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질병 피해액, 축산 총 생산액의 20%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허태영 연구관
축산 선진국인 네덜란드에서는 어미돼지 한 마리가 1년간 생산한 돼지 중 출하(出荷)될 때까지 생존한 마릿수(MSY)가 24.4두인데 반해 우리는 16.6두로 네덜란드의 68% 수준이다. 이는 어미 돼지 한 마리당 생산한 자돈(仔豚)의 수가 적어서 나타난 결과가 아니라, 어린 돼지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질병을 얻어 폐사되는 일이 많아 도축장으로 출하되는 돼지의 숫자가 감소하여 나타난 결과이며, 이러한 결과는 근원적으로 돼지의 질병 예방 관리 부족에 기인한 것이다.
따라서, 축산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질병으로 인한 손실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국제수역사무국(OIE)에 따르면, 가축 질병 발생으로 인한 사회 경제적 피해는 계속 증가하여 축산업의 평균 가축 질병 피해액은 총생산액의 20 %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자연적 손실을 제외한 질병 피해만을 줄여도 축산 농가에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따라서 이제는 생산성 향상을 통한 경쟁력 확보도 중요하지만 농장에서 발생하는 질병으로 인한 손실을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전략이 절실하다.
우리에게는 외부에서 유입된 질병으로 인해 지불하지 않아도 될 비용을 지불한 사례가 있다. 2010년 3차례의 FMD 발생은 국내 축산 근간을 흔든 큰 사건이었다. 1차 발생은 262억, 2차 발생은 1천15억 원, 3차 발생은 무려 146일 동안 2조 1천480억 원의 직접적인 손실을 발생시켰다. 이러한 손실의 원인은 FMD 발생 지역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에 의한 전염과 내국인의 FMD 발생 지역 방문에 의한 전염 등으로 보이지만, 농장주의 관리 소홀도 발생에 직간접적으로 관계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고병원성 AI는 139일간 53건이 발생되어 804억 원의 재정 손실이 발생되었다. 철새에 의한 유입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추정되나, 이 또한 야생 조류의 분변(糞便)에 사람이나 차량이 농장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농장 내 유입되어 발생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발생할 가능성 있는 가축 전염병, 여러 지역에 걸쳐 광범위하게 발생되는 가축 질병에 대해서는 국가 차원에서의 방역과 질병 관리가 필요하다.
지역 단위에서는 국내에 발생되는 가축 전염병, 지역 내 현안 문제 질병들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 지역 농장에서 발생되는 여러 문제점을 찾아 주변 목장들이 같은 문제로 고생하지 않도록 정보 제공과 문제 해결에 동참하거나, 문제 해결을 위해 전문가와 협력해야 나가야한다. 그리고 각종 전염병과 질병 문제 해결을 목장 관리자가 실천해 나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지역 내 축종별 생산 단체들은 발생되는 전염병에 대한 정보를 방역 기관을 통해 전달받아 신속히 생산자들에게 전파하여 전염병을 예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축 질병 예방의 가장 기본은 국가나 지역 단체에서의 질병 관리가 아니라 농장에서부터 한 가지씩 질병 관리를 실천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장에서 생산성 향상을 위해 사료비 절감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질병으로 인한 손실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농장에서 더욱더 필요하다. 살아있는 가축은 관리자의 손길에 따라 생산량이 변하기 때문에 관리자의 생각과 행동이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대규모 자동화된 농장이 아닌 이상 사람의 눈과 손을 통해 직접 관찰해야 되는 상황에서는 더욱더 관리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현장에서 발생되는 농장의 각종 데이터 활용을 잘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발생되는 데이터는 가축들의 행동 이상, 발정, 사료 이상, 관리 이상 등 여러 가지 정보를 수시로 알려주고 있지만 이러한 정보를 잘 정리해서 대처하지 않을시 번식율 저하, 유량감소 및 추가적인 질병발생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그러므로 관리자는 농장 데이터를 이용하여 아픈 개체가 발생되지 않도록 매일 지속적인 관심과 주의 관찰이 필요한 개체를 찾아 별도의 관리를 실시하는 노력을 더욱더 하여야 한다.