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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우리나라 낙농산업, 지속 가능한가?

  • 등록 2015.11.04 10:09:47

 

손 용 석 교수(고려대학교)

 

지금 우리 낙농은 원유생산 과잉과 유제품 소비 부진으로 총체적 난국에 빠져있다. 지난 9월 하순 유럽의 발트해 연안국 리투아니아에서 2015년도 국제낙농연맹(IDF)의 정기총회가 개최되었다. ‘지속 가능한 낙농으로 영양적 격차를 좁히자’ 를 슬로건으로 내건 올해 회의에 총 50개 회원국에서 1천200여 명이 참여하여 대규모의 성황을 이루었다. 동양권에서도 백여 명에 달하는 중국인과 스물여덟 명이 먼 길을 마다하고 건너 왔는데, 한국인은 단지 5명으로 본 대회 2018년도 주최국으로서의 위상도 위상이거니와 우리 낙농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 같아 참가자들의 마음이 가볍지 않았다.
국민의 유제품 소비와 낙농산업의 진흥을 위한 세계 각국의 노력과 움직임을 실감하면서 소위 OECD의 상위에 속하는 대한민국의 낙농 현실과 앞으로 전개될 미래가 걱정된다. 지금 세계 속에 우리 낙농의 현주소는 어디이며 과연 지속 가능한지?
지금 세계의 낙농이 지향하고 있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에는 식품으로서의 안전성과 친환경이라는 개념이 담겨있다.
세계 낙농의 실태를 면밀히 파악하고 변화의 흐름을 주시하면서 대응책을 강구해야 할 중요한 시기에 원유가격연동제의 부작용으로 인한 국내 문제에 발목이 잡히는 안타까운 상황에 와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낙농의 기본 구성주체들이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정부 당국에서도 실효적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논란만을 반복하고 있으니 답답하기 그지없다. 원유가격연동제를 실시한 지 불과 3년이 지난 지금 이러한 딜레머에 빠지게 된 데는 제도의 불완전성과 전체적 상황 변화에 둔감한 채 안일하게 대처해온 모든 낙농 관련 구성체가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제도에 관한 한 일차적 책임은 정부 당국에 있다. 산업의 속성으로 볼 때 농축산 업종 중 낙농만큼 정책이 중요하고 영향을 크게 미치는 산업은 없다. 국내 우유소비와 낙농산업이 한창 성장세를 달리고 있을 당시 국가 낙농정책은 국내외 현실을 고려하여 효과적으로 기획되고 시기적절하게 시행되었어야 했다. 계획생산을 위한 집유일원화는 애당초 시작단계에서 어떠한 외부의 저항도 배제하면서 전국 단위로 실현시켰어야 했고, 한결같이 분유적체의 원인으로 지적되었던 혼합분유 역시 WTO 협상 당시 수입문을 훨씬 좁혔어야 했다. 이미 지난 일이지만 과거의 실책을 거울삼아 관련 공무원이 직무의 중요성을 절감하며 고도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뚜렷한 소신과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할 때만이 정책이 신뢰를 얻고 무리 없는 시행을 기대할 수 있다. 
현 시점에서 낙농가와 유업계 간에 입장 차이를 좁히고 갈등구조를 해소하지 않는 한 이번 문제의 해결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원유가연동제 하에서는 약정된 기본 원유가격을 보장하는 한 시장원리에 맡길 수 없고 유제품의 특성 상 단기적인 물량 조절도 쉽지 않다.
EU 제국을 포함한 대부분 국가의 원유가격은 지난 수년 간 ‘롤러코스트’ 라고 표현할 만큼 심한 등락을 보이면서 꾸준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국가에 따라서 적게는 15%에서 50%에 이르는 원유가 하락을 기록하였고, 심지어 영국에서는 지난 일 년 동안 300여 개의 낙농목장이 폐농을 하는 사태로 이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생산증가와 소비부진이라는 우리나라와 동일한 현상 속에 선진국 낙농목장들은 한결 같이 극한적인 경영비 최소화 노력으로 낮은 원유가격을 견디며 살아남고 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낙농의 여건과 기술의 비교우위를 가지고 개발도상국을 비롯한 해외 신흥 소비시장에의 진출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이러한 형국에 우리나라의 낙농은 언제까지 제도상의 시행착오와 갈등만을 되풀이할 것인가!
안 팔리는데도 가격이 떨어지기는커녕 그대로 또는 오히려 상승하는 기이한 시장구조에서 가격 하향화도 물량 줄이기도 모두 어렵다면 가능한 해법은 있는가?
원유가격연동제 하에서 유제품의 수요공급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어쩔 수 없이 낙농의 모든 구성체가 혁신과 조정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제도적 약점이 문제의 발단이며 열쇠를 쥐고 있는 만큼 제도 자체를 수정하여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게 필자의 소견이다. 즉, 소비시장의 변화요인을 대입시킨 가격 결정체계로 근본적인 수정 보완이 이루어져야만 한다. 긴급 수혈이 필요한 위급상황이라 하여 다시 일시적인 미봉책을 찾으려 든다면 동일한 사태는 자꾸 반복될 것이며, 궁극적으로 ‘예산만 깎아먹는 낙농산업’이라는 다수 국민의 부정적 이미지와 이에 편승한 안티밀크 운동, 나아가 심상한 소비자의 이탈현상 가속화로 이어질 것임이 분명하다. 현안 해결을 위해 필요한 행보의 첫 단계는 영역별 전문가들로 구성된 특별대책위원회(TFT)를 가동하는 것이다. 갈등의 중심에 있는 이해당사자들은 이 한시적 기구의 최종 결정을 존중한다는 것을 전제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이해당사자는 독자적 입장만 견지하려 할 것이 아니라 서로 한 발씩 물러서서 역지사지의 자세로 상대방과 적극 소통하면서 반드시 합의를 보려는 결연한 의지로 임해야 한다.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기관 고장으로 침몰 중인 배 위에서 선원들이 격투를 벌이는 그런 상황에서는 아무도 승자가 될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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