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인 필 교수(충북대 수의과대학)
올해 5월 20일 시작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유행이 6개월 만에 종식선언 되었지만 국민들은 2003년의 사스(SARS)때와 마찬가지로 전염병에 대한 걱정과 함께 동물유래 질병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동물의 질병이 단순히 동물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사람에게도 치명적이고 광범위하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사람과 동물은 동일한 질병(인수공통전염병)을 서로 공유하는 경우가 과거에 비하여 증가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다.
여기에 기후변화 등 사람과 동물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의 변화는 전염성 질병의 피해를 더욱 극대화할 것이다.
이와 같이 사람, 동물, 환경의 세 영역이 서로 접촉하였을 때 서로에게 좋든 나쁘든 영향을 주게 된다. 즉, 사람, 동물, 환경은 이제 더 이상 독립된 개념이 아닌 유기적인 공통의 개념으로 인식을 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One health의 기본 개념인 것이다. 사람, 동물, 환경은 하나의 건강 공동체라는 것이다.
One Health는 국내에서도 최근 몇 년 전부터 다양한 형태로 논의되어 오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모습으로 발전해 있지는 않다.
우리보다는 다소 일찍 One health 관련 논의가 선진외국에서는 세미나, 심포지엄 등으로 활성화되었지만 실질적으로 One health에 대한 전문 과학자들의 국제적 모임은 2011년 호주의 멜버른 회의가 처음일 것이다.
회의의 주제는 사람, 동물, 환경에서 유래하는 위험성을 사전에 예방함으로써 인류의 건강과 질적인 삶을 보장하자는 내용이었다. 이러한 One health 개념은 사실 처음이 아니고 과거부터 인수공통전염병의 형태로 논의가 되어왔었다.
그럼 언제부터 이와 같이 급속하게 전 세계적으로 확대가 되었을까? 그것은 바로 1997년 홍콩에서 사람의 직접적 감염이 확인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2005년부터 광범위하게 사람에서의 위험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새롭게 대두되는 질병에 대한 전 세계적인 협의와 협력이 필요함으로써 One health라는 새로운 개념이 도입된 것이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의 숙주 간 전파가 계기가 되어 고품질의 단백질을 사람에게 공급하는 축산업이 이제 One health의 한 축을 맡게 된 것이다.
사람-동물-환경의 One health 사슬에서 가장 중심에 있고 영향면에서 잠재력이 큰 것이 동물의 영역이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의 경우, 사람 간 대유행을 가능케 할 수 있는 바이러스의 변이는 바로 야생조류 등 감수성 동물에서 이루어진다.
사람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조류유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특별한 유전자 일부와 치환되었을 때 사람에게 치명적인 새로운 대유행이 시작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1918년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의 대유행 시나리오였던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를 방제할 때 단순한 오리와 닭만의 문제로 보는 것이 아니고 One health의 관점에서 관리를 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소, 돼지에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일으키지만 사람에 감염이 되지 않는 구제역과 방역관리개념에서 차이가 있는 것이다.
과거의 축산은 가축을 건강하게 키워, 높은 생산성과 함께 양질의 단백질을 사람에게 공급하던 것이었다. 물론 현재도 인수공통전염병 측면에서 사람의 건강성을 지키기 위하여 살모넬라 방제, 항생제 사용제한 등 다양한 조치들을 수행하고 있지만 이제는 그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위생 및 방역관리를 해야 한다.
오히려 가축의 건강성을 위하여 사람으로부터의 역감염도 대비를 해야 한다. 또한, 가축을 단순히 육체적으로만 건강하게 키우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행복하게 키워야 한다.
여기에 요즈음 단계적으로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복지형 농장의 개념이 더해지는 것이다.
복지형 농장에서는 가축들에게 나름대로의 본성에 충실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외부의 환경으로부터 재해를 막아주고 스트레스를 주지 않게 사육을 해야 한다. 그렇게 키운 가축의 단백질이 바로 사람에게 해가 되지 않고 득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복지농장의 가축이 제대로 사육이 되었는지를 판별할 수 있는 호르몬 측정 등 다양한 객관적 방법이 개발되고 있다. 이 또한 우리가 대비해야 할 과제인 것이다.
One health에 동물복지까지 새로운 개념이 계속 축산업에 유입되고 현장에서는 바로 접목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최근 몇 년동안 과거에는 생각지도 않았던 새로운 단어들이 축산업에 도입이 되고 있다. 친환경사육, HACCP, 무항생제, 유기농업, 동물복지 그리고 6차 산업. 여기에 이제 또 One health 개념이 도입되었다.
중요한 점은 One health와 동물복지는 우리가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몇 세대를 넘어가는 가업으로서의 축산업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새로운 개념을 받아들이는데 주저하지 말아야 하고 대비하여야 한다. 지금의 이 새로운 단어들이 몇 년 안에 누구나 아는 상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