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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성대에서>소비자를 뿔나게 하는 현장

  • 등록 2016.03.11 10:49:35

 

이상호 본지 발행인

 

필자는 작년 가을까지만 해도 갈비탕을 먹으러 집에서 멀지 않은 서초동의 한 한우전문점을 자주 찾았으나 요즘 발길을 아예 끊었다. 갈비물량이 부족해 한정판매를 하던 이 집 갈비탕은 한우갈비라는 믿음과 희소성 때문에 불티가 났다. 가격도 비싸지 않아서 필자는 그 집 단골인 지인에게 예약 부탁까지 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예약 없이도 이 집 갈비탕을 먹을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 여기던 참이었는데 얼마 안가  산통이 깨지고 말았다.
지인들과 갈비탕을 먹으며 왠지 개운치 않은 생각이 들었는데 식사를 마치고 일어서는 순간 벽면의 메뉴판에 ‘갈비 호주산’이라는 작은 글씨를 발견한 것이다. 실망 가득한 지인들의 얼굴을 바라보기가 민망해 애써 딴 곳을 쳐다보는데 이게 웬일인가. 갈비탕과 나란히 붙은 한우탕 표시에는 ‘양 호주산’이란 작은 글씨가 눈에 띤 것이다. 맙소사! 그렇게 맛있게 먹었던 갈비탕의 갈비가 한우가 아니고, 글자 그대로 한우탕인데 양은 호주산을 썼다는 게 아닌가. 그날의 낭패감은 오랜 세월이 흘러도 심한 트라우마로 남을 것 같다.
결론부터 말하면 보기 좋게 낚인 것이다. 그 식당의 초창기 한우갈비탕은 ‘유인용 떡밥’이었고 호주산 양을 쓴 한우탕은 현란한 ‘마술’이었다.
이런 낭패는 필자의 사무실 인근 정육점식당에서도 겪었다. 정육코너에서 고기를 사고 바로 위층 식당에서 상차림비만 지불하는 방식이어서 가성비(가격대비 성능)가 좋아 자주 이용했는데 식당이용고객과 집으로 사가는 고객에게 각각 다른 가격을 적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부가세가 면제되는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 위층 식당에서 양념값이 포함된 상차림비를 내고 아주 저렴하게 고기를 먹는줄 알았는데 이 역시 낚인 케이스란 말인가. “사람 수대로 상차림비를 따로 받는데 왜 2중 가격제를 유지하느냐”고 항의했더니 판매원은 그렇게 해야 장사가 유지되며 그렇게 해도 소비자는 득이라고 강변하는데 할 말을 잊고 말았다.
과문(寡聞)인지 모르지만 이런 사례가 실정법에 저촉되지는 않을지라도 소비자입장에서는 배신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고객이 한우갈비탕이라고 믿고 찾아온 이상 끝까지 한정판매를 하고 비싸더라도 재료는 한우갈비를 써야 하고 이름이 ‘한우탕’인 이상 비록 일부라도 호주산을 첨가해선 안되는 것이 상식이고 상도의일 것이다. 또한 식당업주는 정육점형 식당의 취지를 살려 떳떳하게 상 차림비를 더 받으면 될 일을 2중 가격이란 꼼수를 써선 안 되는 것이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기만이다. 축산물유통선진화를 그렇게 외쳐도 한우고기를 비롯한 축산물소비 현장에서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런 사례가 소비자들의 공분을 사고 국내산 축산물소비에 악영향을 미쳐 경쟁력제고에 매달리는 축산현장의 힘을 빼는 현실은 반드시 척결되어야 할 사안이다.
이처럼 비정상적인 관행을 뜯어 고치는 데는 법보다는 생산자조직의 사업기능이 특효약이다. 시범차원의 축산물판매점이나 식당운영을 통해 유통을 선도하는 노력은 수입개방이 가시화된 2000년대 들어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활발히 이뤄졌으나 최근들어 다소 주춤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물론 사업성 등 여러 측면에서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이를 극복할 수 있을 때 3만달러시대에 걸맞는 유통시스템을 정착시킬 수 있다.
비정상이 여전히 판치는 유통이 시정되지 않는다면 ‘뿔’난 소비자들의 발길이 향할 곳이 어디일지를 생각한다면 협동조합을 비롯한 생산자조직의 진로는 이미 답이 나와 있다.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 궁하면 통한다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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