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검색창 열기

<시론>‘짧은 흥분 긴 환멸’ 안 되려면

  • 등록 2015.11.27 11:36:11

 

 

윤봉 중본지 회장

농협, 지주회사라는 엉뚱한 길로
협동조합 정체성 상실 위기
새 회장체제 진로 바로잡으려면
회장 선거 ‘연애 아닌 결혼’ 인식을

 

농협회장 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 왔다.
현재 거론되는 후보가 무려 8~9명에 이른다고 하는데 농협 주변에서는 이른바 2강(强) 1약(弱)이니 하는 등의 선거공학적 계산이 난무한다.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이들과 평소 교류가 없는 필자의 과문(寡聞) 탓이겠지만 이들이 농협회장 자리를 어떤 시각으로 보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어떤 각오로 선거국면에 임하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자신이 이 시대 농협에 적합한 인물임을 알리려 부심하고 있으며 유권자들을 향해 견마지로를 다 하겠노라며 구애(求愛) 활동을 펼치고 있을 것이다.
지난 대선 때 누군가가 이런 말을 했다. ‘대선은 짧은 흥분 긴 환멸’이라고. 또 어떤 이는 ‘대선은 연애가 아닌 결혼’이라고도 했다. 광복 이후 총선, 대선을 수 십번 치렀지만 이 땅의 정치는 여전히 진영과 지역논리에 얽매이며 수요자인 국민들에게 길고도 긴 환멸을 안겨주고 있는 현실이 고스란히 반영된 말인데 유권자인 국민 모두가 두 눈 부릅뜨고 나라의 주인으로서 제대로 된 한 표를 행사하자는 그야말로 의미심장함이 느껴지는 표현이다.
지금까지 치러진 농협회장 선거는 적어도 절차상으로는 협동조합 민주화의 상징이 맞다. 그러나 그 선거를 통해 농협이 협동조합으로서의 위상이나 역할을 얼마나 변화시켰는지에 대한 농민조합원의 점수는 낙제점에 가깝다. 역대 회장 대다수가 불미스러운 일로 중도 퇴진하고 대내외적인 개혁요구에는 좌고우면(左顧右眄)으로 일관하다 급기야는 재벌체제로의 개편을 앞두고 협동조합으로서의 정체성마저 상실할 위기에 처해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주인의 이익과는 거리가 먼 정체불명의 조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난무 한다. 이 쯤 되면 농협회장 선거 또한 짧은 흥분 끝에 긴 환멸이 온다고 해도 무리가 아닐 듯싶다.
농협이 이런 지경에 처한 것은 자업자득이다. 시대변화에 걸맞은 자발적인 개혁을 외면한 채 금융사업을 통한 몸집 불리기에 주력하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무늬만 그럴듯한 개혁을 해온 업보이자 농촌현장과 유리된 채 허상만 좇은 결과인 것이다.
2017년 지주회사체제가 완편되는 현실에 비춰볼 때 이번 농협회장 선거는 농협이 협동조합으로서 정체성을 지키며 바로 설 수 있는 찰나적 기회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짧은 흥분 긴 환멸이라는 부끄러운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회장선거에 임하는 조합장들이 회장선거를 ‘연애’가 아닌 ‘결혼’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짜릿한 설레임에 좌우되는 연애와 평생을 함께 해야 할 배우자를 고르는 것은 차원이 달라야 한다. 지연, 학연 등 고질적 병폐를 끊고 누가 위기의 농협을 이끌어갈 적임자인지를 가려 투표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기 위해서는 후보자들도 농협이 처한 작금의 위기에 대한 깊은 성찰을 통해 자신이 왜 회장이 되어야 하는지를 조합장들에게 인식시켜야지 과거처럼 지역연합과 같은 꼼수에 기댈 생각을 아예 버려야 한다.
단언 하건대 향후 1년은 농협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새로 만들어 입고 협동조합으로 바로 설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며 그 계기는 한 달여 남은 회장 선거가 되어야 할 것이다. 회장 선거가 짧은 흥분 긴 환멸의 악순환을 끊지 못한다면 농협은 역사 속으로 저물어 갈 수밖에 없다. 회장 선거가 ‘연애’가 아닌 ‘결혼’처럼 인식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실시간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