포함시킨다.
각 유산균은 각자 살아가는 생활 터전이 상이하다. 토양, 김치, 오이, 과일, 포도주, 막걸리, 요구르트, 빵, 심지어 벌의 타액에서 분리한 유산균도 있을 정도다. 유산균은 주변 환경을 산성으로 만드는 능력 때문에 이웃 다른 세균들의 증식을 막는다. 그러므로 유산균이야말로 생태계에서 텃밭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녀석이다.
그러나 자연에서 제한된 영양소를 얻기 위해 경쟁해야 하는 다른 미생물의 입장에서 보면 유산균은 호감이 가는 이웃이 아니다. 치명적인 유기산을 분비하여 자신들의 삶을 위협하는 조폭정도로 보인다. 이처럼 끈질긴 녀석들이 우리 인간의 장내에서는 건강지킴이로 활동한다는 깜짝 놀랄만한 학설이 등장하였다.
유산균으로 발효한 요구르트를 즐겨 먹는 사람들은 그래서 장수한다고 주장한다. 최근에는 섭취하는 음식과 장내 미생물의 균총이 어떻게 구성되는가에 따라서 질병, 건강상태, 수명 등이 좌우된다는 이론으로까지 진화 중이다. 장내 미생물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인간의 장 속에는 자신의 체세포 수보다 약 10배나 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으니 우리 몸에는 내 것 아닌 남의 세포가 훨씬 많다. 그들은 단순히 내 몸속에서 밥만 얻어먹는 불청객이거나 지나쳐 가는 여행객이 아니다. 오히려 때로는 우리 몸에 필요한 물질을 합성·분비하며, 때로는 우리 몸이 할 수 없는 일을 대신해주는 보이지 않는 기관인 셈이다.
모유에는 유당이 많은 반면 완충작용이 있는 인산염이 적게 들어있다. 그러므로 모유가 젖산균에 의해서 장내에서 발효되면 빠르게 pH가 낮아져서 해로운 세균이 자라기 어려운 환경이 된다.
이처럼 장내에서 유용한 작용을 하는 살아있는 미생물을 안티바이오틱스(antibiotics, 항생제)의 반대 개념인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 생균제)라고 부른다. 당연히 프로바이오틱스의 대명사는 우리에게 이롭다고 알려진 유산균이 되었다.
그러면 유산균은 모두 유익한가? 한마디로 유산균의 능력은 균종에 따라서 능력 면에서 차이가 크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유산균종을 자연계에서 분리하고 프로바이오틱스로서 이용할 만한 기능성을 가진 균종을 찾아내는 일종의 보물찾기 놀이에 열성이다.
벌써 항균물질 생산주, 콜레스테롤 분해주, 항아토피주, 항헬리코박터주, 항암주, 항바이러스주, 체중 조절주, 면역활성 조절주 등이 발굴되어 학계에 보고되었다. 그러면 유익한 유산균으로 발효시킨 유제품은 건강기능식품인가라는 의문이 생긴다.
현행법에 따르면 ‘건강기능식품’이란 인체에 유용한 기능성을 가진 원료나 성분을 사용해 제조·가공한 식품이다. 그리고 인체의 구조 및 기능에 대하여 영양소를 조절하거나 생리학적 유용한 효과가 있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발효유제품에 아무리 많은 수의 유산균이 함유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생균수 기준만으로 건강기능식품 자격을 판단 할 수 없다고 판단된다.
식품위생업무가 농식품부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로 통합된 후 2년이 넘게 지났다. 기존 축산물위생관리법에서 허용되었던 발효유의 ‘유용성’은 아직 식약처 건강기능식품법이 규정하는 ‘기능성’으로 인정되지 못한 채 잠자고 있다. 그러나 우유라는 영양덩어리를 유산균으로 발효한 다음 추가적로 기능성을 가진 유산균이나 생리활성이 인정된 원료를 첨가한 제품이라면 일단 건강기능식품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본다. 단, 해당 기능성 제품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입증(scientific evidence)할 수 있어야 하고, 해당 원료의 함량, 섭취량 및 섭취방법, 섭취 시 주의사항, 확인시험법 등까지도 제시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
단순히 요구르트에 효능이 검증되지 않은 다수의 유산균종을 마치 비빔밥처럼 섞어 넣고 기능성유제품이라고 홍보한다면 믿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지난해 발표된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무려 1조8천억원 정도에 달한다. 여기에 기능성발효유가 가세한다면 그 시장은 크게 신장할 것이다. 물론 해외 수출도 기대할 수 있다.
우유소비 침체 때문에 경영이 어려운 낙농업계에게 기능성발효유의 건강기능식품 진입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지금처럼 의약품에 버금가는 까다로운 인증절차를 정하여 건강기능식품을 엄격히 규제하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소비자를 보호하는 측면에서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국내 식품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될 것이다.
유가공업계는 발효유를 일단 식약처에서 정한 건강기능식품으로 허용될 수 있는 연구결과를 축적하고, 한편으로 법적인 지위를 얻기 위해서 이해 주체 간 공동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인류 최고의 영양식품인 우유가 기능성 유산균을 만나 그 유익한 효능이 향상된 기능성발효유제품이 빨리 서랍 속에서 나와 햇빛을 볼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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