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업계가 원유수급불균형 해소를 위해 착유소 도태사업이라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다. 낙농진흥회는 이달 1일부터 내달 10일까지 40일간 총 3천633두의 착유소를 도태한다. 도태우 두당 20만원을 지원하는 이번 조치는 정상유대지불정지선 3.47% 하향 조정에 이은 극약처방이다.
적체 비상 불구 소비는 한계
공급량 줄이기 절박한 선택
소비기반 확대 근본책 절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왜 우유가격을 내리지 않고 애꿎은 소를 잡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착유소 도태라는 극단의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업계의 입장에서는 이런 곱지 않은 시선이 한편으로는 서운하다.
◆가격은 내릴 만큼 내렸다
지난 1일 이마트에서 조사한 우유가격을 보면 이미 가격은 충분히 내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대부분의 우유제품이 감아팔기와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가 되고 있다.
남양 맛있는 우유는 1리터 2개를 묶어 3천900원에 매일우유도 오리지널 1리터 2개가 3천8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이마트 우유는 1리터 제품이 1천870원이다.
업계에서는 이정도면 제품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이라고 말한다.
한 관계자는 “농가에서 받는 원유가격인 리터에 1천100원이다. 여기에 가공, 포장, 유통비를 더하면 지금의 가격은 원가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가격을 내린다고 판매가 더 늘어나지는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낙농육우협회 한지태 실장은 “우유는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편중된 소비구조에 있다. 영유아나 청소년기에 우유소비가 집중돼 있는 상황에서 가격과 소비의 상관관계는 크지 않다”며 “우유소비시장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미 지속적으로 우유를 마시는 소비층은 우유의 가격에 연연하지 않고 어떤 이유에서든 필요에 의해 우유를 마시고 있다. 가격에 집중한 정책보다 더 세심한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를 잡는 방법 밖에 없는가?
우선 우리나라 원유 공급(쿼터)시스템을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수요는 이미 포화상태인데 쿼터로 인한 원유 공급량은 수요보다 훨씬 높게 잡혀있다. 생산량이 쿼터에 못 미치는 농가가 많은데도 생산을 감축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금상황에서 공급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젖소를 도태해 공급량을 줄이는 방법이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이미 잉여원유로 만든 분유도 적체 최고치이며, 매일 나오는 원유를 버리게 되는 상황까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젖소를 도태시킨다고 하더라도 후보축들이 바로 올라오기 때문에 줄인 공급량을 지속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방법은 될 수 없다.
낙농진흥회 박순 본부장은 “대부분의 농산물은 과잉공급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된다. 배추밭을 갈아엎고, 감귤나무를 베는 것과 같은 것으로 봐야 한다. 착유소는 우유를 짜지 않으면 문제가 생기고, 계속 사료를 먹어야 한다. 소비자라고 해서 낙농가에게 소득이 나오지 않는 곳에 계속 투자를 하라고 강요할 권리는 없다”고 말했다.
낙농육우협회 손정렬 회장은 “낙농가에게 소는 자식이고 가족이다. 자식 같은 소를 도태할 수 밖에 없는 낙농가를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며 “살을 깎는 고통을 감내하면서 산업의 정상화를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