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장관은 FTA, DDA 등 농정에 있어 가장 큰 문제가 발등의 불로 닥쳐 있는 상황이 위기지만 도전으로 받아들여 이겨내야 함을 역설했다. 허 장관은 이 문제 외에 새만금, 협동조합개혁, 농가부채 경감대책, 농업예산 확보, 조직개편 등 농정 전반에 걸친 현안에 대한 인터뷰를 가졌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 -취임한지 한 달이 조금 넘었는데 업무 파악은 다 마치셨는지요. 바깥에서 보는 농정과 실제 경험해 보신 농정, 어떻습니까. ▲대학총장을 지낸 경험이 있어 꽤 바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지만 장관이란 자린가 이렇게 바쁘고 막중한 자리인지는 몰랐습니다. 오자마나 업무파악하랴, 새만금 사업, 한칠레 FTA 피해대책 등 현안사항을 챙기느라 정신없이 보냈습니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동안의 소회를 말한다면 그동안 우리 농정이 근본적인 체질강화보다는 당면 현안문제를 해결하는데 보다 치중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농정 전반에 대한 로드맵을 충실히 세워서 향후 10년을 내다보는 '예측이 가능한 농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이에 대한 준비를 해 나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서 농촌사회가 유지되고 도시와 농촌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우리 농업의 사활이 걸렸다고 볼 수 있는 칸쿤 각료회의를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협상에 임하는 정부의 입장은 어떤 겁니까. ▲칸쿤 각료회의는 DDA 협상을 중간 평가하는 회의로서 농업협상의 세부원칙(Modality)의 기본틀을 논의한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이번에 기본틀에 대한 이뤄질 경우 구체적인 관세 및 보조금의 감축율을 정하는 협상이 뒤따를 예정입니다. 이번 회의는 지난 8월 각국에 배포된 카를로스 카스티요 WTO 일반이사회 의장의 초안을 중심으로 집중적인 논의가 있을 전망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입장 반영을 위해 기존에 구축된 다양한 그룹의 국가들과 쟁점별로 선별 공조를 강화해 관세와 보조금 감축을 최소화하는 등 우리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는데 우선 순위를 두고 대응할 계획입니다. -장관께서는 농업분야에 있어서 개도국 지위 유지가 가능하리라 보십니까. ▲이번 각료회의에서 집중 논의될 카스티요 의장의 초안은 미국과 EU가 제시했던 절충안에 비해 관세와 국내보조금 감축 부문 등에서 개발도상국에 대한 우대를 크게 확대하고 있습니다. 의장안대로 협상이 진행될 경우 우리 농업에 대한 영향은 개도국 지위 유지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지게 되므로 우리로서는 최우선 협상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경제가 발전하고 세계 12대 무역국가로 성장하면서 국제 여론은 우리의 개도국 지위 유지에 그다지 호의적이지 못한 상황입니다.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며 이는 양보의 대상이 아니므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다만 개도국지위 유지 문제는 농업협상의 세부원칙 확정을 위한 이번 협상 이후 국가별 구체적인 개방의 폭과 속도를 협의하는 양허 협상 단계에서 논의될 사항이며, 이번 칸쿤회의에서 다뤄질 사항은 아닙니다. -한·칠레간FTA 비준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는데요. 지난 7월 농림부에서 피해농가에 대한 지원책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의 반발은 여전할 것이 사실입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 나가실 생각인지요. ▲정부는 농업피해 최소화, 선대책 후비준 원칙에 따라 현장 농업인의 폭넓은 의견을 수렴, 지원대책을 마련했습니다. 지원계획에 따라 앞으로 7년간 총1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며, 또한 대책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특별기금을 설치하는 내용이 포함된 'FTA지원특별법이 국회에 상정되어 있습니다. FTA, 농가부채경감, 농특세 연장, 복지 및 지역개발 등에 대한 4대 특별법을 정기국회 기간중 차질없이 마무리해 농업인들의 신뢰를 토대로 비준안이 처리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농업인들의 가장 관심있는 분야중 하나가 농가부채 문제입니다. 농가부채 문제 해결을 위한 농림부의 대책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요. 농가당 평균부채 감소 등 부채가 다소 호전되고 있으나 소득정체 등으로 빚을 내서 빚을 갚는 악순환 구조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고액부채·연대보증피해 농가는 소득에 비해 상환부담이 과중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농가부채경감대책의 핵심은 농업인이 스스로 부채를 갚아나갈 수 있도록 상시 경영회생 시스템과 능력에 맞는 상환제도를 마련하는데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재해 등으로 일시적 경영위기에 빠진 농가에 대해 워크아웃 방식의 경영회생지원제도를 상설화해 부채 문제를 수시로 해결하는 체제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정책자금은 소득으로 상환할 수 있도록 상환기간을 5년거치 15년 상환으로 장기화하고 금리도 1.5% 수준으로 인하하며, 조기 상환하는 선량한 농가들에 대해서는 1년간 이자액의 40%를 감면하는 인센티브를 강화할 것입니다. 현행 6.5%인 경영개선자금, 상호금융 저리대체자금에 대해 추가적인 금리 인하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정부안을 만들고 이를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부채법 개정안에 포함시켜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입니다. -협동조합 개혁을 위한 농협법 개정 작업이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방향으로 개혁해 나가실건지, 그리고 법 개정 일정을 말씀해 주시지요. ▲현재 추진중인 협동조합 개혁은 중앙회의 독립·전문경영체제를 강화하고, 일선조합의 경영효율성을 제고하면서 사업의 규모화를 추진하는데에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중앙회는 대표이사 중심의 책임경영체제 구축, 직접 사업장의 자회사화, 자본금 확충 등을 통해 신경분리를 사전 준비하고, 일선조합은 전문경영인제를 도입, 조합장 선거제도 개선, 조합간 사업연합 확대 등을 통해 경제사업 활성화를 추진토록 할 것입니다. 협동조합 개혁을 위해 이번 정기국회 회기내 농협법 개정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데 현행 농협법상 신경분리 타당성 연구결과보고서에서 제시한 내용을 내년 6월까지 법개정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중앙회 임원선거(2004년 6월) 전까지 관련제도를 정비하기 위해서는 금년내 농협법의 개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농협법 개정 내용에 대해서는 농협개혁위원회에서 논의를 해 건의안을 정부에 제출하면 이를 토대로 9월중 관계부처협의 등 입법절차를 거쳐 이번 정기국회에서 개정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최근 기획예산처의 내년도 정부예산안 심의결과를 보면 농업분야를 전혀 배려하지 않았구나 싶을 정도입니다. 공약사항인 농림예산 10% 확보, 직불제 예산 20%로 확대가 물 건너 간 듯 한데요. 앞으로 농림예산을 어떻게 확보해 나가실 계획입니까. ▲내년도 농림예산은 참여정부의 농정방향, 국정과제 등을 반영, 농촌복지·지역개발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직불제의 지속적인 확충에 중점을 두고 편성할 계획입니다. 또 FTA 체결 등 개방확대에 따른 보완대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농민부담 완화 차원의 농가부채대책 소요자금 반영, FTA 보완대책을 가시화하기 위해 FTA 이행기금에 출연할 계획입니다. 예산당국이 균형재정 달성이라는 국가정책 목표를 추진하고 있어 내년 국가전체 예산규모는 올보다 2.1% 증가에 그칠 전망입니다. 농림분야 예산도 당초 우리가 요구한 수준보다 미흡한 것이 사실이나 올 수준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농림예산 10% 확보가 연차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예산당국과 협의를 계속하고, 4대 특별법 제개정시에도 필요한 예산이 반영되도록 적극 노력하겠습니다. -현재 농림부가 추진중인 조직개편안의 기능별 개편은 축산국이 폐지되어 축산분야의 정책기능이 약화되는 것이 아닙니까. ▲현재 품목별로 구분되어 있는 농림부 조직을 기능별로 재편, 전문성을 강화하고 생산기능도 첨단기술과 접목된 환경친화적인 방향으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지난 8월 4일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에 농림부를 가칭 농업식품농촌부로 개편하는 방안을 보고한 바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축산분야도 새로운 업무수요에 맞게 검역원, 품관원 등을 통합, 청단위 기관인 가칭 농축산물검사검역청을 신설, 생산단계의 안전성, 축산물위생, 국경검역을 연계하여 안전한 농식품을 공급하는 체계를 마련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기능별 개편은 축산기능을 축소하거나 폐지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발전적으로 보강하는 것입니다. 축산기능 담당국이 3개 국(환경농축산국, 농축산물유통국, 농축산식품산업국)으로 확대되고, 계단위 조직은 현행대로 유지하게 됩니다. 오히려 여러국 및 소속기관으로의 업무이관을 통해 과다한 업무를 정리하게 되어 효과적인 업무추진체계를 갖출 수 있습니다. 조직개편 문제는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와 계속 협의를 진행할 계획으로 농림부안대로 반영되지 않을 경우 현재의 축산국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게 되기 때문에 우려하는 축산분야의 위축은 없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김영란 yrkim@chuksan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