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도 국내 양돈농가들의 흑자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반면 전세계 돼지고기 시장의 양대축인 미국과 유럽의 양돈산업은 돼지가격의 추가하락과 함께 극심한 불황이 예고되며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국내 양돈업계로서도 ‘강건너 불구경’ 만 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미국과 EU산 돼지고기 가격의 하락이 FTA 발효에 따른 관세인하속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국내 돈가 추세와 맞물릴 경우 당초 예상을 웃도는 돼지고기 수입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치 못하기 때문이다.
미-EU돈가 동반폭락…국제가격 영향 불가피
농경연, 국내 돈가하락 감안 수입 27%↓전망
“수입업체, 자금회전 위해 안줄일 것” 시각도
◆美산 kg당 3.03달러
USDA(미국농무부)는 올해 미국의 비육돈 생돈가격을 지난해에 비해 3.9%가 하락한 100파운드 당 48.5달러로 전망했다. 지난해 평균가격이 50.44달러로 전년대비 33.7%가 떨어진 상황에서 또다시 추가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EU의 경우 지난달에는 2005년 4월 이후 10년여만에 최저가격 수준까지 폭락, 최근 돼지가격 지지를 위한 민간비축 보조 조치까지 발동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렇지만 올해에도 EU의 양돈산업이 크게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국제 돼지고기 가격 하락이 불가피해 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현지 생산량 증가로 올해 미국산 돼지고기의 수입단가가 kg당 3.03달러 (작년 3.08달러)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농경연은 환율이 상승했지만 FTA 발효 및 수입단가 하락에 따라 미국산 돼지고기(냉동)의 올해 국내 도매원가는 지난해 보다 떨어져, kg당 3천865원 정도가 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미국산 보다는 다소 높은 수준에 형성되지만 EU산의 도매가격도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30만톤’ 전망 우세
이같은 글로벌 돼지가격의 하락은 어떤 형태로든 국내 수입돼지고기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 파급력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워낙 많은 물량이 수입됐던 탓에 지난해(35만8천여톤) 수준을 넘지 않을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는 상황이지만 그 감소폭에 대한 전망을 놓고 각각 다른 시각이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수입육협회 이위형 부회장은 “다량의 재고로 인해 적잖은 수입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보니 국제가격 하락 추세만을 보고 무작정 수입에 나서기는 힘든 상황”이라며 “싸게 들여오면 그만큼 싸게 팔 수 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할 때도 수입량은 줄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수입업체들은 매출유지와 자금회전을 위해 시장상황에 관계없이 일정규모의 물량 도입이 불가피한 만큼 30만톤 정도는 들어올 것이라는게 이위형 부회장의 분석이다.
농경연의 경우 올해 국내 돼지가격의 하락(평균 4천364원, 탕박기준)과 함께 돼지고기 수입량도 지난해 보다 27%감소한 26만톤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농경연의 한 관계자는 “선호부위를 중심으로 국내산과 수입육 시장이 분리돼 있는데다 아무래도 국제가격 보다는 국내 돼지가격에 더 큰 영향을 받는 수입추세를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국산과 가격차 큰 잇점”
이에대한 이견도 만만치 않다. 매출규모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수입육업체의 현실과 올해도 국내 돼지가격이 지육 kg당 5천원대(박피기준)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감안하더라도 지난해 수준 정도는 돼지고기 수입이 이뤄질 것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한 수입육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저지방 부위의 수입량이 급증했다. 국내산과 수입육이 공존하는 시장에서 수입육의 입지가 그만큼 확대됐다는 것”이라며 “특히 2차 육가공업계의 직수입 추세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가격의 하락은 큰 메리트가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불황 심화와 함께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수입육 시장 확대로 이어질 여지도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국내산 시장 확보를 위한 양돈업계 차원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점차 힘이 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