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돈개량에 구멍이 뚫렸다. 그것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국내 종돈업계가 안고 있는 태생적인 문제라는 점이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한 육종전문가는 “가축개량을 2개의 교각으로 이뤄진 ‘다리’ 라고 생각한다면 검정은 등록과 함께 그 다리를 지탱하고 있는 교각중의 하나” 로 전제, “결국 절름발이 다리와 다를 게 없는 상황에서 종돈 개량성과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말로 국내 종돈업계의 현주소를 표현했다. 자신이 운영하는 농장 종돈의 객관적인 능력은 물론 국내에서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 비교 평가도 할 수 없는 현실에서 개인농장, 나아가 국가적으로 우수한 개체발굴이나 개량방향설정이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우수 유전자원 공유가 사실상 불가능해 국가적으로 적지않은 손실이 뒤따르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나마 객관적인 능력을 인정받은 개체도 대부분 비육돈 농가에 대한 정액공급용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상당수다. 이에 양돈업계 일각에서는 “PSY 30두 실현이 국내 양돈업계로서는 이상향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자조섞인 전망도 적지않다. 다시말해 우수종자의 확보가 양돈농가의 생산성은 물론 양돈산업의 경쟁력과 성패를 좌우하는 첩경이라는 점에서 국내 산업은 뿌리 단계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게 많은 양돈인들의 시각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정부의 무관심이나 정책적 지원 부재는 물론 종돈 시장여건에 이르기까지 어느 부분하나 현재의 추세가 개선될 수 있는 여건이 제공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검정을 받지 않아도 종돈판매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르는 종돈장은 찾아볼 수 없다. 구입자들이 돼지의 유전적인 능력이나 특성보다는 외형을 주요 선발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종돈개량 의욕도 기대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반면 검정을 받는다고 해도 100% 판매가 어렵고 그나마 인공수정의 확대로 10% 남짓 판매가 이뤄지는 수퇘지의 경우 검정시에는 거세가 불가, 도축시 50% 정도의 가격밖에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종돈업계는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여기에 검정에 따른 농장성적 공개로 인한 부담 역시 종돈장들로 하여금 검정을 외면토록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로인해 오히려 일부 종돈장들 사이에서는 검정 포기를 심각히 검토하고 있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종돈업계는 “연간 수백억씩 지원되는 가축개량 사업 가운데 종돈부문은 10%에도 훨씬 미치지 못한다”고 전제, “국가기반산업이 철저히 외면되고 있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현행 검정체계에 대한 문제점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으나 정부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게 종돈개량에 대한 관심도를 반영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적지않다. 이에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우선적으로 검정 비용지원 현실화 및 검정농장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등 ‘검정농장이 대접받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재 종돈선발기준이나 개량에 대한 이해도 높지 않은 만큼 일단 순종 생산종돈장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든 최소 검정실시 요건을 삽입, 종돈장으로 하여금 최소한의 의무를 갖도록 하는 제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 이와함께 종돈구입시 외모 중심의 선발 보다는 객관적인 검정성적을 토대로 구입돈의 유전능력과 특성을 충분히 고려한 선발이 가능토록 지속적인 농가계도가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더이상 종돈개량 사업이 표류해서는 안될 것”이라며 “현행 검정체제 개선을 비롯해 종돈개량을 위한 실질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주문하고 있다. 이일호 L21ho@chuksan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