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AI도 구제역과 마찬가지로 비상상황에 대비해 살처분 정책을 대신할 백신접종 정책 플랜을 미리 짜놔야 한다는 지적이다.
2010~2011년 구제역 당시를 돌이켜보면 먼저 아찔한 두려움이 엄습한다. TV 뉴스 헤드라인은 온통 구제역 몫이었고, 국가재난으로까지 선포됐다.
구제역은 급속하게 퍼져나갔고, 살처분 정책에 따라 “이러다가 우리 가축 다잡는 것 아니냐”라는 불안감마저 나돌았다. 결국 백신정책으로 돌아섰다. 2010년 첫 접종에 들어갔고, 2011년 1월 3일에는 전국 확대를 결정했다. 그리고 안정화를 이끌어냈다.
이렇게 백신카드를 꺼낸 것은 나름 준비된 국가방역시스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항원뱅크가 어느정도 시간을 벌어줬고, 그 사이 수입백신을 들여왔다.
그렇다면 고병원성AI는.
고병원성AI 역시 살처분만으로 전파확산을 감당하지 못할 수 있다. 그래서 고병원성AI도 비상상황에 대비해 백신접종 정책을 미리 마련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김재홍 서울대 수의과대학장은 “물론 살처분이 우선이다”고 전제한 뒤 “그렇다고 해도 고병원성AI의 전파속도를 감안했을 때 ‘만약’이라는 가정을 안할 수 없다. 최악의 경우라도 가금류를 모두 살처분할 수는 없지 않은가. 국가방역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살처분 정책을 대신할 백신주 선정, 백신생산, 백신접종, 완료 후 근절방안 등 백신정책 플랜을 미리 준비해 둬야한다는 설명이다. 그 과정에서는 항원뱅크와 백신시드 개발 등이 요구된다.
항원뱅크는 발생 바이러스를 예측해 백신항원을 비축하는 것이다. 하지만 고병원성AI는 구제역과 달리 항원뱅크가 쉽지 않다.
워낙 변이가 심해 비축한 항원이 현 발생 바이러스와는 안맞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에서 과거 발생한 다섯차례 고병원성AI도 바이러스가 매번 달랐다.
백신시드 개발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일부 수의과대학 등에서 백신을 개발해 놨다고는 하지만, 실제 현장 적용에서는 아직 그 효능을 장담할 수 없다.
백신 제조업체들도 고병원성AI 백신에 대해 대량생산 시스템을 구축해 놓고 있지는 않다. 게다가 백신정책을 두고 “절대 안돼”를 외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고병원성AI에 백신을 접종하게 되면 그 증상이 숨고, 자칫 사람에게도 옮겨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20일 전문가 회의를 열고, 현황 등을 점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