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한 스트레스 호소…‘홧병’으로 끝내 못 일어나
근면, 성실의 표상이었던 중년 양돈지도자의 갑작스런 부고가 양돈인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그것도 FMD 발생에 따른 극심한 스트레스가 근본원인으로 추정되면서 충격을 더하고 있다.
지난 6일 천안에서 양돈장을 운영하는 K씨가 숨을 거뒀다. 향년 55세. 직접적인 사인은 급성폐렴으로 알려졌으나 그 발생원인에 대해서는 밝혀내지 못했다. 하지만 유족이나 주위에서는 FMD 발생을 계기로 한 ‘홧병’ 임을 의심하는 시각을 찾아볼 수 있다.
사실 K씨는 몇 년전부터 병원을 자주 찾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원을 이유로 축사신축 허가를 거부한 해당지자체와 2년에 걸친 법정공방 과정에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고통이 적지 않았던 것.
다행히 1심과 2심은 물론 대법원에서도 모두 승소한 고인은 이내 건강을 되찾는 듯 했지만 대법원 판결 이후 불과 한달여만인 지난해 12월17일 자신의 농장(비육장)에서 FMD가 발생한 이후 급격히 건강이 악화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고인과 절친한 관계였던 천안의 양돈인 A씨는 “백신을 철저히 접종했는데도 발생했다는 사실에 충격이 큰 듯 했다”며 “특히 본장의 경우 역학조사 과정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음에도 방역당국이 다른 농장으로 이동을 오랜시간 불허, 사실상 마비상태가 되자 굉장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A씨는 그러나 고인이 가장 괴로워했던 것은 양돈지도자의 농장, 그것도 자신의 지역에서 최초로 발생했다는 사실이었다고 전했다.
고인이 된 K씨는 지난해 1월 대한한돈협회 지부장으로 취임, 의욕적인 활동을 전개해 왔다. 특히 순환시스템이 적용된 그의 농장은 깨끗하고 냄새없는 양돈장으로 손꼽히며 전국에서 그 노하우를 배우려는 양돈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등 양돈경영인으로서, 지도자로서 모든 면에서 명망이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천안의 또다른 양돈인 B씨는 “훈장을 받아도 몇 번을 받아야 할 사람이었기에 너무나 안타깝다”며 “무엇보다 한국에서 양돈을 하는 사람이라면 어느 누구라도 그를 죽음으로 몰고간 원인에서 자유로울수 없는 현실이 서글프기만 하다”고 착잡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