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20 (금)

  • 흐림동두천 23.5℃
  • 흐림강릉 30.0℃
  • 서울 24.7℃
  • 대전 24.5℃
  • 대구 28.9℃
  • 흐림울산 27.3℃
  • 광주 26.0℃
  • 부산 23.5℃
  • 흐림고창 25.6℃
  • 흐림제주 29.7℃
  • 흐림강화 22.9℃
  • 흐림보은 24.4℃
  • 흐림금산 25.4℃
  • 흐림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8.5℃
  • 흐림거제 24.1℃
기상청 제공
검색창 열기

종합

식목일 火魔에 휩싸인 축산현장을 찾아

식목일에 발생한 양양 고성 지방의 산불 소식은 전 국민을 안타깝게 하기에 충분했다. 천년 고찰이 순식간에 타버린 것도 안타까웠지만 삶의 터전을 화마에 고스란히 빼앗긴 그곳 사람들의 심정을 헤아려 보면 더욱 안타깝다. 본지는 축산 농가를 중심으로 산불 피해 현장을 살펴봤다. 편집자


송아지 잃은 어미소 젖꼭지엔 생젖이 줄줄…

14:00
▶영동고속도로 위
양양을 향하는 차안에서 건너편 차선을 바라봤다. 벌써 한참 전부터 수십대의 소방차들이 줄지어 오고 있었다. 본 기자는 양양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양양 산불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었다.

15:30
▶속초양양축협 사무실
농가들의 피해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속초양양축협 사무실에 들렀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트럭마다 가득 쌓인 TMR사료.
속초양양축협의 이양중 전무는“산불로 인해 가축이 다치거나 죽은 경우는 드물지만 집에 저장해둔 사료가 모두 불에 타 농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트럭에 실어놓은 TMR사료는 볏짚과 사료를 함께 공급하기 어려워 홍천으로부터 이날 아침 급히 공수해 온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현재로서는 피해상황을 파악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우리 취재단은 서둘러 신임 이종률조합장, 이양중전무와 함께 피해농가들의 현장을 둘러보기로 했다.

15:45
▶강현면 감곡리
차에서 내리자마자 먼저 매케한 냄새가 코를 강하게 자극했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놀라웠다.과연 이곳에 사람이 살았던가 싶을 정도로 피해상황은 심각했다. 집과 축사는 그 터만 남았고, 살아남은 가축들은 비를 피할 곳도 없이 공터에 묶여있었다.
축사가 있었던 곳으로 들어서는 순간 시커멓게 그을린 체 누워있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어린 송아지는 미쳐 불을 피하지 못해 그곳에 그렇게 타 죽어있었다. 공터에 묶여있던 어미 소의 젖꼭지에서는 새끼가 죽은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해 생젖이 흘렀다.

16:30
▶강현면 용호리 김종환씨 오소리 농장
이번 산불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지역인 강현면 용호리. 이 지역은 총 42가구 중 34가구가 이번 산불에 피해를 입었다.
마을 입구에서 오소리 20여 마리를 사육하며, 식당을 함께 경영했던 김종환씨 댁.
이곳 역시 현재는 식당과 축사가 뼈대만 앙상히 남았다. 체 열 마리도 안 남은 오소리들은 산불의 악몽에서 아직 깨어나지 못했는지 불안한 움직임을 보였다.
김종환씨는“6일 오후 3시경 불길이 넘어오는 것은 보고 LPG통만 먼저 옮긴 순간 불길이 삽시간에 식당과 축사를 삼켜버려 급히 몸을 피할 수 밖에 없었다”고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설명했다.
또“오전에 피해조사를 나온 군청직원이 오소리는 가축이 아니라 피해보상을 받을 수 없을 거라고 말했다”며 “오소리가 가축인지도 모르는 직원에게 더 이상 아무소리도 하고 싶지 않아 그냥 돌려보냈다”는 그의 말에 어떤 비애감마저 들었다.

17:00
▶강현면 용호리 김동환씨댁
우리 일행은 좁은 길을 따라 좀 더 깊숙이 들어가보기로 했다.
길을 따라 오른편으로는 검게 그을려 흉하게 되어버린 산과 형태조차 알아보기 힘든 집들이 줄지어 있었다.
또한, 논바닥에는 불을 피하기 위해 급히 옮겨놓은 LPG통들이 눈에 띄었다. 5분쯤 들어가자 가족들과 함께 이젠 흔적만 남은 집터를 바라보고 있는 김동환씨를 볼 수 있었다.
집터를 둘러보던 중 우리는 또 다시 검게 그을려 죽어있는 소 한 마리를 볼 수 있었다.
검게 누워있는 소는 배가 불러 있다. 새끼를 밴지 3개월 됐다고 김동환씨가 설명했다.
그는“삽시간에 번져버린 불에 건진거라고는 LPG 가스통 2개 뿐”이라고 말하며, 허탈하게 웃는다.
마을을 빠져나오는 길에 차창 밖으로 보이는 한 농장에서는 각목과 천막으로 임시 우사를 만드는데 한창이다. 불길이 모든 걸 삼켰을지는 몰라도 우리 농가들은 맨바닥에서 새 출발을 준비하고 있었다.


■산불재해 종합대책 마련

::농림부, 배합사료·건초 등 무상지원
농림부가 양양산불피해 지역 농가 지원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영동산불중앙수습본부(농림부)는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강원도 양양군 피해지역의 신속한 복구 및 지원을 위해 지난 8일 박홍수장관 주재로 긴급대책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에서 산불로 사료 등이 소실된 축산농가에게는 농협을 통해 배합사료와 건초를 무상으로 지원하고, 소농기구 1천4백40점을 농촌진흥청에서 무상 공급키로 했다.
또한, 특별재난 피해 농가는 농축산 영농자금 상환기간이 1년 연기되고, 농작물 피해율이 30~50%인 경우 1년간 이자, 50% 이상인 경우 2년간 이자가 면제된다.
한편, 정부는 농림부, 건교부, 산림청, 문화재청 등과 합동으로 합동조사반을 편성해 현지 피해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체 피해복구계획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동일 dilee@chuksannews.co.kr

::농협중앙회, 방역·영농자재·금융등 지원

농협중앙회는 지난 5일 고성과 양양지역에 대형 산불이 발생함에 따라 피해농가를 대상으로 방역과 영농자재등 지원하고 금융지원등에 대해서도 적극 검토할 방침이다.
농협은 이번 산불로 인해 1백46세대 3백23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농가도 1백10여채, 축사 4동이 전소되는 등 피해를 입었으며 현재 피해상황을 계속 조사중이라고 소개했다.
이에 따라 농협은 즉시 재해대책상황실을 가동하고 비상근무에 들어갔으며 재해지역 이재민을 돕기 위해 쌀, 생수, 부탄가스 등 5백만원 상당의 생필품을 긴급 지원했다. 또한 피해지역의 농협 임직원을 총 동원해 고향주부모임, 농가 주부모임 회원들과 함께 재해 복구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농촌 돕기연예인운동본부 회원들도 피해지역의 일손돕기에 나서기로 했다.
농협은 피해지역에 대한 농기계 특별 순회 수리 및 영농 자재와 사료, 방역 약품도 지원하고 재해농업인에 대한 금융지원도 검토할 계획이다. 한편 지난 6일 박석휘 농업대표와 서울ㆍ경기지역본부 직원들은 피해지역을 방문해 위로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신정훈 jhshin@chuksannews.co.kr

■속초양양축협 이종률조합장·임직원
장병과 함께 노숙하며 산불진압

강원 양양지역 산불에서는 일선축협의 발 빠른 움직임이 돋보였다.
속초양양축협의 이종률 신임조합장과 임직원들은 처음 불이 나던 5일부터 산불이 한참 기승을 부리던 7일 새벽까지 조합원들의 안위를 살피느라 인근 군부대장병과 함께 노숙하며 산불피해에 대비하며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발빠른 움직임이 대규모 농장의 피해를 막은 것이다.
또한, 이번 양양지역 산불로 인해 가축의 폐사피해보다는 축사와 사료가 불에 타 어려움을 겪는 농가들이 많았던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축협은 이들 피해농가에게 급히 축협생축장에 비축해 놓은볏짚과 사료를 우선 나눠주고, 추가로 홍천으로부터 TMR사료 4백포를 들여와 지원했다.
이 조합장은“지금처럼 긴급 상황에 절차를 밟아가며 지원하는 것은 너무 늦다”며 “사정이 급한 농가들에게 우선 지원을 실시하고 자금 등의 문제는 차차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이조합장은 8일 취임식을 갖고 공식적인 업무를 시작할 계획이었으나, 모든 공식일정을 취소한 상태.
“조합원들이 생계마저 불안한 상황에서 공식행사를 취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말하고 “당분간 피해현황파악과 복구·지원을 위해 조합의 모든 역량을 집중시킬 것”이라고 이조합장은 밝혔다.
한편, 비무장 지대에서 시작된 고성지역산불이 남으로 확산됨에 따라 고성축협 황방근조합장은 전직원에게 비상대기령을 내리고 본인은 산불진화대원들과 함께해 비무장지대 산불진화 작업에 참여했다.
이동일 dilee@chuksannews.co.kr

■재산 피해규모
피해농가 163호가축 6천여마리 폐사 6억3천만원 재산피해

양양지역에 발생한 산불로 인해 축산피해액은 지난 8일 오전 9시 현재 6억2천6백여 만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피해농가 수만 1백63개 농가에 이른다.
축사 20동이 소실되었으며, 가축 6천4백여 마리가 폐사하거나 실종됐다.
가장 피해액이 큰 품목은 한우 로 우사와 가축의 피해를 합해 총 3억5천여 만원의 피해를 입었다.
이외에도 닭 5천수, 토끼 80마리, 꿀벌 400군이 폐사했으며, 사슴 50두, 오리 2천수, 개 8백마리, 염소 60마리가 실종된 것으로 보고됐다.
이 같은 피해는 표면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실제로 농가는 축사와 사료가 불에 타 당장 가축이 비를 피할 곳 조차 없으며, 사료와 물조차 제대로 공급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울러 심한 화상과 스트레스로 인한 발육장애·사산 등의 피해가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농가에서 체감하는 피해는 이보다 훨씬 크다.
피해조사 또한 계속 이뤄지고 있어 최종 집계되는 피해액은 6억원을 훨씬 웃돌 전망이다.
이동일 dilee@chuksannews.co.kr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실시간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