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검색창 열기

<논단>특수 시유제품 출시, 자충수 되지 않기를

  • 등록 2016.01.13 10:43:02

 

손 용 석 교수(고려대학교)

 

국민 소득의 꾸준한 증가와 함께 국내 주요 축산물의 수급량과 수급외형액은 해마다 증가 추세다. 문제는 증가하는 내수에도 불구하고 자급률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치즈 등 유제품 전체 소비 증가분의 대부분도 수입산이다.
전통적으로 쌀밥 중심의 전통적인 온식(warm meal) 문화 속에서 유제품이 주식으로 자리 잡기는 어렵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에서 생산된 원유 2천200만 톤 중 시유는 1천600만 톤으로 74%다.
결국 이미 체결된 FTA의 조약 이행이 점점 구체화되고 유제품의 해외수출이 미미한 상태에서 한국낙농이 살아남으려면 내수시장을 지켜내는 길이다. 시유소비를 꺼리는 이유를 소비자에게 물으면 비싼 가격을 앞세운다. 우유가 건강식품일지라도 가격을 따져 다른 것을 선택한다. 소비분석에서 결론은 시유는 타 음료 제품들과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가장 유효한 경쟁전략은 무엇인가? 우유가 몸에 좋다는 사실을 웬만한 소비시민은 알고 있다. 그러나 정작 가격이 비싸 충분히 못 먹는다면 업계에서의 대응포석은 가격을 낮추는 것이다. 
그런데 유업회사들은 판매 확장전략의 일환으로 각종 특수 유제품을 잇따라 출시한다. 제품의 단가가 높아져 은연중에 소비자의 뇌리에는 종류를 막론하고 유제품은 비싼 고급식품(내지 특수식품)으로 각인됐다. 또한 제품 진열대에서 타사 제품과 경쟁하려다 보니 내용물보다 새로운 명칭과 포장 및 디자인에 집착한다. 그러한 단편적 수단의 판촉 전략은 국산 시유의 설 자리를 좁게 한다. 점점 제품의 개발과 생산 비용의 상승을 가져올 뿐 소비자 대중의 심리를 파고드는 효과는 어렵다는 것이 필자의 소견이다. 저지방(또는 무지방) 우유는 중성지방의 섭취를 꺼리는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한다. 또 유당분해가 힘든 특이체질 소유자를 배려한 제품이다. 하지만 고단백과 고칼슘, 오메가지방산 등을 강화한 각종 시유제품을 유업체들이 앞 다투어 쏟아놓는 분위기는 소비자로 하여금 원천적으로 우유가 단백질이나 칼슘이 부족하고 무언가 특정 지방산도 부족한 식품인 듯 반대 암시를 주기 십상이다.
유업체는 특수 시유제품 출시를 위해 적잖은 개발노력과 시간 등을 투자하는 분위기를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성분 강화유’의 도래가 해당 성분의 함량을 높이면 몸에서 이용되는 양도 늘어날 것이라는 전제 하에 흡수율이나 이용률이 검증되지 않은 약한 근거에서 출발한 개발은 곤란하다. 단백질의 증가분이 원유에서 유래한 카제인태(態)가 아닌 비단백태질소화합물(NPN)이거나 보충된 칼슘이 자연 원유에 존재하는 복합물의 형태(또는 최소한 유기태)가 아니라면 구태여 우유 아닌 다른 식품으로도 섭취 가능할 터인데, 소비자에게 우유단백질이나 우유칼슘의 어떠한 품질 차별성을 강조하고 자랑할 것인가?
자연의 젖은 갓 태어난 어린 포유동물용 단일 먹이로 흡수율이나 이용률 면에서 손색없도록 전형적인 수분농도에 단백질과 지방, 탄수화물, 무기질, 비타민을 비롯한 다양한 영양소들이 갖춰져 있다. 우유팩에 명기된 ‘원유 100%’로 시유는 이미 완벽하다. 강화 대상 성분을 특정 농도로 용해시키기 위해 유효성분 대신에 원유 본래의 성분과 관계없는 특수 성분을 혼입시킨다면 그 유제품은 그만큼 자연에서 멀어진다. 그러한 문제점은 이미 대중 매체를 통해 하나 둘 지적 받아 소위 ‘안티축산’ 운동에 빌미를 주는 행보요. 시유소비를 늘리는 명인의 한 수가 아니라 오히려 자충수를 두는 격이다.
한 젊은이가 작은 매점의 문을 열고 들어와 우유를 주문한다. 나이 지긋한 여성 판매원이 어떤 우유를 드릴까요? X라는 우유도 있고, Y우유, Z우유도 있는데요…하면서 좀 수다스럽게 제품 설명을 한다. 잠자코 듣던 젊은이는 미소를 지으면서 “그냥 보통우유 주세요(Just a plain milk, please!)”라고 다시 주문한다. 곧 화면이 바뀌며 “이 젊은이, 탁월한 선택을 하신 겁니다!”라는 해설로 끝난다. 필자가 호주에서 경험한 TV 속의 우유광고다.
세계 낙농가들이 모인 지난 제15차 IDF 회의에서도 과일을 비롯한 각종 유음료를 ‘우유(milk)’라고 명명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끊임없이 개발 출시되는 신제품이 판매량 증가에 다소 기여하는지는 모르겠으나 분명한 것은 시유는 일시적으로 유행하다 가는 일반 음료가 아니다. 원유에 가장 손을 적게 댄 ‘기본에 충실한’ 국민 건강식품이어야 한다.
소비자들은 ‘고단백’과 ‘고칼슘’ 등 시선을 끄는 굵은 글씨체가 박힌 시유제품을 쉽게 접한다. 까치발로는 키가 큼을 자랑할 수 없듯이 업체 간 과열경쟁 속에 단편적이고 단기적인 판촉 전략은 이제 지양할 때다.
대한국민의 근대 우유 음용사(飮用史)는 아직 100년을 넘지 못하였다. 여전히 우유에 대한 소비시민의 인식과 이해수준이 충분치 못한 단계에 있다. “우리 아이는 X우유를 더 좋아하는데 학교에서는 왜 흰 우유를 배급하느냐“고 학교우유급식의 불만을 토로하는 학부형 전화의 일화를 우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소비자가 좋아하고 더 찾는 그런 종류의 제품을 더욱 많이 생산하여 소비를 늘려야 한다. 우유는 일시적으로 유행하는 시중에 나뒹구는 일반 기호식품이 아니다. 학교우유급식 비율이 높은 일본은 청소년에게 저온살균유를 우선 공급하여 미래의 자국산 시유의 고정고객 확보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연간 국민GDP가 300만 불에 육박하는 지금 하루빨리 선진국의 반열에 오르려면 좀 더 격에 맞는 식품철학을 구현해야 한다. 특히 낙농인에게는 백색시유의 가치를 소비자에게 바로 알려 건전한 유제품 소비문화 정착으로 국민건강을 도모할 당위성과 책임이 있다. 근래에 잇따른 특수 시유제품의 출시가 오히려 국내 소비자로 하여금 ‘국내산 시유제품은 가격이 의례히 비싼 특수식품’이라는 인식의 고정화를 초래하는 건 아닌지. 우유를 주식으로 권장하는 식품이 아니라 소비자로부터 점점 멀어지는 식품으로 몰아가는 자충수가 되지는 않을지 함께 고민해볼 때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실시간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