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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일본 축산분야 TPP 협상내용과 시사점

  • 등록 2015.09.02 10:06:21

 

이병오 교수(강원대 농업자원경제학과)

 

얼마 전 한국축산경영학회에서 일본 동경대학 스즈키 노부히로 교수가,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와 일본·호주 EPA(FTA의 일종)가 일본 축산업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였다. 금년 7월말 TPP 협상은 몇 가지 쟁점으로 결렬되었으나, 그동안 많은 공을 들여왔고 이미 합의에 이른 것도 많으므로 어떻게든 타결될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한국 정부는 TPP 가입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정작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축산업계에서 이에 대한 논의는 매우 적고 관심도 약한 것 같다. TPP 협상이 베일에 싸여 진행되는 탓도 있고, 한국은 아직 가맹국이 아니기 때문에 협상 자체가 없기 때문이라고 본다. 1980년대 후반 미국이 일본의 쇠고기 시장개방(1991년)을 위해 썼던 전략을 그 후 한국에 그대로 적용했던 경험(2001년 개방)으로 볼 때, TPP 협상에서 미국이 일본에 요구하는 방식과 내용을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쇠고기는 현행 관세 38.5%를 15년에 걸쳐 9%로 인하한다. 세이프 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는 연간 수입량이 일정 기준(발동기준 수입량은 발효 시 59만 톤, 15년째에 72.6만 톤)을 초과할 때 발동되는데, 발효 후 3년차까지는 관세율을 38.5%로, 4~10년차까지는 30%로, 11~14년차까지는 20%로, 15년차에는 18%로 올린다.
일본이 수입하는 쇠고기의 양은 과거 5년간 평균치가 약 52만 톤 수준이므로, 15년째의 발동기준 수입량 72.6만 톤은 향후 일본의 인구감소로 인한 소비정체 등을 고려하면, 발동될 가능성이 매우 낮은 큰 수량이다. 즉, 15년 후 미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는 9%의 관세만 내면 일본에 쇠고기를 양껏 수출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동안 육질이 좋은 화우(和牛)고기는 수입육과 별로 대체가 되지 않아 피해가 적다고 알려져 왔는데, 스즈키 교수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수입육가격 하락 시 화우가격도 상당히 하락한다고 한다. TPP로 인한 일본 육우산업의 생산 감소액은 3천262억 엔(약 3조 1천8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국육우사업협동조합은 추정하고 있다.
돼지고기의 경우 저가격 부위는 현행관세 kg당 482엔을 10년 동안 50엔으로 인하하고, 고가격 부위는 4.3%에서 10년 동안 제로로 인하한다. 이러한 제도변화로 그동안 일본 양돈산업의 충실한 보호막이 되어온 차액관세 제도는 사실상 힘을 못 쓰게 된다. 돼지고기의 세이프 가드도 12년째에 폐지될 전망이다. 향후, 저가(kg당 279엔) 돼지고기가 많이 수입되면 관세를 50엔 물어도 329엔 수준이기 때문에, 가격이 지금보다 40% 정도 하락하게 된다. 이로 인한 생산 감소액이 4,141억엔(약 4조 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국양돈협회는 추정하고 있다.
유제품은 현재 원유 환산 13만 7천 톤을 저율관세로 수입하고 있으며, 이를 초과하면 200~300%의 높은 관세를 부과한다. TPP 협상에서는 일본이 추가로 원유 환산 7만 톤 정도의 유제품을, TPP 가맹국들로부터 무관세로 수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TPP의 영향으로 일본의 축산물 총생산량 지수는 2015년을 100으로 했을 때, 2030년에 쇠고기 56.6, 우유 66.0, 돼지고기 40.0, 닭고기 55.6으로 감소하고, 자급률은 같은 기간 중 쇠고기가 37.6%에서 27.2%로, 우유가 64.2%에서 52.6%로, 돼지고기가 34.5%에서 11.0%로, 닭고기가 49.7%에서 21.2%로 하락할 것이 예상된다.
일본의 사례는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일본의 축산업은 우리보다 훨씬 강하고 다양한 정책들로 보호되고 있으며, 생산성과 품질수준도 높다. 소비자들의 자국산에 대한 애착 또한 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강한 요구에 밀려 축산물 시장을 크게 개방하게 되고 보호정책들이 무력화 되면서, 결과적으로 축산업이 큰 피해를 입고 위축되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TPP 협상은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미국 주도로 미국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다른 가맹국들은 자국에게 손해가 없으면 방관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한국이 TPP에 참여한다고 할 때 한국의 사정이나 특수성이 고려될 여지는 없고, 일본과 비슷하게 타결될 공산이 크다. 한국 축산업이 입게 될 피해는 일본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축산업계나 정부, 국회는 이 점을 유의하여 철저한 분석과 대비를 해 나가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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