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축현장 불신의 단초로…의무 다하는 농가까지 ‘주홍글씨’
방역의무 준수, 서로 감독하고 독려하는 분위기 조성돼야
정부, 일부 문제를 전체로 접근 금물…선의의 피해없어야
백신미접종시 과태료 부과금 1천만원 상향조정 검토는 물론 각종 정책자금 제외에 이르기까지, 충북진천발 FMD 사태 이후 백신접종률 제고에 초점을 맞춘 정부 대책과 발언이 줄을 잇고 있다. 이번 FMD 발생과 전파의 주요 원인을 농가의 백신접종의무 위반과 부실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 일부 지자체에서는 살처분비용의 ‘축주부담’을 방침을 마련,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
그러다보니 양돈현장에서는 “백신을 접종해도 항체가 형성되지 않거나 FMD가 발생하는 상황이다. 하라는데로 다하고 있음에도 정부가 모든 책임을 농가에 전가하고 있다”는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에 방역당국과 생산자단체간 정면충돌 움직임까지 포착되는 등 지금의 양돈업계는 그야말로 ‘폭풍전야’ 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향후 해외악성전염병에 보다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서라도 최근 논란에 대한 ‘시시비비’ 는 분명 가려져야 한다는데 이의가 없다. 방역당국과 양축현장간 신뢰 회복없이는 어떠한 노력도 ‘약발’을 기대할수 없는 만큼 한치의 의혹이나 불신의 여지도 남겨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런점에서 최근 FMD사태와 관련한 논란의 원인제공자로서 양축현장도 자유로울수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시각이다.
시판백신의 항체형성능력 논란을 떠나 백신접종 자체를 외면한 일부 농가를 겨냥한 것이다.
한 수의학자는 “지난해 영남지역에서 발생했던 FMD의 경우 발생농장 모두 FMD 백신접종의무를 준수치 않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며 “이후 추가발생이 없자 양돈현장을 바라보는 방역당국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반면 백신에 대한 자신감은 그어느 때보다 높아진 것 같은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일부 농가에서 비롯된 방역당국의 불신이 어느새 양축현장 전반으로 확대되고, 이는 곧 백신미접종 농가 제제와 접종률 제고에 방역정책이 집중되는 원인의 하나가 됐다는 시각을 우회적으로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에 백신효능과 관련한 핵심 논란을 사전에 차단할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생산자단체의 한관계자는 “사실 항체양성률로 FMD 접종여부를 가리겠다는 정부 방침 이후 적극적인 대응을 추진했지만 지난해 FMD 발생농장에서 백신을 접종치 않았다는 결과가 발표되면서 차질을 빚었다”며 “방역의무 제대로 준수한 뒤에야 할말을 할수 있고, 또 여론도 설득할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밝히기도 했다.
백신접종을 외면한 농가로 인한 폐해는 FMD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나 정책적 불이익에 그치지 않는다.
백신미접종 사례가 언론에 부각되며 양돈은 물론 축산업 전체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여당 대표가 국민세금과 함께 가축방역에 투입된 예산을 언급하고, 각 지자체에서 살처분 비용이나 보상금 분담에 거부감을 표출하고 있는 추세는 그 심각성이 어느정도인지를 짐작케 한다.
전직 생산자단체장 출신의 한 축산원로는 “최근 사회적 이슈로 부상한 어린이집 폭행 사태를 보자. 극히 일부에 해당하는 것이지만 모든 부모가 불안해 하고 의혹의 시선을 감추지 않고 있다”며 “물론 이번 FMD 관련 보도의 경우 방역당국의 시각이 많이 작용한 것 같지만 단 한건의 백신미접종 사례라도 국민들은 전체 농가의 상황으로 치부하게 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견해를 밝히기도했다.
결국 ‘귀찮아서’. 또는 ‘생산성저하나 부작용 때문에’ 백신접종을 외면해온 일부 농가로 인해 똑같은 어려움을 감수하고 의무를 다해온 대부분 양돈농가와 산업 전체에 막대한 피해가 뒤따를수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실제로 일부 양돈현장의 방역불감증이나 도덕적 헤이에 대한 우려는 농가들 사이에서도 끊임없이 지적돼 왔다.
FMD백신만 해도 과태료를 피하기 위한 형식적인 접종이 이뤄지거나 부분접종을 통해 방역요원의 채혈과정에서 접종개체에 대해서만 실시토록 요구하는 행태는 이미 공공연한 비밀로 통해 왔었다. 충북진천 발생 이전에도 FMD 의심축이 발견됐음에도 무심코 지나쳤다는 소문도 들린다. 특히 의심축이 발견되자 출하를 모두 끝내놓고 신고한 것으로 의심되는, 낮부끄러운 사례도 전해진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문제점이 아님에도 방역당국이 이러한 일부 농가의 사례를 마치 FMD 사태의 전부인 것처럼 접근하고 있다면 분명히 개선돼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오로지 자신만의 이익만을 쫓아 방역의무를 저버리는 행태가 존재하는 한 방역당국의 올바른 판단을 가로막게 되고, 작은 구멍이 전체 둑을 무너뜨리는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수 있다는 점이 양돈농가들 사이에 다시한번 각인돼야 할 것임을 주문하고 있다.
양돈농가 자신 뿐 만 아니라 주위를 살펴보고, 방역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분위기가 마련돼야 하다는 것이다.
방역당국 역시 양돈현장의 이려한 노력을 뒷받침할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과 함께 보다 냉정한 시각으로 접근, 방역의무를 다하는 농가들은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는 선순환 구조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