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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왜들 그러십니까

  • 등록 2015.12.08 20:01:52

 

김영란 편집국장

 

한국에서 농업·축산업은 무엇인가. 어떤 존재인가. 마치 늙고 병들어 짐이 된 어머니 같은 존재인가. 아님 다른 기업이나 사람들로부터 기부금이나 받으면서 폐만 끼치는 그런 존재인가.
한중 FTA 국회 비준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여야정협의체가 합의한 사항 중 무역이득공유제 대안을 두고 일부에서는 기업의 팔을 비틀어서 만든 준조세 운운하고 있다. 언론에서는 ‘준조세 1조…황당한 FTA’, ‘여야정 협잡, 위헌소지…조폭 문화와 다를 바 없어’, ‘이럴 거면 왜 FTA하나’, ‘세계가 웃을 준조세…’ 등등 조롱하고 있다.
FTA로 피해를 입는 농축산업 및 농어촌에 지원하기로 한 ‘상생기금’, 10년 동안 1조원의 기업 기부금(?)을 두고 쏟아낸 기업과 일부 언론의 거친 비난들이다.
사실 이렇게 만든 것은 정부 아닌가. 정부가 할 일을 기업에 떠맡기면서 갈등을 유발시켰다고 밖에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축산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한마디로 “거지 동냥주는 거냐”며 자존심이 상한다고 난리들이다. 1년에 1천억원은 FTA로 수혜를 보는 기업의 이익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고 ‘코끼리 비스켓’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렇게 할 바에야 차라리 안 받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지난 IMF때 공적 자금은 누가 다 가져다 썼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최대 재벌이 자동차에 진출해 패퇴한 패전 처리를 누가 했으며, 반도체도 자동차도 은행도 공적자금을 먹고 살아나지 않았냐며 더 큰 목소리를 낸다.
FTA는 Free Trade Agreement로 자유무역협정이다. 이에 대해 축산업계에서는 FTA가 Farm Terror Action이라고 할 정도로 공포의 대상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FTA로 인해 국내 전 축종에서 생산액 감소로 나타나 직격탄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한계점에 와 있는 것이다. 살짝만 건드려도 힘이 없어 쓰러질 지경이다. 칠레와의 FTA를 시작으로 지난해부터 돼지고기 등은 무관세로 수입되고 있다. 미국·EU·영연방 3개국 등 FTA를 체결한 국가를 보면 모두 축산 강국이다.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인 것이다.
이런 상황인데 축산업을 다른 산업과 같은 시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은 더 문제다. 농업은, 축산업은 이 산업만이 갖고 있는 대체할 수 없는 특수성이 있지 않은가.
상생기금 1조원 조성, 1년에 1천억원 조성에 ‘황당’ ‘위헌’까지 들먹이는 건 해도 너무 하다.
그런 비정한 논쟁보다는 조성된 기금이 농업·축산업·농촌을 위해 어떻게 분별 있고 효율적으로 쓰일 것인지를 고민할 때다.
이제 제 밥벌이 할 만큼 건장해 진 ‘청년 공업’이 자식 키우느라 늙고 쇠약해진 ‘어머니 농촌’을 돌볼 때다.
지금 기업들의 잣대라면 딸을 위해 딸이 아닌 세상을 향해 52조를 기부하겠다는 저커버그는 어떤 사람인가.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저커버그는 황당을 넘어 코미디인 것인가.
“내 딸이 살아 갈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내 딸이 아닌 세상을 향해 52조를 기부하겠다”는 저커버그의 약속을 보며, 우리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생각에 부럽기도 하면서 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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