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 우유급식 의무화…수급 따른 가격 결정 체계로 전환돼야 원유가 남아돌고 있다. 특히 우유 성수기에도 불구하고 우유 소비 부진으로 원유가 남아돌고 있다. 유가공업계에 따르면 최근 원유 적체로 인한 분유재고가 1만2천톤을 넘어서고 있다며 지난 2002년의 상황이 재현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가공 업체에서는 분유 재고 누증에 따른 경영적자를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 것인가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원유 적체, 과연 무엇이 문제이며 또 해결 방안은 무엇인지 낙농 유가공 업계 전문가들의 견해를 지상공청으로 엮었다. ▲이승호회장(한국낙농육우협회)=현재 우유소비 성수기임에도 우유소비가 회복되지 않아 분유재고가 적체되고 있다. 그 원인은 원유 생산량의 증가라기 보다는 우유소비 특히 가공유 소비가 급감한데 있다. 그 러나 우유가 잉여되면 그 원인이 어디에 있든간에 낙농가 피해로 귀결되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우유소비 확대를 통해 이 위기를 극복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소비자의 기호도, 유행 등에 따라 소비 변화가 민감한 가공유가 아니라, 우유소비 기반을 조성할 수 있는 시유소비의 제도적인 확대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먼저, 성장기 어린이·청소년 체위향상과 식습관 개선을 위한 교육차원에서 중고교학생까지 학교우유급식을 확대·즉각 의무화하도록 해야한다. 또한 현 정부가 북한의 영유아 지원사업을 추진키로 한 만큼, 미래 통일시대를 대비한 통일후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으로 북한 어린이 우유지원방안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한다. 이밖에 단체우유급식 확대 실시 등 제도적으로 우유소비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보다 적극적으로 강구하여야 한다. 결국 우유수급 문제 해결을 위한 전제조건은 우유소비 확대에 있고, 우리 낙농가들도 의무낙농자조활동자금사업의 도입을 통한 우유소비홍보에 더욱 노력해 나갈 계획이다. ▲전화진회장(한국유가공협회)=전국의 재고분유는 4월 10일 현재 1만1천7백46톤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무려 18.8% 증가했다. 전국의 10대 유업체가 올해 들어 4월 10일까지 판매한 시유는 하루평균 4천31톤으로 전년 대비 1.4%가 감소했다. 전국의 대다수 유업체들은 1천ml들이 우유를 판매하면서 2백ml 또는 5백ml를 끼워 주고 있다. 그런데도 경기침체 등으로 수유량 대비 잉여량은 하루 평균 20.3%에 달하여 경영상 큰 부담을 안고 있다. 특히 L사의 경우는 하루 2백85톤을 수유하는데 사용량은 1백90톤에 불과하여 잉여율은 33.3%로 경영상 막대한 타격을 받고 있다. 그래서 현 상태가 개선되지 않고 앞으로도 지속될 경우 과거 2002년과 같은 추가대책이 필요하다는 여론까지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호미로 막아야할 사안을 가래나 불도저로 막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이해 당사자간 충분히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조옥향회장(종축개량산유능력검정중앙회)=원유가 남아돌고 있는데도 모순된 제도와 법은 개선되지 않고 있으며 우유소비 확대를 위한 대책 또한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현재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딸기우유와 쵸코우유는 가공우유가 아니라 수입되는 혼합분유로 제조된 것으로 엄연히 환원유로 구분해야 한다. 우유라는 말은 백색우유만을 지칭할 수 있도록 해야 소비자들에게 우유에 대한 본질을 바르게 전달하는 방법이다. 특히 치즈는 이미 선진국에서는 성장기 어린이는 물론 남성에게는 스태미너식품으로, 여성에게는 미용식품으로 자리를 잡아 그 소비량은 매년 증가추세이다. 간혹 유제품에 대한 지식이 없는 일부 사람들은 치즈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에는 알맞지 않다고 보고 있는데 잘못된 인식이다. 우리 입맛에 알맞은 내츄럴치즈 등의 개발을 통하여 우유소비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 낙농산업 발전에 진일보할 수 있는 아주 바람직한 방법이라 본다. ▲박세범전무(서울우유)=우유소비 성수기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우유소비량이 오히려 감소하여 재고분유가 증가하고 있다. 그 이유는 전국적으로 목장에서 생산되고 있는 원유생산량은 전년대비 1∼2% 증가하고 있는 반면 우유소비량은 전년 대비 1∼2% 감소하여 결국 잉여량이 전년 대비 3∼4% 증가하고 있는데 기인된다 하겠다. 현재 일부 유업체에서 우유를 끼워 팔고 있으나 그 같은 방법보다는 우유가 인체에 왜 유익한지 등에 대한 홍보가 소비자에게 바르게 전달되어야 옳다고 본다. 서울우유는 한국낙농육우협회에서 이미 기 실시하고 있는 낙농자조금을 통한 우유소비 공동홍보사업에 적극 참여하여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한국유가공협회에서도 앞으로 낙농육우협회와 같이 우유소비 공동홍보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면 본 조합은 유가공협회의 회원사는 아니지만 적극 참여하여 우유소비홍보에 나서겠다. ▲박 순수급팀장(낙농진흥회)=최근의 잉여원유 과잉은 국내산 원유의 소비둔화가 주 요인이라 하겠다. 국내산 원유의 소비둔화는 최근 몇 년째 계속되고 있는 현상으로 저출산, 소비자 기호의 변화(영양→기능), 대체음료의 범람, 주5일 근무제 실시 등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시유의 소비량은 정체되고 피자나 햄버거 등 패스트 푸드점의 증가로 인해 치즈나 버터와 같은 일반 유제품의 소비량은 늘어나고 있다. 잘 알다시피 우리나라 우유 및 유제품은 외국의 제품과 비교할 때 가격경쟁력이 없다. 다만, 시유제품의 경우 유통기한의 특수성 때문에 가격경쟁력의 열위에 따른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시유제품의 소비가 정체 내지 줄어들면 곧바로 잉여원유의 과잉이 초래된다. 그런데 지금의 낙농시장은 원유를 많이 생산하면 할수록 낙농가의 소득이 높아지는 구조이므로 낙농가의 증산의욕은 높아지는데 소비는 정체 내지 감소하여 잉여원유 과잉의 문제가 반복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근본적인 대책은 시유의 소비량을 늘리는 일이지만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은 이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이면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일이다. 학교급식량을 늘리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이 급식량을 늘리면 늘릴수록 계절적 잉여량을 증가시키는 부작용이 나타나게 되고, 군급식을 확대하는 일도 국방예산과 관계된 사항으로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더구나 시유의 특성상 그 맛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일시적인 켐페인이나 광고로 해결될 일도 아니다. 물론 여러 가지 방법들이 복합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야 하겠지만 이러한 대책마련에 앞서 낙농?유업의 시장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개편하는 방법도 모색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낙농·유업 시장에 경쟁원리를 일부 도입하게 되면 생산과잉이 오히려 소득저하가 되고 수급균형이 오히려 소득증가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들면 제주감귤이 5천톤 생산되면 농가소득이 1천만원인데 6천톤 생산되면 농가소득이 7백만원으로 줄어드는 원리와 같은 개념이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새로운 패러다임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생산비의 변동에 따라 원유가격이 결정되는 현 체계를 수급상황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도록 변경하는 것이다. 아울러 생산자단체가 직접 유업체와 거래할 수 있는 원유유통체계로 개편한다면 증산이 낙농가에게 지금처럼 매력적인 구호가 되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시유소비량 확대를 위해 낙농과 유업이 더 실질적이고 의미 있는 협력을 이룰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