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한 경험이 있기는 하지만 ‘World Dairy Expo’ 만을 위해 찾은 만큼 흥분과 설레임을 가라앉힐 수가 없었다. 경험이 다소 부족했기 때문에 젖소 개량에 남다른 관심이 있는 이시돌 목장의 경병희 대표와 동행하게 됐다. 처음에는 엑스포 행사 외에 미국의 목장도 둘러볼 계획이었으나 일정이 여의치 못해서 행사가 진행된 10월 3일에나 현지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여독이 채 가시지 않았지만 AI센터 견학을 통해 전 세계에서 유명한 종모우들을 볼 수가 있었다. 근처의 6백50두 규모의 목장을 방문하게 됐는데 성적이 두당 1일 43kg으로, 우리나라와 10㎏이상 차이가 났다. 우리나라의 경우 20여두 착유하면서도 30㎏만 넘어도 목장에 번식지연과 번식장애 등으로 많은 문제가 생기는 것을 비교한다면 꽤나 우월함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들과 우리나라의 여건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들의 목장경영인식이나 자세에서 우리나라의 낙농가들이 남다른 노력을 기하지 않는다면 미국을 따라잡기는 매우 힘들 것 같다는 막막함까지 더해졌다. 다음날인 10월 4일 아침 엑스포 행사장에 가게 됐는데 우선 규모 면에서부터 압도당할 수밖에 없었다. 우선 전시회장을 찾은 많은 사람들과, 수백 개에 부스, 전시된 기자재들 그리고 넓은 쇼장과 쇼에 참가하기 위해 기다리는 젖소들의 대기장을 보면서 세계 최고라는 것의 의미와 국내의 홀스타인품평회가 앞으로 풀어가야할 과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됐다. 10월 5일 오후부터 홀스타인 쇼가 시작됐는데 약 2천여마리가 심사를 받고 있었다. 육성우 심사과정을 보게 됐는데 세계낙농박람회에 출품하는 소인만큼 생산성이 탁월한 소들에다가 체형, 순치 등이 뛰어났다. 그들은 어린시절부터 젖소를 돌보기 때문인지 사람이나 가축이나 서로 친숙하게 길들여져 있었다. 마치 애완견을 데리고 나오듯이 출품장에는 어린이가 소를 끌고 나왔다. 저녁에 벌어진 경매행사에서도 배울 점이 많았다. 우선 분위기부터가 딱딱하지 않고 이벤트처럼 재미있었다. 볼거리도 많은 일종의 축제의 장으로 마련됐다. 특히 경매가격이 상상 할 수 없을 정도의 높은 가격에 책정되고 있었다. 우리도 언젠가는 육성우 가격이 이들과 같은 수준이 될 것이고 향후에는 많은 농가들이 좋은 소를 개량하겠다는 의지와 보람을 느낄 수가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됐다. 6일, 엑스포 마지막 날에는 우수한 경산우 선발과 주니어, 시니어, 그랜드 챔피언 같은 최고의 젖소를 선발하는 행사가 이어졌다. 출품우들의 참가자격자체도 엄격하고 선형점수가 90점대 이상이어서 그런지 1등부터 마지막 등수까지의 모든 젖소가 큰 편차가 없고, 우열을 가릴 수가 없었다. 관람하는 사람들도 열의가 높았으며 참가한 젖소들의 선들이 너무 아름다웠고 자신을 끌어주는 축주와의 호흡도 너무나 잘 맞아서 마치 애정이 깊은 부부가 함께 움직이는 것 같았다. 세계 최고의 챔피언 젖소의 모습을 본 것만으로도 ‘나도 세계 최고의 소를 키워내야겠다’는 꿈에 한발짝 내디딘 듯했다. 전시행사 역시 우리나라와는 많은 차이점을 보였다. 세계 낙농산업의 방향을 짚어보고 기자재 박람회장에서의 첨단의 장비와 기술 그리고 참가 목장들의 수준이나 출품우들의 상태, 대기장과 계류장 시설, 부스 관리, 등 낙농업계 최대 행사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와 같은 발전된 행사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란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때문에 나 혼자만의 노력이 아니라 낙농에 관계되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노력해야 함도 절감했다. 목장경영을 정말이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수없이 했던 박람회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