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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돈

위기의 돼지위탁사업 ② 뒤바뀐 갑과 을

“치솟는 사육비…이대로는 얼마 버티지 못한다”

[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사육비 10년전 최소 두배…돈가는 오히려 하락

‘월대’ 계약 출현…일부 비육장, 사료까지 지정


자돈이 생산돼도 키워줄 곳을 찾기 힘든 기형적인 국내 위탁사업 구조는 모돈농장을 중심으로 한 위탁사업 주체들의 치열한 비육농장 확보경쟁과 함께 위탁 사육비가 크게 오르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계약형태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나 지난해 위탁사육비는 두당 평균 최소 5만원 이상에서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2만5천원 안팎이던 것과 비교하면 10년만에 두배 이상 오른셈이다. 

그나마 각종 부대조건 등을 감안할 때 위탁사육비의 상승폭은 그 이상일 것이라는 게 전반적인 시각이다. 새해 들어서는 더 높은 수준에서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사료까지 지정

수년전 부터는 사실상 매월 일정액의 수익을 비육농장에 보장하는 이른바 ‘월대’ 계약도 출현했다.

경기도에서 모돈농장을 운영하는 한 농가는 “위탁주체인 모돈농장과 비육장 사이에는 전형적인 ‘갑’ 과 ‘을’ 의 관계가 형성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차이가 있다면 언제부터인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갑’ 과 ‘을’ 의 관계가 뒤바뀌어 있다는 것”이라며 “현실적으론 어려운 연간 3회전 보장과 함께 출하두수가 아닌, 입식두수를 기준으로 한 사육비의 월대계약이나 지정사료 요구 등은 그 대표적 사례”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약자일 수 밖에 없는 위탁농장의 권리를 보호, 건전한 축산계열화사업을 도모한다는 취지아래 축산계열화법까지 제정된 마당에 양돈의 경우 위탁농장의 잘못으로 인해 폐사한 돼지의 사육비까지 지급해야 한다는 현실 자체가 좀처럼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 하지만 국내 양돈현장에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하나의 계약형태라는 사실은 돼지 위탁사업의 민낯이 아닐 수 없다.  

충남에서 모돈농장을 운영하는 또다른 양돈농가는 월대계약을 거부했다가 입식을 불과 며칠 앞두고 일방적으로 계약해지 통보를 받기도 했다. 그는 “월대계약시 사실상 비육과정까지 위탁주체가 책임져야 하고, 비육농장 관리를 위한 직원 투입이 불가피하다. 이럴 경우 추가로 인건비가 들어가며 실질적인 사육비만 최소 6만원대 중반에 달하게 된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모돈농장과 비육농장의 거리는 염두에도 둘수 없는 현실은 곧 물류비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또 다른 생산비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위탁주체 존폐 우려

이처럼 매년 치솟고 있는 사육비는 결국 위탁주체의 경영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물론 국내 양돈산업의 호황기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높은 돼지가격이 사육비 상승분을 상쇄해 주었던 것이다. 이는 곧 비육농장 부족과 사육비 상승이라는 치명적인 문제점이 제대로 조명되지 못한 채 모돈농장과 함께 위탁사업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저돈가기조가 본격화 되기 시작한 2018년부터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돼지가격이 떨어졌는데 사육비는 매년 상승하면서 위탁주체인 모돈농장들은 경영부담 수준을 넘어 사업장의 존폐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이르게 됐다.

돼지위탁이 사업의 중심축인 농업회사법인의 한 관계자는 “이대로라면 국내 양돈산업의 퇴출 1순위가 위탁주체가 될 것이라는 인식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위탁사업 참여 기업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양돈계열화업체의 한 관계자는 “사육비가 버거운 게 사실이다. 위탁사업만 보면 적자를 피한 기업들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며 “이에따라 회사내에서 위탁사업 자체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축분뇨 처리비용 큰 부담

그렇다고 모든 비육농장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시각에는 위탁주체들도 동의하지 않고 있다.  

충북에서 비육농장을 운영하는 한 농가는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가축분뇨 처리비용이 크게 상승했다. 사육비 상승분 만큼 수익이 늘어난 건 아니다”며 “더구나 시설 개선에 많은 비용을 투자한 경우 매출 대비 금융비용 부담이 일관사육농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클 수 밖에 없다. 결국 앞으로 벌고, 뒤로 빠져 나가는 형태”라고 강조했다.

비육농장들은 과거 사육비 산정 자체가 너무 낮게 돼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사육비 상승분 자체가 크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월대’ 사육비 등 극히 일부에서 이뤄지고 있는 갑질 논란이 마치 전체 비육농장 전체를 반영하는 듯한 현실에는 경계를 감추지 않고 있다. 

또 다른 비육농장은 “시설투자에 관심이 없거나, 생산성이 떨어지는 농가들이 무리한 계약조건을 요구하고 있다. 돼지가 죽어도 사육비가 나오니 투자의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문제는 이러한 농가들이 더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라며 괴리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건 상당수 위탁주체들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을 뿐 만 아니라 웬만한 돼지가격이 아니면 퇴출을 피할 수 없는 양돈산업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점차 표면화 되고 있다는 건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더구나 국내에서 출하되는 돼지 5마리 가운데 1마리는 생산비가 꾸준히 상승, 생산비 절감을 통한 가격 경쟁력 제고에 갈길 바쁜 국내 양돈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에서 비단 해당농가나 기업만이 아닌 국내 양돈업계 모두의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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