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병 조 교수(강원대학교 동물자원학부)
소비자들에게 “국내산 축산물의 가격이 비싼데도 불구하고 왜 구입하는가?”라고 질문하면 그들은 대개 “품질을 믿을 수 있으니까”라고 막연하게 대답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역설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국내산 축산물이 차별화되어야 하는 이유는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다’라고 필자는 말하고 싶다.
가격이 비싸면 그에 상응하는 품질로 당연히 차별화가 되어야 한다. 국내산 축산물은 현재의 상황에서는 축산 선진국에 비해 생산비가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반드시 품질로 소비자에게 보답을 해 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국내산을 수입산과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한다면 아마 국내 축산업은 붕괴되고 말 것이다.
필자는 대형 마트에 가면 정육코너를 둘러보는게 습관화되었다. 품질과 가격을 비교해 보며 우리의 축산물도 수입 축산물과 같이 보다 저렴한 가격에 공급되었으면 하는 꿈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산 축산물을 좀 더 고급화해서 수입육과 차별화하여 비싸게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여 불특정 다수의 국민들이 즐길 수 있게 하는 것이 오히려 축산인의 바람직한 꿈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축산물에서 품질의 키워드가 무엇인가? 신선도, 맛, 안전성 등일 것이다. 그렇다면 수입축산물은 그런 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뜻인가? 꼭 그렇지는 않을 것이고 이것은 소비자가 판단할 일이다. 국내산 축산물의 품질향상을 위한 방법으로 몇가지 의견을 제시해 보기로 하겠다.
첫째, 동물복지형 축산을 앞당겨야 한다. 이것은 사육환경에 관한 사항이다. 국내 축산업이 혐오산업으로 치부되기도 하는 것은 열악한 사육환경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쾌적한 사육환경은 그 자체가 품질이다. 근래 우리나라 축사는 상당히 현대화 되었다. 그러나 아직 갈길이 멀다. 필자는 가축을 사육하는 농장은 궁극적으로 식품을 생산하는 시설처럼 잘 갖추어지고 관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물복지형 축산은 ‘우수한 품질의 축산물’을 생산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질병발생률도 줄고 가축이 스트레스도 훨씬 덜 받으니 과학적으로 계량할수 없는 품질개선 효과가 있는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동물복지형 축산의 확산이 늦어짐에 아쉬움을 느낀다.
둘째, 브랜드 축산물에 신뢰가 가야 한다. 이것이야 말로 품질에 대한 확실한 눈높이라 할수 있다. 브랜드 주체가 생산과 유통과정을 제대로 관장하면 그 품질은 믿어도 된다. 축산물도 이젠 공산품처럼 브랜드를 믿고 사야 할 때가 되었다. 지금의 국내 축산물 브랜드는 너무 많고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에 부족한 점이 있다. 브랜드는 규모나 품질관리 체계 등에서 소비자들이 신뢰할수 있는 확고한 인프라가 형성되어 있어야 한다. 단순히 그룹화하여 지역명칭이나 상호를 부착하거나, 축산물의 품질에 영향을 주지 못할 정도로 차별화되지 못한 사료 또는 관리시스템으로 브랜드화 해서는 의미가 미약하다는 뜻이다.
셋째, 수입육, 또는 브랜드 제품의 둔갑을 막아야 한다. 이것은 유통체계를 보다 투명하게 해야 한다는 뜻이다. 수입육이 국내산으로, 또는 권역밖의 축산물이 브랜드 축산물로 둔갑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이력제가 정착된다면 어느 정도 안심할 수 있겠지만 소비자들의 축산물에 대한 선택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보다 엄격한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이것은 소비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다. 짝퉁이 난무하는 중국도 먹거리에 대해서는 관대하지 못하다는 사실에 우리의 생각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시장은 더욱 개방되고 국내산과 수입축산물과의 가격차이는 더 커질수 있다. 이제 우리 축산인들은 ‘국내산 축산물이 차별화 되어야 하는 이유’, 바꾸어 말하면 소비자에게 ‘국내산 축산물이 수입산에 비해 비싼 이유나 명분’을 분명하게 말할수 있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