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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성대에서>‘무역이득공유’ 그 핑계의 벽 앞에서

  • 등록 2015.10.16 14:24:26

 

이상호 본지 발행인

 

하고자 하면 방법 찾고 싫으면 핑계 찾는 법
농축산업 FTA 최대 피해산업 분명함에도
이유만 찾는 경제부처·재계, 상생의지 있나

 

“그럼 그렇지.” 농축산업계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윤상직 산자부장관이 최근 국회예결특위에서 ‘기술적 어려움’을 들어 무역이득공유제 도입에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그래도 혹시나 하며 일말의 기대를 걸었던 농축산업계의 희망사항은 그야말로 희망사항이 된 것이다.
윤장관이 기술적 어려움이라는 사실상의 불가입장을 표명한 근거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등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용역결과다. 산자부로부터 연구용역을 받은 이들 연구기관들은 FTA로 인한 산업계의 무역이득을 산출하기 어렵다는 내용의 연구보고서를 냈다. 이 또한 예상됐던  바다. 고양이 세수하듯 고작 2천만원에 의뢰한 연구용역이라는데 오죽 하겠는가.
무역이득공유제 얘기만 나오면 농림축산식품부를 제외한 정부와 재계의 반응은 한결 같다. 이를 열거해보면 “농축산업의 희생으로 인한 무역이득이라고 볼 근거가 희박하고 설령 있다하더라도 이를 계량화할 방법이 없다” “전례가 없고, 국제적으로도 유사 사례가 없다” “형평에 맞지 않는다” 등이다. ARS 안내전화가 따로 없다. 이도 저도 아니면 애써 외면하거나  ‘모르쇠’ 전략으로 나온다.
무역이득공유제 논의가 엿가락 늘어지듯 질질 늘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8일 국회농림축산식품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의원 만장일치로 결의안이 채택됐다. 그러나 지금까지 산자부를 중심으로 한 정부와 재계의 미온적인 반응에 비춰볼 때 결의안 채택이 약효를 내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무역이득공유제와 관련한 반대논리는 외양상으로는 틀리지도 않고, 실행하기가 쉽지도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FTA로 인해 가장 많은 피해를 보는 산업이 농축산업이란 점은 분명한 사실이고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농축산업에 대한 대책이 농민들의 피부에 와닿지 않을뿐더러 그들의 사기가 급전직하로 저하되고 있다는 점이다.
하고자 하면 방법을 찾고 하기 싫으면 핑계를 찾는다는 말이 있다. 무역이득공유제를 둘러싼 정부와 재계의 반응이 딱 그렇다. FTA로 인한 피해업종이 농축산업이라는 부동의 팩트 앞에서 무역이득이 농축산업의 희생이라고 볼 근거가 희박하고, 이를 계량화할 방법이 없다는 논리는 핑계일 뿐이다. 핑계의 벽이 얼마나 높으면 법안을 발의했던 국회의원이 국감장에서 “법제정이 가장 좋지만 안 되면 기금이나 펀드조성 등의 방법도 있을 텐데 왜 안 된다고 만 하느냐”고 소리를 질렀겠는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금융계의 차관거부로 일관제철소(현 포스코) 건설이 무산위기에 처했을 때 당시 건설책임자였던 박태준은 대통령의 재가를 받고 일본을 설득해 농어업지원으로 용도가 정해져 있었던 대일청구권자금으로 제철소를 지었다.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기에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무역이득공유법안 발의에 앞장섰던 새누리당 홍문표 의원의 말처럼 기금이나 펀드 조성과 같은 돌아가는 방법도 있을 텐데 그럴 의지마저 없는 것일까.
전례가 없고 국제적으로도 참고사례가 없다(확인할 길 없지만)는 논리도 마찬가지다. 길이 없으면 길을 내면 되는 것이지 거기에 무슨 전례고 국제사례인가. 길이 없으면 아예 가지 않을 작정이라도 한 것일까. 길은 내면 된다. 산이 있으면 터널을 뚫고, 물에 막히면 다리를 놓으면 될 일이다. 이들에게 루쉰의 소설 ‘고향’을 읽기를 권한다. 처음부터 읽을 게 아니라 맨 뒷 페이지 끝 구절을  먼저 읽어 보기를 권한다. “원래 땅 위에는 길이란 게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게 곧 길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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