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축산분야는 폭풍 전야와 같이 조용하다. 지난 해 같은 안정적인 경영여건이 올해도 계속 이어지기를 간절히 소원하는 분위기다. 하늘이 도와 준 덕분일까. 아니면 수의 축산 분야가 방역에 대해 노력한 결과인지 사소한 가축 질병은 있었지만 축산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게 하는 악성질병은 표면적으로 나타나지 않았다.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올해에도 지난해만 같아라 하는 생각은 축산인 모두의 바람임이 틀림없다. 이렇게 조용한 분위기에 대해 한편으로 걱정하는 축산인들이 많다. 경영에 숨을 돌릴 수 있을 때 축산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하고, 안정적인 축산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실상 축산 분야 현안 가운데 기금(基金)을 비롯해 일부는 해결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축산업이 개방 시대에 대처하고 국민 경제에 기여하는 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설득력 있고 제대로 된 청사진 하나 없이 현실에 안주하고 있다는 우려스러운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몸집에 비해 문제를 풀어 가는 안목과 추진력이 취약하다는 이야기다. 축산의 현안과 미래에 대한 문제 의식도, 감각도 없이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대처하며 우왕좌왕하는 안일함도 지적되고 있다. 축산을 보는 바깥의 시각은 위협적이다. 늘 강조하는 것이지만 축산업은 환경을 파괴하는 주범이고, 각종 가축 질병으로 인한 사람의 피해의식, 축산물의 안전성 문제의 제기는 물론이다. 이같이 국민들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면서 경쟁력도 취약한 산업을 굳이 이 땅에서 계속해야하느냐는 부정적인 시각에 대한 대책은 속수 무책이다. 농업 내부에서도 축산을 보는 시각은 부정적이다. 농축산 경제를 다루는 기관이나, 그 많은 농업 관련 연구소들도 축산의 미래를 걱정하고 대안을 강구하는 제안들은 눈을 씻고 봐도 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어디 이 뿐인가. 축산업은 농정에서도 골치 아픈 존재로 치부되고 있지 않은가. 생산경제 규모 면에서나 고용증대 또는 애그리비지니스 차원에서 볼 때 축산업은 1차 산업 가운데 효자 품목임을 자타가 공인하면서도 정책 청사진 역시 뚜렷한 것이 없지 않은가. 쌀에 대해서는 미래 지향적인 정책이 구체적으로 제시되는데 반해 축산은 인색한 아쉬움 그 자체다. 이러한 현상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좀더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보자. 농업 정의에는 분명 축산도 같이하고 있지만 보다 근본에 해당되는 농지법에 축사시설을 배제하고 있는데 축산의 미래를 논할 상황인가 묻고 싶다. 과연 지구촌에서 축산물을 국민의 식량으로 활용하는 국가가 농지에 축사를 부정하는 사례가 있는지에 대해 해답을 얻었으면 한다. 축산인들에게는 참으로 분통터지는 사례다. 이제 축산인들도 변해야 한다. 모든 현안을 남의 탓으로만 돌리는 아나로그 사고 방식으로는 축산의 미래는 단연코 없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축산을 교과서식 즉 유축농업 차원에서 시작하지 않고 단숨에 큰 돈을 벌겠다는 식으로 규모화를 지향한데 따른 예고된 부작용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된 것이다. 시장경제 시대에 살아남고 웰빙 바람에 부합되는 친환경 축산경영을 꾀하지 않고는 대책이 없는 것이 현 상황이다. 좀 딴 얘기 같지만 규모 경쟁 대책의 일환으로 정부가 수혈한 엄청난 각종 지원 자금의 수혜를 받아 양지(陽地)의 프리미엄을 즐긴 계층들은 대안없이 추락하고 있는 축산의 현실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그들이야말로 축산 현안에 대한 문제를 제대로 인식한다면 대중 앞에 떳떳이 나서서 축산을 바로 세우는 일에 앞장서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하는 것을 진지하게 자문해 봐야할 것이다. 축산이 가는 길 요소 요소에 지뢰가 매설되어 있는 참담한 현실 앞에 내 몸을 던져서라도 산업을 살리겠다고 뜻을 함께하는 축산인들이 새로운 각오와 결연한 의지를 갖고 꼬여있는 현안을 풀어내지 못하면 축산은 이제 한계 상황에 직면하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따라서 축산관련 단체들도 변화를 이끌어 낼 큰 그릇으로 거듭나야 한다. 농업안에서 산업의 가치를 정당하게 평가받고 문화와 경제 비중에 걸맞게 헤게모니를 장악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잘못된 축산과 축산인의 모습을 바로잡고 국민들이 이해하고 또 국민들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산업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각종 홍보를 비롯 구체적이고 공격적인 대안을 담은 장단기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함을 주문한다. 특히 축산은 협동조합과 사단법인체들이 대립관계가 아니라 상호 보완관계로서 뜻을 모아야 발전할 수 있다. 역할은 다르지만 목적은 곧 축산인과 축산업 발전을 위한 것인 만큼 그 목적에 충실한다면 불화는 불식시킬 수 있다고 본다. 축산단체들의 모임인 축단협을 구심점으로 축산인 모두가 하나가 되는 계기를 만들어야 축산업의 미래를 예상할 수 있다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