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현장에 대한 민원이 도를 넘어서며 사육기반 마저 위협받고 있는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민원의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는 양돈장의 실제 악취는 어느 정도일까. 최근 대한한돈협회의 ‘한돈농가 악취문제 해결을 위한 조사 분석 발표회’ 과정에서 공개된 국내 양돈장의 악취발생 현황을 보면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 “복합악취 등 조사농가 평균치 기준 상회”
현실직시 대책 시급…첫 객관적 지표 제시 성과도
◆온습도까지 보정
한돈협회에 따르면 각종 악취저감 제품에 대한 효과검증을 위해 지난 6월부터 수개월에 걸쳐 양돈농가의 악취 발생현황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협회 산하 각 지부의 추천을 받아 선정된 조사대상 88개 농장의 경우 악취가 심한 양돈장의 비중이 높았지만 상대적으로 상태가 양호한 농장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의 한 관계자는 “생산자단체가 아니었다면 외부공개는 생각치도 못할 정도의 농장까지 포함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냄새발생 수준이 다양했다”며 “돈사구조나 사육규모 역시 가장 평균적인 수준이라고 보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악취발생량, 즉 악취강도는 악취방지법에 의거한 복합악취의 공기희석관능법 측정과 함께 양돈장에서 주로 발생하는 휘발성지방산을 측정하는 방법으로 산출이 이뤄졌다.
여기에 온습도에 따라 일부 악취물질의 유의적 증감이 이뤄지고 있음을 확인하고 그 추정식을 개발, 측정치에 대입한 보정이 이뤄졌다. 조사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개방돈사의 경우 윈치커텐을 닫은 상태에서 측정을 실시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조사를 통해 객관성을 확보한 국내 양돈장의 악취 현황이 사실상 처음으로 제시됐다는 점은 의미있는 성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희석배수’ 허용치 넘어
문제는 국내 양돈장의 평균적인 냄새 발생량이 우려할 수준에 도달했다는 사실이다.
이번 조사결과 돈사내부에서 포집된 조사대상 농가의 복합악취 희석배수는 평균 880.7배였다. 즉 사람이 냄새를 느낄수 없을 정도가 되기 위해서는 880.7배의 공기로 희석해야 한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직접 대입할 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봤을 때 악취관리법상 허용치를 상회하는 수준”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행 악취관리법에서는 높이 5m의 배출구에서 포집한 냄새에 대해 희석백수 500배까지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축사의 경우 배출구 높이 기준이 맞지 않는 현실을 감안, 부지경계선에서 냄새를 포집토록 하되, 15배를 허용하고 있다.
다시말해 배출구 500배와 부지경계선 15배를 같은 ‘레벨’ 로 볼수 있는 만큼 돈사와 부지경계선 사이의 간격이 특별히 넓지 않는 한 돈사내부 복합악취의 희석배수가 500배 이상인 경우 위험수준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인 것이다. 이들은 다른 악취물질 역시 안심할수 없다는 반응이다. 조사대상 농가의 평균 휘발성지방산 발생량이 물질에 따라 사람이 냄새를 느낄수 있는 최소치 보다 최소 수십~수백배 높다는 것이다.
한돈협회 조진현 박사는 이와관련 “이번 조사는 악취저감 제품의 효과를 분석하기 위한 것인 만큼 국내 양돈장의 냄새가 어느정도 수준인지는 평가하지 않았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이며서도 “다만 각 악취물질의 발생량만 보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사실”이라며 굳이 부인하진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한돈협회의 조사 결과를 국내 양돈농가들이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를토대로 악취저감에 보다 각별한 관심과 함께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수 있는 전방위 대책을 마련, 실행에 옮겨야 할 것이라고 당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