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축산위생연구소 이성식 소장은 한사코 인터뷰를 마다한다. 이번 발생구제역 12건중 10건이 경기도에서 발생했고, 그 아비규환의 현장속에서 생사고락을 같이 했던 부하직원을 떠나 보내야 했던 그로서는 기자의 인터뷰가 선뜻 내키지 않은 모양이다. 초췌한 모습, 텁수룩하게 자란 수염이 그의 고뇌를 말해준다. "그래도 하실 말씀이 있으실 것 아니냐"는 기자의 끈질긴 설득에 말문을 연다. "5월 2일 저녁 8시 30분경 안성에서 구제역 의사환축이 발생했다는 상황을 접했을때만 하더라도 설마 했었고 간이진단킷트로 검사결과 음성으로 나와 안도했는데 3일 아침 정밀검사 결과 양성이 확인되자 눈앞이 캄캄했습니다"라며 당시 심경을 조심스럽게 털어 놓는다. 강원도 철원의 돼지콜레라 발생으로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해 있던 2일 상황을 접수하자마자 안성에 있는 남부지소의 직원 3명과 본소 직원 2명을 현장으로 급파했던 이성식 소장. "2일 저녁 5명을 현장으로 파견해 우선 4명의 방역관은 현장 상황을 유지토록 하고 1명을 이동통제를 시켰죠. 3일 아침 양성이 확인되자 전직원에서 비상근무체제를 명하고 바로 현장으로 달려갔었습니다"라고 당시 상황을 회상하고 있다. "발생현장에서 농장진입로를 통제하고 있는데 취재진들의 과열 취재열기로 인해 현장통제에 어려움이 많았고 살처분을 위한 매몰지 확보에 큰 문제였다"고 애로사항도 털어 놓는다. 그런 탓인지 그는 유사상황 발생시 중장비를 동원할 수 있는 동원체계도 갖추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살처분후 매몰을 위한 장비와 인력지원을 축산위생시험소로 요구하며 질타할때는 업무 구분상 그의 일이 아니어도 마치 죄를 진 듯이 이리뛰고 저리뛰어 지원을 해야만 했던 그다. "살처분 인력이 주로 군인들로 살처분 방법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돼지 모는 법을 우리 직원들이 일일이 가르쳐야 하고 이동통제초소를 지키는 행정직 공무원들에게도 통제초소 근무요령을 일일이 숙지시켜야 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구제역 발생이전인 철원의 돼지콜레라 발생때부터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한 그로서는 현장이 그의 숙소였다. 살처분팀이 모여 있는 백암면 장평리(구제역 전파를 막기 위해 살처분 팀은 이지역에서 직원들과도 격리된 생활을 했다) 임시 숙소와 남부지소에 설치된 상황실, 소독 및 이동통제초소팀들이 있는 백암면 근창리, 백암면과 삼죽면 사무소, 본소 등 하루 6개 사무실을 오가며 직원들을 독려해야만 했다. 살처분 현장에서 막노동까지 하고 있는 젊은 직원들의 고충을 모르리 없는 그다. 상황이 이러니 퇴근이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가족들이 이해하던가요"라는 다분히 오기썩인 질문에 이소장은 "구제역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기에 가족들도 이해를하고 있었고 특히 부모님이 빨리 종식할 수 있도록 노력하라"고 격려까지 해 주었단다. 어버이 날이라고 찾아뵙지도 못했는데.... 내친김에 살처분 현장에서 산화한 고 박상권 수의사에 대해 물어봤다. "처음 순직 소식을 듣고 정신이 아뜩하고 머리가 멍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눈앞에 별이 보이더군요" 말을 멈춘다. 그의 눈에는 어느덧 눈물이 고인다. 복받치는 감정을 억누르는 듯 허공을 한참동안 바라본다. 그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살처분 현장에서 순직한 만큼 도청장으로 치러달라고 건의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졌습니다. 고 박상권 수의사의 영결식엔 5-6백명이 그의 마지막 가는길을 지켜보며 애도했죠."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 것일까. 아님 고인에 대한 생각때문일까. 그의 목소리가 젖어 있다. "이제 남은 유가족을 돕기 위해 모두가 나서야 합니다. 각 기관에 도움도 요청했고 직원들이 추가로 성금도 모았습니다. 미망인의 취업도 알선할 계획이며 필요하다면 법적인 도움도 줄 생각입니다. 수의축산인 모두가 유족을 도와야 할 것입니다" 젖어 있는 그의 목소리는 절규에 가까울 정도다. 직원들의 사기진직책에 대해 물었다. "직원들의 고생은 말로 격려하기 어려우며 사기진작을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지금은 고인의 죽음이 헛되지 않고 고인의 뜻을 기리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구제역을 종식시키는데 전력을 다하겠다"며 각오를 밝힌다. 평소 가슴에 갖고 있던 생각인 듯 한마디 꺼낸다. 방역조직 개선에 대한 얘기다. "시군에는 수의전문가가 없다보니 시군과 시험소의 업무가 구분돼 있음에도 실제는 구분이 안되고 있다"며 "지방의 수의인력을 확대하고 가축위생시험소도 법률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도지사 직속기관으로 설치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농가 스스로도 안전축산물 생산과 방역위생을 잘해야 한다는 것도 잊지 않고 강조하고 있다. "다시는 이땅에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하며 특히 양축농가들도 방역관들에게 적극적으로 협조해 줘야 한다"는 말로 이소장의 인터뷰가 끝났다.<신상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