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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축산물 속 콜레스테롤의 진실

  • 등록 2015.09.11 10:54:29

 

윤성식 교수(연세대)

 

텔레비전을 켜면 시쳇말로 ‘먹방’의 홍수. 국내 방송의 무분별한 음식방송이 도를 넘어 지겨울 정도다. 방송에서 들은 귀동냥 탓일까, 주변에는 콜레스테롤을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다. 특히 콜레스테롤이 많이 함유된 식품들은 고혈압, 동맥경화증, 당뇨병과 같은 생활습관성 질병의 원인처럼 지목되었고, 유감스럽게도 축산식품들이 그 표적이 되어 섭취를 꺼리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심지어 식품 학자들 중에는 우유 중에 들어 있는 콜레스테롤을 제거한 ‘저콜레스테롤우유’를 개발, 보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었다.
필자는 콜레스테롤이 인체 내에서 발휘하는 다양한 생리적 기능을 비교적 잘 이해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콜레스테롤 함유 식품이 건강을 위협하는 소위 ‘안티 식품’으로 손가락질 받을 때 마다 과학적 진실이 왜곡되고 있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그런데 지난 2월 미국 FDA 영양자문위원회에서는 지난 40여 년간 시행해오던 콜레스테롤 섭취에 대한 경고를 미국인 식생활지침에서 삭제하였다. 요컨대 “건강한 성인은 콜레스테롤 섭취가 심장병이나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 같다”는 판단이 그 이유다. “단, LDL-cholesterol의 심장병 관련성은 인정되며, 당뇨병 환자는 콜레스테롤이 많이 함유된 식품을 피해야 한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일본 후생성도 “식품의 콜레스테롤은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 이유는 식품으로 섭취한 콜레스테롤 양에 따라서 간(肝)이 그 합성을 조절하기 때문이다”라면서 지난 4월 식생활 지침에서 콜레스테롤의 섭취 제한(하루 남자 750 mg, 여자 600 mg)을 풀어버렸다. 미국과 일본 보건 당국에서 취한 일련의 이러한 조치는 오랜 가뭄에 단비처럼 답답했던 필자의 심정을 적셔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면 도대체 콜레스테롤이 뭐 길래 오랫동안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쓰고 있었단 말인가.
콜레스테롤(cholesterol)이라는 용어는 그리스어로 담즙을 뜻하는 ‘chole’와 고체를 의미하는 ‘stereos’에서 유래된 합성어다. 아시다시피 동물세포는 세포벽(cell wall)이 없다. 세포를 에워싸고 있는 세포막은 마치 집을 보호하는 울타리와 같은 존재다. 필요한 것을 외부에서 취하는 반면, 불필요한 노폐물을 울타리 밖으로 배출한다. 이러한 세포작용을 선택적 투과성이라 하는데  세포의 생존을 위해 세포막이 담당하는 필수적인 기능이다. 동물세포는 세포벽이 없어 막을 구성하는 지질이중층 구조가 취약하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동물세포는 콜레스테롤을 마치 울타리를 지탱하는 지주목처럼 사이사이 끼워 넣어 세포막의 본태와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
인체의 경우 콜레스테롤은 간에서 합성되어 담즙에 저장되었다가 십이지장으로 분비된다. 그런데 인체 내에서 일어나는 콜레스테롤 합성과정을 살펴보면 참으로 놀라운 정도로 드라마틱하다.
탄소사슬이 2개인 활성형 초산을 출발 물질로 하여 무려 37단계 개별 반응을 통하여 콜레스테롤이 합성된다. 콜레스테롤의 생합성 과정은 합성 및 제어가 복잡하고 정교하다.
공들여 세운 탑을 쉽게 허물 수 없듯이 인체도 이처럼 어렵게 합성한 물질을 결코 낭비하지 않는다. 실제로 체내에서 합성된 콜레스테롤을 성(남성, 여성)호르몬, 담즙, 비타민 D 등 중요한 생리작용을 담당하는 물질로 전환시켜 사용한다.
그러면 식품을 통해서 흡수하는 콜레스테롤 양은 얼마나 될까? 인체는 하루에 약 1000mg의 콜레스테롤을 합성하는데, 우리가 필요로 하는 혈중 콜레스테롤 양의 75%는 간에서 합성하고, 나머지 25%는 식품을 통해서 흡수한다. 식품을 통한 이른바 외인성 콜레스테롤은 소화관 내에서 에스테르형으로 바뀌므로 흡수되기 어렵다.
식품에서 유래된 콜레스테롤은 관련 논문을 보니 그 흡수율이 대략 50~60% 쯤 되는 것 같다. 일단 간에서 만들어진 콜레스테롤은 중성지방, 콜레스테롤, 단백질 등과 결합하여 지단백의 형태로 바뀌어 혈중으로 방출된다. 고혈압, 동맥경화증, 당뇨병등과 관련이 있는 건 바로 혈액 내에 돌아다니는 콜레스테롤 함량이다. 소위 나쁜 지단백으로 알려진 LDL은 콜레스테롤을 많이 함유하며, 혈액을 통하여 말초기관으로 전달하는 지단백이다. 반면, 좋은 지단백으로 알려진 HDL은 콜레스테롤을 말초에서 회수하여 간으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
우유 한 컵(200 mL)에는 대체로 20~25 mg의 콜레스테롤이 함유되어 있으니 FDA가 정한 콜레스테롤 하루 권장량 300 mg의 1/10에도 못 미치는 적은 양이다. 육류(돼지고기, 쇠고기) 100g에도 70~80 mg 정도 함유된다. 궁금한 점은 이들 식품을 얼마나 많이 섭취해야 심장병 위험 수준인 혈중 농도 240 mg/dL 이상 올릴 수 있을까. 단순히 체내 흡수율 50%를 가정하여 그 흡수량을 계산할 수 있으나, 식품을 통한 콜레스테롤 흡수량은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주장이 학계의 대세다. 게다가 고기를 상추로 싸서 먹는 한국인의 식습관은 콜레스테롤 흡수를 줄이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던가.
미국인들은 일상적 대화에서 밝은 측면과 어두운 측면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동전의 양면처럼 세상의 모든 일에는 긍정적 부분과 부정적 부분이 함께 공존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오랫동안 우리는 콜레스테롤의 필수적 기능은 간과하면서 마녀사냥 하듯이 축산식품 중 함량만을 가지고 호들갑을 떤 게 사실이다.
한마디로 왜 콜레스테롤의 밝은 측면에 대해서는 그토록 인색한 평가를 해 온 걸까? 본디 콜레스테롤은 동물의 발생뿐만 아니라 인체의 정상적 기능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성분임을 잊지 말자. 육류 소비량이 우리보다 2~3배 많은 서구사회에서 조차 적당량의 음식을 통한 콜레스테롤 섭취는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내린 판단은 식단이 서구화되는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였다고 본다. 미국인의 식생활 지침은 축산물 섭취를 꺼려온 소비자들의 오해와 편견을 시원하게 풀어주었을 뿐만 아니라 국내 축산업계에는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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