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원산지표시제 시행 한우업계 숙원” ▲한성일교수(건국대학교)=지난 여름 전국한우협회는 세 차례에 걸친 정책토론회를 주관하면서 한우농가들로 하여금 정책 우선순위를 조사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한우농가들은 첫째, 유통투명성 확보, 둘째, 한우개량과 생산이력제의 연계, 셋째, 한우번식기반조성, 넷째, 조사료 생산 확대, 다섯째, 한우판매점 인증제 실시 등을 우선해 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들 농가가 주문한 내용을 살펴보면서 필자는 우리 농가들이 한우산업의 당면과제 및 해결방안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필자 역시 이들 농가와 견해를 같이 하는데 그 이유는 축산현장을 다니면서 이와 같은 얘기를 너무도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과거와는 달리 이제 의식 있는 농가들은 축산업을 둘러싼 내외 여건의 변화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즉 이미 모든 제품의 시장은 완전 개방되었고, 앞으로는 생산성 향상을 통한 경쟁력 제고만이 살 길인 바, 이를 위해서는 규모화 및 조직화에 적극 참여해야 하며, 구태의연한 의식을 버리고 보다 적극적으로 기업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과거와 같이 단순히 농업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자로서의 의무는 충실히 수행할 터이니, 농가의 손이 미처 닿지 못 하는 곳에 대한 정부의 배려 및 감독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DDA에 대비하여 정부가 발표한 한우산업정책의 기본 틀이 앞에서 농가들이 지적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앞으로도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굳건한 의지를 가지고 정책을 펴 나가기를 주문하고자 한다. ▲고영곤상무(농협중앙회)=오늘날 한우산업이 이 만큼의 입지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한우농가와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생산단체들의 노력과 정성이 바탕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한우가 국민과 소비자로부터 더 많은 사랑과 신뢰를 받는 산업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많은 과제들을 안고 있다. 이 과제는 시대와 소비자의 변화에 대응해 가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한우고기가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안전하고 위생적인 축산물을 생산·공급해야하며, 글로벌 시대에 맞게 다른 나라 쇠고기와 경쟁할 수 있는 고품질 우수브랜드를 만들어내는 것이 이제는 필수조건이 됐다. 즉 한우농가, 생산자단체, 정부가 서로의 맡은 바 역할을 충실히 하였을 때만이 비로소 소비자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소비자에게 규모화된 브랜드육의 안정적 공급이 가능하도록 하여야 하며, 농가에게는 안전축산물을 생산하기 위한 적극적인 지원과 수입축산물과의 차별화 및 한우의 안전성을 소비자가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쇠고기이력 추적시스템을 확대 시행할 필요가 있다. 한우 산업이 개방화시대에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농가, 축산관련단체 및 정부가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해 축산정책이나 대안을 적극적으로 발굴 반영하여 한우농가가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우영묵부회장(한우협회·안성마춤 한우회장)=한우는 후손에게 물려줄 생명산업이다. 요즘 음식점에 축산물 원산지 표시를 하기 위하여 한우협회, 양돈협회, 소비자 단체의 목소리가 높다. 한우가격이 안정을 못 찾고, 생산자가 갈팡질팡하는 것은 옛날이나, 지금이 달라지지 않고 똑같은 현상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IMF이후 WTO체제 속에서 우리의 축산업 정책은 미래 지향적이기 보다는 발등에 떨어진 불만 끄는데 급급한 실정이다. 지난달 24일 TV에서는 16개 업체가 수입쇠고기를 한우로 둔갑시켜 버젓이 현수막을 걸고 판매하다 단속반에 걸린 것이 방영됐다. 국내산 쇠고기 자급율이 30%밖에 안되는 시점에서 국내산 쇠고기 매장은 70%가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그렇다고 보면 원산지 표시는 누구를 위해 필요한가? 단순히 생산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전 국민에게 믿을 수 있는 축산물을 공급하기 위한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다. 한우산업의 비젼을 제시할 수 있는 이 같은 정책의 시행이 차일피일 미뤄진다면 우리 한우농가들은 정부를 불신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김병선지회장(한우협회경기도지회)=최근 2개월여 동안 진행되고 있는 한우 자조활동자금 대의원 선거에서 우리 한우인들은 단합된 모습으로 그 힘을 보여줬다. 여러가지 어려운 여건에서도 한우산업을 위해 노력하는 농가 여러분들의 의지가 크게 빛난 결과였다. 최근 한우농가의 관심은 한우고기의 유통 투명성 확보와 음식점 육류 원산지 표시제 실시일 것이다. 얼마전 매스컴에서도 보도되었듯이 대형음식점과 유통업체에서 육우와 수입육을 한우고기로 둔갑 판매하여 적발된 사례가 있다. 이는 이번에 적발된 업소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미국산 소의 광우병 발병 등으로 우리는 극심한 소비감소를 경험한 바 있다. 정확한 원산지를 표시로 이 같은 일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단속 기술상의 한계와 허위 표시된 식육을 구입 사용한 경우 그 책임 규명과 조리된 식육의 허위표시여부 확인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며 반대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이제는 자신의 작은 이익만을 생각하는 좁은 생각에서 탈피해 모두의 이익을 고려하는 넓은 생각을 가지고 힘을 모아야 할 시점이다. 수입의 거센 파도와 싸워야 하는 우리 한우농가들에게 최소한 수입축산물과 정당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할 것이다. ▲이문연사무국장(종축개량협회)=최근 한우사육두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몇 년 동안 140~150여만두에 지나지 않던 사육두수가 금년 6월에 162만두로 불어나자 일각에선 한우사육두수의 급격한 증가에 의한 한우가격 하락이 재현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실 몇 년째 정체되고있는 쇠고기 소비부진과 수입고기와 한우고기 가격의 차별화에 대한 소비자 이해의 정도 등으로 미루어 볼 때 작금의 한우사육두수 증가는 매우 우려되는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이제는 쇠고기 소비부진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그 대책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다. 식품으로서의 안전성에서 그 해답을 찾아야 한다. 국내는 물론 외신을 통해 들어오는 각종 가축 질병에 대한 무차별적인 매스컴의 호들갑으로부터 축산물은 물론 한우고기 마저 소비위축의 도마에 올랐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이와 함께 쇠고기 유통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물론 어지간한 전문가들도 한우고기와 수입쇠고기를 구분하기는 매우 어렵다. 안전성이 우선 시 되고있는 상황에서의 유통불신은 극심한 소비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답을 알면서도 문제해결이 되지 않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생산과 유통을 투명하게 하는 방법만이 한우산업이 살길이다. ▲김건수 대표이사(씨엔씨 푸드시스템)=한우농가는 한우처럼 우직한 면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지역의 주주농장에서 계획을 받아 출하 일정을 정하는데 불쑥 C지역에서 명절 전에 출하를 요청하면서 “경험으로는 임박해서는 가격이 하락했다”며 명절 전전주 가격을 정산 기준으로 요청하기에 약속을 하고 출하를 하였으나 반대의 결과로 농가는 손실(?)을 보았다. 오히려 K지역에서는 출하를 기다려 줄 것을 통보했다가 농장 요청에의해 득을 본 셈이 되었다. 이제 농장은 유통업체를 믿고 우직하게 좋은 소의 생산에만 전념해 주시기를 바라는 맘이다. 둘째는 최종 소비자를 위하여 늘 균일한 최고의 소를 생산해 주기를 당부하고 싶다. 유통업체가 판매하는 상품은 이미 한우라는 확신으로 구입했지만, 수입육이나 육우와 비교하여 차별성을 주지 못하면 그 고객은 한우에 대한 신뢰를 버리고 말 것이다. 셋째는 한우와 유기적인 고리를 갖고 있는 각 직능 모두가 최종의 소비자를 한우의 고객으로 만드는데 위기감을 갖고 최선을 다해야할 것이다. 우리들은 양동이로 물을 나르는 것이 아니라 춤이 얕은 쟁반으로 물을 나르고 있다고 비유할 수 있다. 자기 역할을 게을리 하면서 한우산업이 발전해 줄 것을 기대하기에는 깊이가 너무 얕고 시간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야 정부도 한우산업을 정책적으로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한우인 모두는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진리를 명심해야 한다. ▲민승기 부장(천하제일사료)=한우산업의 경쟁력은 소비자의 한우고기 구매의사에 따라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비자가 수입쇠고기나 국내산 육우에 비하여 한우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정도에 따라 한우의 시장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또한 한우는 수입쇠고기와의 생산비 경쟁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전체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 보다는 인기부위는 소득 수준 상위 20∼30%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고품질 고가의 로열티 마케팅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비인기 부위 판매를 위한 마케팅전략 또한 병행되어야 한다. 2∼3배의 높은 가격을 기꺼이 지불하고 자부심을 갖고 한우 쇠고기를 구입하고자 하는 소비자가 원하는 한우고기는 첫째 안전성(전염병, 항생제잔류, 환경 및 위생 등)이 확보되어야 하고 두 번째 맛과 조직감에서 확실한 차이가 입증되는 한우 고유의 맛을 지닌 고급육이 필요하다. 위 두 항목은 절대적으로 생산자의 몫이며, 비육 밑소의 개량, 사양관리 기술, 환경관리 및 사료, 조사료 급여 프로그램 등으로 차별화 시키지 못하면 소비자에게 선택받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한우고기라는 것을 믿고 구입할 수 있는 유통 시스템이다. 모든 생산물들이 남아도는 잉여경제의 시대, 이제는 한우쇠고기 유통, 가공, 판매 등 공급시스템과 마케팅에 정부의 지원과 규제가 무엇보다 절실히 필요한 시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