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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가축사육 거리 제한 축산업 근간 흔든다

  • 등록 2015.07.17 10:26:29

 

오인환 명예교수(건국대 과학기술대학)

 

축산업은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에서 수질오염을 방지하기 위하여 정한 방류수의 수질을 따라야 하고, 악취방지법에서는 축산농가에서 발생하는 악취의 상한선을 정하고 있다. 그리고 신규로 축산업을 하고자 하면 지역주민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즉 법테두리 안에서 어느 정도 자율적으로 축산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 정부로부터 가축사육 거리제한 권고안이 나온 이후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권고안보다 더 엄한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민원 때문인지 아니면 우리도 뭔가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인지는 몰라도 너무 강화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정부 권고안은 한·육우 400마리 미만은 50m, 400마리 이상 70m, 돼지 1천마리 미만 400m, 1천-3천마리 700m, 3천마리 이상 1km, 젖소 400마리 미만 75m, 400마리 이상 110m, 닭 오리 2만마리 미만 250m, 2만-5만마리 450m, 5만마리 이상 650m 이내에서는 사육을 금지하고 있다.
지자체를 보면 논산, 담양, 합천, 금산에 이어 여덟 번째로 울주군의 경우 5가구 이상 주거지로부터 소 사육규모 50마리 미만은 250m, 50-100마리 미만은 300m, 100마리 이상은 500m 이내에서 키울 수 없도록 했다. 또 돼지는 1천마리 미만 800m, 1천-3천마리 900m, 3천마리 이상 1km, 젖소는 100마리 미만 300m, 100마리 이상 500m 이내에서 사육을 금지했다. 이것은 권고안 보다 훨씬 강화된 조처다. 울주군의 경우에 한우농가의 70%는 50마리 미만의 소규모로 대부분이 가축사육 거리제한 조건에 해당된다.  
제주특별자치도도 돼지 닭은 1km 이내, 소 말은 500m 이내 사육을 금지하는 조례 상정을 앞두고 있다. 이외 충남 아산시도 권고안보다 대폭 강화된 조례안을 준비 중이다. 충주시의 경우에는 전 축종과 규모에 관계없이 현재 500m의 거리 제한을 두고 있으나 새 안을 준비 중 이다. 정부의 권고안 보다 과도하게 강화된 조례가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는 축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사안이라 볼 수 있다. 실제 돼지 사육규모 3천마리 이상인 때 1km 이내에선 사육을 금지하는 규정을 적용하면 전체 농가의 93%가 제한구역에 묶이게 된다. 이와 같이 강화된 조례 제정이 꼬리를 물 예정이어서 축산업계에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권고안에는 완화기준도 있다. 즉‘악취 발생을 현저히 줄일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하는 경우 악취 저감으로 인한 영향 등을 반영해 완화 할 수 있다’고 되어 있지만 구체적인 사례제시가 없어 지자체에서 활용이 되지 않고 있다. 그동안 현장에서는 악취발생을 상당히 감소시키는 기술, 즉 무창축사, 바이오필터, 기타 악취감소 기술 등의 많은 기술이 개발 보급되었으나 전혀 반영이 되지 않고 있다. 그 외에도 축산농가에서는 생균제나 첨가제를 활용하여 악취를 제거하는 노력도 하고 있다.
한우의 경우에 번식과 비육이 점차 구분되어 사육되는 상황에서 번식은 주로 50두 미만의 소규모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한우협회의 자료에 의하면 아직도 20두 이하의 부업규모의 농가가 70%를 차지하고 있다. 거리 제한 조례안이 적용될 경우에 번식기반의 위축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렇다고 축산농가가 주거지역을 피해 더 멀리 갈 수 있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그곳에 길이 있어야 하고 전기가 들어와야 축산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과연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키면서 축산을 할 수 있는 곳이 몇 군데나 될까? 거기에다 또 주민들의 동의도 얻어야 하지 않는가.
축산업의 특성상 소규모로 시작해서 점점 마리수를 늘려나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때 마다 거리 제한에 묶여 이동을 해야 한다면 어떻게 축산업을 할 수 있겠는가. 그동안 정부에서는 자연순환농업으로 가축분뇨를 자원화 하여 경종농가, 원예농가 등과 연계하여 상생을 도모하도록 하였다. 이 사업에서는 물류비용을 줄여 주어야 하는데, 축산농가가 멀리 떨어져 있으면 물류비용의 상승으로 이어져 사업의 성과도 떨어질 것이다.
농협중앙회가 최근 축협과 축산농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바에 의하면 한우 양돈농가 중 절반이 후계자가 확보 되지 않는 등의 이유로 10년 내 가축사육을 접어야 할 것이라고 응답하였다. 젊은 후계자를 찾기 힘들고 거리 제한에 묶여 갈 데가 없다면 축산업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정부의 권고안에서 문제는 무엇인지 점검이 필요하며, 지자체 마다 표를 의식해서 또는 좀 더 잘 하려는 열심으로 강화일변도로 치닫고 있는데, 이는 ‘일엽폐목불견태산(一葉蔽目不見太山)’ 나뭇잎이 눈을 가리어서 큰 산을 보지 못하는 처사이다. 결국 우리 축산업은 손과 발이 꽁꽁 묶인 골리앗의 신세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곧 축산업이 농림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 곧 성장을 하여 현재 35%이나 곤두박질할 것이고 머지않은 장래에 국가적으로 식량대란을 불러 올 것이다. 악취 민원 때문에 쥐를 잡자고 장독을 깨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다시 원점에서 완화조항 보완이라든가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한다는 대명제 아래 축산업이 위축되지 않는 큰 틀을 유지하는 선에서 재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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