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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남성우 박사의 산티아고 순례길<3>

갈림길서 험하지만 다소 거리 짧은 산등성이 선택
뜻밖의 경관에 감탄…“세상에 공짜는 없다” 새삼 느껴

  • 등록 2020.09.09 10:07:21


▶ 순례길 첫 발을 내딛다. ( 5월 23일, 1일차 ) 

새벽 5시 30분에 기상하여 어둠 속에서 짐을 챙기고, 세수 후 아침을 먹고 나니 6시 반이다. 설레는 기분으로 이번 순례길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기원하고, 스스로 최선을 다하자는 다짐과 함께 7시에 숙소를 출발했다.   

한 시간 후 언덕에 우뚝 서있는 성당을 만났다. 성당 안으로 들어가서 완주할 수 있도록 기도했다. 여기서 길이 두 갈래로 갈라진다. 오른쪽은 오르막이 가파른 산등성이길이고 왼쪽은 산중턱을 타고 가는 쉬운 길이지만 거리가 더 멀다. 산등성이를 넘는 길이 어려운 대신 1km가 더 짧다고 했다. 우리는 산등성이 길을 택했다. 정작 오르면서 보니 경치 좋은 목장풍경과 대서양 바다를 바라보는 시원한 풍경이 이어진다. 참으로 탁월한 선택을 했다. 길이 어려운 만큼 즐거움은 더하니 세상이치가 다 그런 것 아닐까.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는. 

소와 말들을 방목하는 목초지를 가파르게 오르는 길이다. 숨을 몰아쉬며 한참을 올라가 해발 547m 정상에 서니, 눈앞에 펼쳐지는 망망대해 대서양이다. 초지에서 방목중인 가축들, 분뇨는 땅으로 돌아가서 거름이 되고 땅은 비옥해진다. 그 땅에서 풀이 다시 자라고, 또 가축이 먹는다. 이런 게 자연순환농업이다.  

순례길을 현지에서는 까미노(Camino)라고 하는데 스페인어로 ‘길’이란 뜻이다. 순례자들이 서로 만나거나 일반인들과 만나면 ‘부엔 까미노(Buen Camino)’라고 인사를 건네는데 ‘부엔’이 ‘좋은’ 이라는 스페인어이므로 직역하면 ‘좋은 길’ 이지만 서로 ‘힘내라’고 격려하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까미노는 항상 갈림길을 조심해야 한다. 순례자들에게 까미노를 안내하기 위해서 표시하는 것이 두 가지인데 하나는 노란색의 화살표시이고 다른 하나는 역시 노란색의 가리비조개표시이다. 출발지에서 종착지까지 이 표시만 따라가면 길을 놓치지 않는다.  

순례길을 걷다가 혹시라도 길을 제대로 가고 있는지 의심이 들면 바로 스마트폰에 ‘부엔 까미노’나 ‘맵스 미’ 앱을 켜고 확인하면 실수가 없다. 

산을 내려오니 바닷가 작은 마을이 나타난다. 집들이 아담하고 예쁘다. 골목은 좁고 건물들은 고색이 창연하다. 레스토랑이나 카페도 정겨운 모습이다. 사람들이 꽤 있는 걸 보니 관광지인 게다. 여기는 파사이아(Pasaia)라는 오래된 작은 포구 마을이란다. 관광지라 물가가 비쌀 것 같아서 배고픈 걸 참고 배를 타고 건넜다. 1인당 80센트를 주고 건넜는데 흑인청년이 혼자서 운행하는 작은 배, 건너는데 5분도 채 안 걸렸다. 혼자서지만 밝은 표정으로 즐겁게 일하는 그가 행복해 보였다.   

점심은 거리에 카페레스토랑에서 둘이 10유로를 주고 샌드위치를 먹었다. 물가가 싸다. 여기서 산세바스티안(San Sebastian)으로 가는 길은 해안가 산을 넘어가는 길과 평지를 따라가는 두 갈래 길 중 택일을 해야 했다. 오전 내 해안이 내려다보이는 큰 산을 걸었으므로 도시 구경도 할 요량으로 후자를 선택 했다.    

 도시를 관통하는 우루메아(Urumea)강을 건너니 옛 시가지가 나왔다. 시가지는 옛 건물들이 그대로 남아있어서 중세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큰 건물들로 둘러싸인 중앙광장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백사장이 넓게 펼쳐진 해변을 지나쳐 걸었다. 

여기가 유명한 라콘차(La Concha)해변 해수욕장이다. 해변의 모양이 조개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산세바스티안은 바스크어로는 도노스티아(Donostia)라고 부른다. 바스크사람들은 스페인어와 전혀 다른 바스크어를 쓸 만큼 자부심과 근성이 있는 사람들이다. 바스크 격언에 ‘일하는 자만이 일용할 양식을 먹을 것이다 (Egiten baduk beharra, Jango duk ogia.)’ 라는 말이 있는 것을 보아도 그들이 얼마나 근면한 사람들인지 짐작할 수 있다. 스페인에서 바스크 지방의 소득이 가장 높은 것도 우연은 아닐 것 같다. 산세바스티안은 휴양지이기도 하지만 비스케이(Biscay)만을 끼고 있는 항구도시로서 예로부터 무역업이 발달했던 것도 잘 살게 된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다. 이 도시는 도심에만 19만 명이 살고 외곽까지 합하면 약 40만 명이 사는 비교적 큰 도시로 바스크 자치지방의 수도이다. 이름난 바닷가 관광휴양도시로서 옛날에는 왕실의 휴양지로 이용했다고 한다. 구시가지로 들어서면 잘 보존된 오래된 건물들이 다양하고 아름답다. 예술적 감각이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었다. 1953년에 시작된 산세바스티안 국제영화제는 유럽의 유수한 영화제의 하나로 황금조개상(Golden Shell Awards)이 수여된다. 

스페인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술가들을 많이 배출한 것을 보면 예술적 감각이 뛰어난 민족인 것은 맞는다는 생각이다. 입체파 대표화가로 ‘아비뇽의 아가씨’와 ‘게르니카’를 그린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인상주의와 현대미술의 길을 연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Francisco Goya), 세기의 건축예술가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설계하고 건축한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i), 스페인의 대표 소설가이며 극작가로 ‘돈키호테’의 저자인 미겔 데 세르반테스(Miguel de Cervantes) 등은 우리가 잘 아는 세계적인 거장들이다.   

이 도시는 미적 감각 또한 뛰어난지 미슐랭 레스토랑이 3개나 있다. 또 이곳은 식사 전 음식인 타파스(Tapas)의 일종으로서, 이 지방 특유의 음식인 핀초스(Pinchos 또는 Pintxos)라는 꼬치음식이 간식이나 술안주 요리로서 대단히 유명하다. 구시가지에 몰려있는 핀초바(Pincho Bar) 거리에 가면 맛볼 수 있다. 산세바스티안(San Sebastian)을 벗어나 외곽에 있는 코이시(Koisi)호스텔에 당도했다. 대장정의 첫날 무난히 28km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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