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은 양돈업계를 비롯한 한국 축산史의 한페이지를 장식할 역사적인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20여년간 국내 축산업계의 숙원이었던 ‘의무자조금사업’이 마침내 양돈분야에서 처음 실현된 것이다.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지난 4월부터 징수가 이뤄 이뤄진 양돈자조금사업은 일년이 채 되기도 전인 지난 10월분 납입률이 90%대에 육박하는 등 당초 예상을 넘어서고 있어 조기정착의 바램이 곧 현실화 될 것이라는 기대를 부풀게 했다. 하지만 사업 초창기였던 만큼 자조금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납부를 거부하는 사례가 나타나기도 했으며 관련법의 일부 보완과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특히 양돈지도자들을 중심으로 한 끈질긴 설득과 협상으로 결국 자진철회가 이뤄졌으나 자조금수납기관인 도축업계가 헌법소원에 나서면서 한때 극한 대립양상이 연출되기도 했다. 물론 아직까지 그 불씨를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한 상황이지만 TV광고 등 자조금사업이 본격화 됨으로써 그 필요성에 대한 인식도 저변화, 전 양돈업계의 동참이 멀지 않다는 예감을 확인한 해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전 양돈업계가 자조금의 바람속에서 한해를 보내는 가운데 사상최고의 돼지가격이 지속되면서 양돈인들은 또한번 표정관리를 해야했다. 사회전반에 걸친 극심한 경기침체하에서도 광우병논란과 조류인플루엔자의 여파가 돼지고기 소비를 뒷받침한 반면 지난해까지 이어진 장기간 불황으로 사육두수 자체가 많지 않은데다 각종 질병발생으로 출하량이 대폭 감소, 마침내 돼지가격은 지육kg당 4천원벽도 넘어섰다. 반면 이러한 돼지가격 추세는 육가공업계의 경영난을 가중시킨데 이어 돈육수입 마저 크게 증가하는 요인으로 작용함으로써 업계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특히 ‘서자’로 취급돼 왔던 전후지의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공급량 부족사태가 나타나고 있는 반면 삼겹살 재고는 상대적으로 증가하는 기현상은 바로 최근의 높은 돈가가 빚어낸 부산물로 지목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양돈업계가 호황을 누리지는 못했다. 연말로 접어들며 사료가격인하가 본격화 되고는 했지만 올초 거듭된 사료가격 인상으로 생산비가 대폭 상승한 상황에서 소위 ‘3P(PMWS, PED, PRRS)’로 불리우는 질병이 전국을 휩쓸며 농장에 따라서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두드러졌다. 이중 정확한 원인규명과 뚜렷한 치료법이 발견되지 않은 PMWS는 전 양돈농가를 공포에 몰아넣으며 양돈업계의 가장 큰 현안으로 부상했다. 한편 비현실인 규정만을 대입, ‘액비의 중금속 오염 논란’이 가열되며 정부지원사업이 일제히 중단되는 사상초유의 사태를 빚기도 했다. 더욱이 관련내용이 걸러지지 않은채 일부 언론을 통해 대서특필되며 국민들로 하여금 양돈산업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양돈업계의 강력한 반발을 유발했으며 결국 관련규정의 개정도 이뤄졌다. 올 한해는 또 농림부와 환경부 합동으로 가축분뇨 관리 이용대책이 수립된 것을 비롯해 악취방지법 시행이 예고되는 등 양돈산업의 생존과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각종 정책 및 제도가 수립 또는 추진되는 중요한 시기였다. 특히 브랜드 중심의 정책방향 수립에 따라 양돈업계에는 과열이라고 표현될 정도로 브랜드 사업의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특히 브랜드화 사업과 연계돼 비육돈 단계에서의 HACCP 인증농장이 속속 출현하기도 했다. 이밖에 지난 4월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대일수출이 재개된 제주도에서 돼지콜레라 백신접종의 의심되는 사례가 발견, 일본측이 곧바로 검역중단 조치에 나섬으로써 또다시 국내산 돼지고기의 일본공략이 중단돼 양돈업계를 안타깝게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