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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남성우 박사의 ‘相生畜産’ / 54. 농축산물 유통비용의 진실

과도한 유통마진, 소비자 구입가의 48% 차지
유통단계 단축으로 산지-소비지 연동성 높여야

  • 등록 2018.12.07 09:40:41


(전 농협대학교 총장)


▶ 농축산물의 소비자가격에 대한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공산품과 달리 생산량의 진폭이 커서 가격등락이 반복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농사는 하늘에 달렸다’고 했다. 심한 가뭄이 들거나 홍수가 나면 수확량이 크게 떨어진다. 수확기에 태풍이라도 오면 한 해 농사를 망친다. 또 기후는 좋은데 특정 작물을 너무 많이 심으면 생산과잉으로 가격이 폭락하여 농민들은 큰 손해를 입는다. 어떤 해에는 너무 적게 심어서 생산량이 모자라서 가격이 폭등한다. 농민들은 팔 농산물이 없어서 손해고 소비자들은 가격이 비싸서 손해다. 축산의 경우 가축전염병이 발생하면 생산이 부족하게 되어 가격이 오르고, 경기가 나빠지면 소비가 줄어서 가격이 급락한다. 생산량이 10%만 늘거나 줄어도 가격은 20~30%이상을 오르내리는 것이 농축산물의 특성이다.    


▶ 과잉생산으로 가격이 폭락하면 농민은 손실이 커져서 시름이 깊어간다. 산지가격이 떨어졌는데도 소비자가격은 내리지 않는다고 소비자들은 불만이 크다. 결국 유통마진이 너무 높기 때문이므로 농축산물 유통을 개혁해야 한다는 요구가 크다. 과연 농축산물의 유통마진의 진실은 무엇인가. 소비자 가격이 높은 축산물의 예를 들어 본다.
먼저 유통마진(margin)과 유통비용(expense)에 대한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유통마진은 생축을 식용으로 하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도축, 가공, 운송, 판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필수 유통비용과 각 단계별로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들의 이윤(profit)을 합한 금액이다. 따라서 유통마진을 줄이기 위해서는 유통비용을 줄이는 방법과 유통이윤을 줄이는 방법으로 나누어서 생각해야 한다.


▶ 한우의 경우 유통비용의 내용을 보면 출하단계에서 농가에서 도축장까지의 생축운송비, 출하수수료가 농가부담으로 발생된다. 도매단계에서는 도축수수료, 상장수수료, 한우자조금, 등급판정수수료, 도축검사수수료 등을 농가가 부담하고 중도매인 중개수수료, 지육운송비 등의 비용도 발생한다. 가공단계에서는 도축장에서 가공공장까지 지육운송비, 골발, 정형, 포장 등 직접비 그리고 가공업체의 간접비와 이윤이 발생한다. 소매단계에서는 정육점의 경우 지육운송비, 상품화를 위한 골발, 세절, 정형 등 직접비와 점포임차료, 관리비 등 간접비 그리고 이윤이 발생한다.


▶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생체중 742㎏인 한우의 농가수취가격은 811만9천원인데 소비자 구입가격은 1천559만8천원으로 유통마진(유통비용+이윤)이 48.0%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를 단계별로 구분해 보면 출하단계 1.6%, 도매단계 12.6%, 소매단계 33.8%로 소매단계의 유통마진이 가장 크다. 유통마진 48.0% 중에 유통참여자들의 이윤은 25.3%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 그러면 여기서 유통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먼저 유통단계를 줄여야 한다. 현재 5~6단계를 3~4단계로 줄이게 되면 자연히 유통비용이 줄어들고 각 단계별 관여자가 취하는 이윤도 줄일 수 있다.
도축비, 운송비 등은 필수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이므로 지급할 수밖에 없지만 도축처리 두수가 늘어나면 가동률이 높아지면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도축장에서 실수요 판매처로 직접 거래하면 도매시장 상장을 통하여 판매할 경우 부담하는 상장수수료, 중도매인 거래수수료 등도 절감할 수 있다. 가공을 함에 있어서도 도축장에 가공라인을 설치하여 직접 운영하면 가공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 소매단계에서 유통마진의 비중이 큰데 이는 육류 유통구조의 문제다. 아직도 전국의 4만5천여 개에 달하는 정육점, 슈퍼마켓, 대형할인점 등이 소매유통을 주도하고 있다. 재래시장에 가보면 4~5개의 정육점이 몰려있는 곳도 있다. 대형할인점의 소매 비중이 높아지고는 있기는 하지만 여기서 발생하는 유통비용과 마진도 결코 적지 않다. 소매점들은 점포임차료, 인건비, 관리비 등이 계속 상승하여 도매가격이 떨어져도 가격을 내릴 수가 없다고 항변한다. 결국 소매점의 규모화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농협은 도시의 영세자영업자들이 안전하고 신선한 국내산 축산물을 좀 더 저렴한 가격에 판매함으로써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안심축산물 전문점’ 가맹사업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또한 완전 포장육을 판매하는 ‘칼 없는 정육점’과  정육점에서 육가공품을 즉석가공해서 팔 수 있는 ‘식육즉석가공판매점’을 새로 도입하여 소매유통 개선을 꾀하고 있다.      


▶ 오랜 동안 이어져온 축산물의 유통구조를 바꾸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개방시대에 우리 축산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렵더라도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다. 농협은 복잡한 축산물 유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 협동조합형 축산물 패커(packer)를 육성해 나가기로 방침을 정하고 2009년부터 추진해온 ‘안심축산’시스템을 확대하고 있다. 생산, 출하단계에서는 농가를 조직화하여 생산의 효율을 높이고 직출하토록 함으로써 농가수취가격을 높인다는 목표다. 도매단계에서는 ‘안심축산’이 도축, 가공하여 소매채널이나 급식업체에 공급함으로써 도매단계의 유통비용을 절감하겠다는 구상이다. 한편 소매기능을 활성화하고 가격견제 역할을 강화할 목적으로 안심축산물전문점, 조합축산물판매장, 축산물플라자, 브랜드축산물 전문식당 등 소매기능도 계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전국 각지에서 이러한 판매장이나 식당을 이용하는 소비자들로 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으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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